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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 김, 한국 최초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애랑'역 심사...'애랑'이 '애랑'을 뽑다
2012/08/08 00:00
입력 조회수 : 103
▲ © 피플코리아
"46년 전 국내 첫 창작 뮤지컬 주연을 맡은 사실만으로도 영광스럽고 행복한데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같은 배역을 심사한다는 자체가 감회가 깊어요."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가수 패티 김(74·김혜자)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연습실에서 '살짜기 옵서예' 오디션 심사를 앞두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전통예술의 국제화를 목적으로 창단된 예그린 악단이 1966년 10월26일 서울시민회관에서 초연한 한국 뮤지컬 1호 '살짜기 옵서예'는 단 7회 공연으로 1만6000명을 끌어모은 화제작이다.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김영수 극본·최창권 작곡으로 옮긴 이 작품은 죽은 아내와 정절을 약속한 '배 비장'과 기생 '애랑' 간의 사랑을 그린다. 제목은 '살금살금 오세요'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패티김이 당시 제주 기생 애랑 역을 맡았다. 코미디언 곽규석이 익살꾼 '배 비장', 탤런트 김성원이 제주목사 역을 맡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1996년 '애랑과 배비장'이라는 타이틀로 공연하는 등 수차례 무대에 올랐다. 한국뮤지컬협회는 이 뮤지컬의 초연일인 10월26일을 기념, '뮤지컬의 날'을 정했다. 뮤지컬 주제곡은 패티김의 동명 대중가요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패티김은 "'살짜기옵서예' 초연 당시에는 환경이 굉장히 빈약했다"고 회상했다. 1주 공연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나흘 만인 10월29일 7회 공연으로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미국 린든 존슨 대통령이 31일 방한, 서울시민회관에서 기념연설을 하기로 한 것이 이유였다.
"국가적인 사정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막을 내려야 했다. 당시에는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국민들도 뮤지컬에 대해서 인식이 좋아졌다"면서 "젊은 후배들이 뮤지컬을 할 수 있는 자체가 축복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즐겁다"며 웃었다.
패티김은 공연제작사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 '지붕 위의 바이올린' '파리의 연인' 연출가 겸 안무가 구스타보 자작과 함께 '애랑' 역을 비롯한 '살짜기 옵서예' 오디션 지원자 12명을 심사했다. 뮤지컬배우 이정화(24) 임기홍(37) 등이 패티김 앞에 나섰다. 720여명이 응시한 오디션은 서류 등으로 150명을 추리고 1차 오디션을 거쳐 75명을 뽑았다. 11일까지 최종 오디션을 치른다. 주요 배역과 앙상블을 포함, 약 30명을 가려낸다. "다들 경험이 있으니까 잘들 하지 않겠느냐마는 선발 기준은 노래실력입니다. 특히 애랑이 부르는 노래가 꽤 많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어요."
애랑은 "자기 서방님 하나만을 모시는 절개를 지키는 여자다. 배경이 기생이니 요염하지만 자존감이 있고 강한 의지가 있는 역"이라고 해석했다. "물론 초연 당시에는 내가 춤에 소질이 없어 추지는 않았다. 내가 자랑하고 싶은 스타일(몸매)이 한복에 가려서 주로 가창력으로 승부했다"며 까르르 웃었다. 당시 애랑 역에 대한 아쉬운 점은 없다. "굉장히 좋은 노래가 많았기 때문에 별 후회도 없고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가수 출신 뮤지컬배우 1호이기도 한 패티김은 요즘 부쩍 늘어난 가수 출신 뮤지컬배우들을 어떻게 볼까. "나 같이 무대 중앙에서 노래에 열중하는 것보다 재능이 많은 것 같다"고 여겼다.
지난 2월 가수 은퇴를 선언하고 6월2일 서울을 출발로 하는 마지막 월드 투어 '이별'을 준비 중인 패티김은 최근 KBS 2TV '불후의 명곡 2-전설을 노래하다'의 '패티김 은퇴특집'에 출연하는 등 젊은 가수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 친구들이 너무 노래를 잘하더라고요. 근래는 거의 그룹이라 춤 위주잖아요. 노래는 몇 소절만 부르니 잘하는 건가, 못하는 건가 판단이 안 섰죠. 근데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이 있더라고요. 저로서는 반가웠어요. 일단은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하는데 후배들이 그런 부분을 깨달은 것 같아 대환영입니다."
1958년 8월 만 스무살의 나이로 미8군 무대에서 데뷔한 패티김이 뮤지컬에 흥미를 느낀 것은 1963년 미국 진출 이후다. 당시 현지에서 NBC '자니 카슨의 투나잇쇼'에 출연하며 가수로 나서는 동시에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배우로도 활약했다. "미국에 가기 전에는 뮤지컬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살았죠. 그러다 오프브로드웨이서 뮤지컬을 접한 후 흥미와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하지만 좌절은 금새 찾아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이 심했어요. 고작 출연할 수 있는 뮤지컬은 남태평양이나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그나마 주인공이 동양인이라고 서양의 이름 있는 배우들이 분장을 하고 연기했죠. 진짜 동양인은 하인 역 밖에 맡지 못하고…. 여러 오디션을 보러 다녔지만 결론적으로 제가 설 무대는 없었어요. 뮤지컬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살짜기 옵서예'에 출연하게 된 거예요. '대춘향전' 무대에도 오르게 됐고. 참 기뻤죠. 호호호."
그러나 1968년 '대춘향전' 이후 뮤지컬에 출연하지 않았다. "뮤지컬 출연 제안을 의외로 많이 받지는 않았다"면서 "패티김이 (함께하기) 어렵다는 소문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이라며 미소 지었다. "신상옥 영화감독님과 약속을 했어요. 신 감독님이 칭기즈칸을 다룬 뮤지컬을 만들 때 칭기즈칸 어머니 역을 맡기로. 흔쾌히 허락했는데 결국 이 작품을 만들지 못하고 돌아가셨죠."
자신의 일생을 뮤지컬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제 인생을 다룬 책도 쓰고 있지만 뮤지컬은 오래 전부터 생각한 거예요. 내 젊은 시절은 다른 배우가 맡고 극 끝에 제가 나타나는 거죠. 누군가 만들어보십쇼라고 해놨는데…. '맘마미아!' 같은 제 히트곡을 엮은 뮤지컬 스토리였으면 좋겠어요."
뮤지컬의 매력은 만날 새 관객과 만난다는 것이다. "얼마나 즐거운 일이에요. '살짜기옵서예'에 내가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어요."
한편, 공연제작사 CJ E&M 공연사업부문(대표 김병석)과 뮤지컬해븐이 공동제작 중인 '살짜기옵서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2011차세대 콘텐츠 동반성장 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3D, 홀로그램 등 차세대 문화기술을 통한 무대 메커니즘 구현에 역점을 두고 개발 중이다. 2013년 2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재개관작이자 예술의전당 25주년 기념작으로 선보인다.
<기사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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