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코리아]이경희 기자=하얀 구름이 이 산 저 산 몰고 다닌다.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숨을 막는다.
“선배, 먼저 가세요. 너무 힘들어요”
“그럼, 천천히 올라 와요”
뒤 돌아보니 흘림골 칠형제봉에 하얀 구름이 감싼다.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가수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이 떠오른다.
청춘산맥 설악산, 9월에 그 곳을 찾아 간다.
정상인 대청봉이 아닌 설악산 서북능선 귀때귀청봉이다.
너덜겅, 힘든구간을 매년 가을이 시작되면 도전한다.
너덜을 지나면 능선에 핀 가을꽃, 그 때가 되면 생각나는 야생화가 보고 싶다.
쑥부쟁이, 구절초 등이 화려하게 핀 능선, 한번 보면 그 매력을 잊지 못한다.
여름에는 대청봉 바람꽃, 이 꽃 역시 산꾼을 부르는 마력이 있다.
올해는 바람꽃을 놓쳤다.
산행은 한계령휴게소에서 시작한다.
한낮인데도 서늘한 바람이 피부를 파고 든다.
도심은 한여름인데 이 곳에서 가을느낌을 체감한다.
둘이 가는 산행, 동행자가 있어 느긋하다.
서로 믿고 의지하며 출발, 초입부터 가을꽃이 활짝 반긴다.
보랏빛 벌개미취와 오리방풀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역시 고산다운 설악산이다.
가파른 돌길의 연속, 워밍업 시간이 없어 산객을 힘들게 한다.
동행자 숨이 가프다.
시작부터 난감한 상황, 귀때기청봉까지는 한참 멀었는데 오르막 데크에서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더 이상 체근하면 무리, 페이스를 놓치면 다운된다.
뒷따라 오게하면서 앞장서지만 발걸음이 무겁다.
그래도 설악산 왔으면 맛을 보고 가야되지 않은가.
한계령삼거리까지 강행군한다.
가는 길에 금강초롱, 용담, 투구꽃 등 가을꽃이 활짝 피었다.
바위틈에 핀 바위떡풀은 환상적이다.
곳곳에 핀 쑥부쟁이와 구절초 그리고 산오이풀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그 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계령삼거리를 지나서 귀때귀청으로 가는 너덜겅, 고지가 저 곳인데 목적지를 접는다.
나는 언제라도 갈 수 있지만 뒤쳐진 동행자를 위해 하산을 결정한다.
내설악 봉우리에 흰구름이 감았다 풀어주기를 반복한다.
설악산 얼굴이 수시로 바뀌며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