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코리아]이경희 기자=11월 초순, 북한산에 단풍나들이 간다.
산 입구부터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늦가을인데 기온은 초여름, 산의 풍경은 겨울이다.
단풍은 낙엽으로 바닥에 뒹굴고 나무는 벌거숭이다.
산에 올라서니 숲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속살이 그대로 보인다.
여름에 초록으로 덮힌 산이 한순간에 나목으로 변신했다.
산의 분위기는 겨울이고 날씨는 여름, 반팔차림 등산객도 보인다.
구기탐방소 계곡부터 겨울분위기, 기대한 단풍은 없다.
어쩌다 마주친 단풍도 나무에 붙은채 말라버렸다.
그래도 빨간색은 유지하고 있어 볼만하다.
겨울모드로 들어간 산은 열매가 볼거리를 제공한다.
누리장나무 열매가 검은진주처럼 반짝 거린다.
대남문으로 가는 익숙한 길, 구멍 뚫린 나무사이로 문수사가 보이고
목탁소리 울림이 골짜기에 퍼진다.
문수사로 오르는 계단에 발간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참빗살나무 열매가 여름같은 햇볕에 팝콘처럼 펑펑 터지면서 빨간 열매는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절간 앞에 은행나무 노란 잎이 가을풍경을 전한다.
절반을 떨어지고 남은 나뭇잎이 되레 운치있어 멋지다.
문수사 앞마당에서 바라본 보현봉, 우람한 바위절벽에 작은나무들이 가을분위기를 전해준다.
가까이 갈수는 없지만 하얀 바위에 울긋불긋한 단풍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대남문으로 가는 길, 단풍나무 몇 그루가 보인다.
그런데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이 나무에 달린 단풍잎보다 예쁘다.
가을햇살에 곱게 마른 잎이 부드러운 융단처럼 곱다.
나무에 단풍은 없지만 바닥에 마른 낙엽으로 단풍구경을 대신한다.
대남문에서 문수봉으로 가는 산성, 가을꽃은 이미 끝났다.
혹시나 구절초가 있을까 기대했는데 아쉬움 마음으로 정상으로 간다.
사방이 일망무제, 문수봉이다.
접근할수 없는 보현봉, 남으로 길게 뻗은 비봉능선, 건너편 삼각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문수봉 북사면에도 단풍은 없다.
북한산은 단풍이 끝나고 이미 겨울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문수봉에 바람이 차갑다.
바람막이 옷을 걸치고 잠시 바위기운을 받고 청수동암문으로 간다.
하산길에 혹시나 단풍을 기대하지만 역시나로 실망이다.
대남문에서 산성을 따라 가고 싶지만 단풍이 없으니 산성입구로 하산한다.
계곡으로 이어진 산길, 초록색을 버린 나무들이 수묵화처럼 보인다.
대성암을 지나서 내려가는 언덕에 초록빛 잎이 너무 곱다.
단풍잎을 이불처럼 덮고 고개를 내민 처녀치마가 파릇파릇 생기가 넘친다.
내년 봄이면 아름다운 꽃송이를 자랑할 것 같다.
이 길 역시 봄이면 꽃동산이다.
노루귀, 처녀치마, 얼레지 등 수 많은 꽃이 피는 화원이다.
중흥사를 지나며 산성계곡에 접어들지만 단풍 이삭줍기도 어렵다.
북한산 단풍은 이제 내년을 기다려야 한다.
늦가을에 북한산성 입구로 가는 길, 가을꽃으로 단풍을 대신한다.
구절초, 노랑원추리, 벌개미취, 산국 등이 단풍맞이 산객에 가을 선물한다.
자동차 소음이 가깝고 잘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점점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