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코리아]이경희 기자=울긋불긋한 단풍, 은빛 찬란한 억새.
파란하늘과 바람 그리고 사람들의 왁자지껄.
가을철 산에서 느끼는 매력이다.
“10월 마지막 주말에 여행가자. 교통편과 숙소예약은 끝냈다”
전 직장 회사 선배로부터 일방적인 여행일정 통보다.
“퇴직기념으로 한번 떠나자, 머리도 비우고~”
갑자기 잡은 일정 때문에 산행 선약을 모두 연기하고 동행한다.
숙소예약까지 마쳤는데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
목적지는 영남알프스, 등산 좋아하는 후배를 배려하여 가을산을 잡았다.
선배는 걷는 걸 싫어하는데 간월재를 잡을 것을 보면 무척 후배를 생각한 것이다.
울산역에서 내려 배는 고프지 않지만 간단하게 잔치국수로 요기를 하고 택시를 타고 배내고개로 간다.
역사내 편의점에 김밥과 수육을 구입하고자 했지만 스토리웨이에는 없다.
택시기사에 부탁하여 가지산 석남사 입구 매점에서 수육은 사지 못하고 육포와 오징어구이를 장만한다.
김밥도 사고 싶었지만 없어 그냥 배내고개로 향한다.
배내고개, 말그대로 산 중턱에 있는 평범한 고개다.
주변에는 상점도 사람도 없어 썰렁하다.
택시기사는 여행자를 내려주고 이미 떠났다.
선배가 가파른 산길에 겁이 덜컥 난 것 같다.
“이 곳이 아닌데, 임도따라 가는 길로 아이들도 간다고 했는데~”
다행히 길가 노점상인 안내를 받아 올라왔던 길로 1km 내려간다.
좁은 도로길을 내려오니 매점이 나오고 옆으로 올라가는 넓직한 길이 보인다.
사고 싶은 김밥은 결국 구입 못했지만 간월재 휴게소 컵라면을 믿는다.
이제 산길따라 간월재로 고고~
신불산과 간월산, 영남알프스 억새군락지 유명세 답게 가을 나들이객들이 엄청 많다.
가는 길은 그저 평법한 오르막이다. 하지만 지루하게 길게 이어진다.
하지만 야생화를 좋아하는 마니아는 카메라가 바쁘다.
구절초, 쑥부쟁이, 꽃향유, 과남풀, 산국 등 가을꽃 전시장이다.
지리산 노고단 가는 길에 만났던 아름다운 꽃길이 생각난다.
역시나 천고지가 넘는 산길답게 깔끔한 꽃들이 모인 천상화원이다.
몸이 점점 지친다.
울산역에서 잔치국수가 신의 한수였다.
그때 먹지 않았다면 지금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다.
선배만 믿고 여행정보 검색도 없이 무작정 따라 나선 댓가를 피부로 체감한다.
김밥, 수육을 노래한 선배의 마음을 뒤늦게 읽는다.
먹는 물도 없이 산을 올라왔으니 동네 산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사실 선배가 워낙 산길 걷는 걸 싫어해서 이렇게 높고 긴 산행인줄 몰랐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억새가 출렁인다.
첫눈에는 명성산보다 못한 느낌, 앞으로 다가가니 억새군락지가 드러난다.
하얀 꽃송이가 바람에 흔들리고 역광에 억새밭은 금새 은빛으로 바뀐다.
간월재 억새밭이 장관이다.
간월재에서 신불산으로 이어진 능선, 반대편은 간월산이다.
간월산에서 지직하면 배내봉이다. 택시에서 내린 배내고개에서 올라가면 배내봉, 간월산, 간월재, 신불산으로 연결된다.
우리일행 목적지는 간월재 억새군락지이다.
간월재 휴게소에서 컵라면을 구입한다.
컵라면 구입하는데 긴 줄, 한참을 기다려 컵라면과 계란을 산다.
산에서는 역시나 라면이 꿀맛이다.
라면국물에 김밥까지 더하면 금상첨화인데 김밥이 없어 좀 아쉽다.
석남사 입구에서 구입한 육포와 오징어구이로 복분자 한 잔이 성찬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든든하니 풍경이 들어온다.
간월산으로 가는 길에 설치된 전망대, 억새군락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억새 속에 들어가 너도나도 찍고 또 찍으며 멋진 추억을 만든다.
하얀 억새가 출렁이는 곳에 하얀 옷차림의 사람은 단숨에 사진 모델이 된다.
‘와우, 멋지다“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간월산 중턱 바위에 앉아 신불산을 바라보면서 간월재 기운을 받는다.
한참을 머무르며 멍때리고 다시 하산을 서두른다.
왔던 길로 다시 가는 길, 꽃과 단풍이 보인다.
간월재에서 하산하여 울산역에서 부산으로 가는 2박3일 출발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