[피플코리아] 이경희 기자=설악산 한계령에 가을바람이 분다.
높고 깊은 골짜기에서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우뚝 솟은 침봉들이 설악산의 위용을 보여준다.
풍경 속에 빠져 있는데 흘림골광장에서 부는 찬바람이 반갑다.
여름동안 폭염의 기세가 확 고개를 숙인다.
먼저 칠형제 봉우리가 먼저 산객을 마중한다.
흘림골탐방소에서 입산등록을 마치고 출발한다.
점봉산에서 이어진 칠형제봉을 끼고 내려오는 골짜기에 가을꽃이 만발했다.
각시취, 구절초, 미역취 등이 멀리서 손짓하지만 다가갈 수 없다.
여심폭포로 가는 길가에 보고싶은 금강초롱이 벼랑에 피었다.
보라색보다 흰색에 가까운 설악산 흘림골 금강초롱이다.
바위틈에는 아직도 바위떡풀 꽃이 피었고 단풍취 꽃이 지천이다.
느릿느릿 걸어가면서 꽃과 버섯들을 즐감하며 등선대로 간다.
흘림골에서 등선대까지 짧은 구간은 오르막이 심하다.
여심폭포 물소리가 들린다.
한줄기 물줄기가 가느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여심폭포를 지나면 등선대쉼터까지 가파른 오르막이다.
가파른 구간은 짧고 굵다.
데크로 이어진 오르막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면 칠형제봉의 위용이 나무사이로 비친다.
설악산 서북능선의 너덜이 보이기 시작한다.
너덜지대는 귀때기청봉이다.
아래는 한계령휴게소가 다소곳하게 자리잡고 있다.
동행자 한 사람이 걸음이 느리다.
버스시간이 넉넉하게 남아 천천히 보조를 맞추면서 오른다.
꽃들과 눈맞춤하며 산행 속도를 늦춘다.
하지만 금강초롱은 끝물인가 오르수록 흔적도 없다.
등선대쉼터에서 큰 숨을 쉬면서 기력을 충전한다.
등선대까지는 잠깐이면 오른다.
구간이 짧지만 힘이 드는 구간이다.
등선대 암벽에 풀꽃이 안보인다.
예전에 봤던 솔체, 산오이풀도 없다.
가을꽃인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군데군데 피어 산객을 맞는다.
흘림골 정상인 등선대에 선다.
“와우~ 한국에 이런곳이 있었어, 중국 장가계 축소판인데”
한중수교로 취재길이 열리며 첫 베이징 특파원을 했던 동료의 감탄사이다
점봉산 자락과 주전골 방향 침봉들이 경쟁하듯이 솟아 있다.
수채화 그림에 등장하는 풍경이다.
전형적인 가을날씨에 신선이 만든 풍경 등선대에서 한참 머문다.
거기다가 우리가 등선대를 모두 전세 낸 기분이다.
오색방향 주전골로 하산한다.
가파른 침봉들 아래를 지나가는 등산로는 낙석위험구간이다.
등선폭포를 지나서 용소폭포삼거리까지는 긴 내리막의 연속이다.
특파원 했던 동료가 갈수록 걸음걸이가 무겁다.
산행속도가 덩달아 더디다.
계곡에는 구절초와 쑥부쟁이 천국이다.
바위틈에 핀 금강초롱이 아주 곱지만 렌즈에 담을 수 없는 거리이다.
아름다운 설악 풀꽃을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는다.
오색에서 서울행 버스에 오르니 그동안 강원지역에서 고대하던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