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코리아] 이경희 기자=“지리산은 매년 방문하지만 올때마다 힘들어”
“이제 지리산행도 졸업해야겠어, 나이는 속이지 못해”
“70이 눈앞인데 지리산, 설악산은 무리야”
덥고 습한 폭염 속에 높고 깊고 넓은 산, 지리산에 든다.
백무동에서 세석대피소로 오르는 산길이 길고 가파르다.
이번 지리산 산행은 지난해 보다 딱 1주일 늦었다.
그 때 그 사람들이 함께 걸었던 그 길을 그대로 따라 간다.
지리산 동행자는 60이 훌쩍 넘은 회사동료 3명이다.
시간은 작년보다 1주일 늦었는데 식생은 완전 다른색깔을 보여준다.
일단 한신계곡은 수량이 전년 그때보다 부족하고 꽃이 없다.
백무동에서 세석문을 통과하고 세석대피소로 발길을 재촉한다.
한낮 더위이지만 숲길은 견딜만하다.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합창소리가 곱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길동무 삼아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는다.
계곡으로 이어진 한신계곡은 깊고 길다.
물소리가 멀어지면 본격적인 지리산 산행이 시작된다.
벌써 동행자는 지치고 뒤처지기 시작한다.
아직 갈 길이 먼데 걱정이 앞선다.
세석대피소 예약이 되어 있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다.
본격적인 돌길 오르막에서 파김치가 된다.
길가에 꽃이라도 있으면 지루함을 덜 것 같은데 한여름에는 볼거리가 별로 없다.
고개길이 코가 땅에 닿은만큼 가파른 길을 벗어나니 세석대피소에 도착한다.
시간은 오후 5시가 훌쩍 넘었다.
백무동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출발했으니 엄청 시간이 많이 걸렸다.
휴가를 산으로 왔나, 대피소 광장에는 벌써 많은 산객들로 북적인다.
세석에서 박을 하고 이른시간에 촛대봉 일출산행에 나선다.
새벽시간 새소리가 무슨 교향곡 연주하듯이 아름답게 들린다.
어둠을 밀치고 올라선 촛대봉은 서너명이 해맞이를 기다리고 있다.
해뜨는 시간이 다가오자 수 많은 산객들이 몰려든다.
순식간에 촛대봉이 왁자지껄 공간이 된다.
천왕봉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간다.
봉우리에 구름모자처럼 내려앉다가 삿갓처럼 변한다.
변화무쌍한 지리산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아침 해가 뜬다.
구름사이로 빨간 고리가 고개를 살짝 내민다.
순간 와~ 소리가 들리고 갑자기 조용하다.
모두가 카메라에 집중한다.
붉은 해는 잠시 보여주고 다시 구름속으로 숨는다.
빨간 해무리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강렬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지리산 촛대봉 일출 순간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능선인 연하선경으로 간다.
촛대봉 해맞이를 마친 산객들이 동시에 천왕봉으로 향한다.
우리는 느림보 산행이다.
천왕봉 도전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조금은 아쉬운 산행이지만 동행자의 안전을 고려해 결단을 내린다.
연하선경 가는 길에 가문비나무 전망대에서 지리산 풍광을 눈과 마음에 담는다.
동행자는 이번 지리산이 마지막 산행이라며 온몸으로 만지고 느낀다.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하산길, 하산객보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산객들이 많다.
백무동에서 이른 시간에 출발한 산객들이 좁은 길에서 만난다.
마주치는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하산객에 무겁게 다가온다.
돌길 내리막은 악소리나는 고난도 구간이 길다.
꽃이 없는 내리막길은 꽃쟁이에 볼거리가 없으니 지루하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동행자도 안전하게 하산을 마친다.
산꾼의 로망인 지리산 숙제는 했지만 천왕봉이 빠져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