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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
2010/06/02 00:00
입력 조회수 : 48
실로 어두웠던 한해를 보내는 것 같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올 한해는 다사다난의 최고봉을 지난 느낌이다. 여전히 후진적인 정치문화, 온갖 갈등으로 얼룩진 사회, 바닥을 벗어나지 못한 서민경제, 그 무엇 하나도 회복되거나 봉합되지 못한 채 한해가 흘러갔다.
해가 바뀌는 시점이면 누구나 희망을 이야기 한다. 막연하게나마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새해아침을 밝히는 태양을 바라보며 두손모아 기원을 한다. 하지만 한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마음은 예전같지 않아 보인다. 올해를 불편하게 했던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안고 내년으로 가야하는 억울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혹자는 행여 내세울 것이 없는가 뒤적거릴 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부끄러움을 감추고 공적입네 치적입네 떠들면서 입술에 침을 바를 것이다. 국가적 위기상황을 불안하게 떠안은채 달력의 마지막장을 뜯어내야하지만 선량한 민초들은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뿌연 안개터널이 짙게 깔려있지만 그 안에 희망이 숨어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1%의 망령에 시달리고 있는 민중들을 향해 복지사회라고 떠드는 궤변이 익숙하다.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는 빈곤층은 라면 몇개와 연탄 몇장에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는데 1%의 망령들은 2만불시대를 지껄이고 있다. 높은 장막으로 울타리를 치고 눈과 귀를 틀어막고는 흩어지고 쪼개진 사회적갈등의 책임을 세상의 입에 뒤집어 씌운다. 그 어느때보다도 불안한 안보위기상황에서 북한민중들의 변화를 운운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은 안중에도 없다.
그 무엇보다도 국민들을 힘들게 했던 것은 서민경제였다. 일자리는 없는데 물가는 치솟았다.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1%의 무리들의 축제에 박탈감만 커져갔다. 주로 1%의 무리들이 분담하는 소득세 법인세는 줄어들고 있지만 서민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부가세는 늘어난다. 언필칭 평등과 공정을 떠드는 집단이 펼친 부자감세정책 덕분이다. 거꾸로 가는 마차라고나 할까
가진자들은 한없이 배를 불리는데 없는 사람들의 생계는 나날이 벅차다. 설마 가난할 수록 더 가난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이나라의 복지정책은 아니겠지만, 실체는 있어야 커지고 없으면 더 작아지는 것이 서민경제이다. 더 큰 문제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는 소외계층이다. 노령인구가 늘어서 그렇다고 둘러대지만, 88만원으로 살아가는 이른바 88세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자랑삼아 내세우는 2만불시대가 맞아서 그 기준에 비춘다면 88세대는 극빈층에 해당한다.
감히 복지사회 복지국가를 말하는가. 내년도 복지예산이 사상최대치라고 주장하지만 예산은 본래 해마다 증가하는 것이고 작년에도 제작년에도 사상최대였다. 매년마다 사상최대였던 것이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노령연금? 기초생활지원금? 보일러도 못켜고 쌀도 못사는 것이 기초란 말인가. 이것이 사상최대치라는 복지예산을 편성했다는 대한민국 복지의 현주소이다.
지난 24일 청와대측은 나눔봉사가족을 초청하여 격려하는 행사를 가졌다. 28일에는 소외계층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을 초청해 비슷한 행사를 가졌다. 당연히 격려받고 감사받아야 마땅한 분들이지만 청와대의 쇼에 이용당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정부가 해야할 일을 민간이 하고 있다. 그러니 고마워서 밥한끼 대접했다고 할것이다. 방송국 카메라 부르고 기자들 불러서 '당신들도 봉사하면 저녁 한끼 대접하겠다.'고 홍보해서 민간자원봉사자가 늘어나면 좋은 것 아니냐고 할것이다.
경제적 사각지대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빈곤층을 언제까지 정부는 민간에 떠넘길 것인가. 나눔의 정신과 봉사정신은 사회를 보다 따듯하고 아름답게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를 정서로 통합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된다. 그런 점에서 필히 권장해야할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국가주도 복지가 아닌 민간주도 복지에 의존하여 책임과 역할이라는 부담을 줄여보고자 한다면 복지정책의 후퇴나 정책의 포기와 다르지 않다.
정책은 쇼가 아니다. 정책은 숫자놀음이 아니다. 정부는 쇼나 숫자놀음으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기망하지 말고 올바른 복지개념부터 정립해야 할것이다. 2천불시대만도 못한 복지현실을 2만불시대라는 허울로 감추려고 하지 말고, 1%로의 적은 무리를 위해 99%의 피땀을 빨아들이는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사고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 복지로 가는 첫걸음임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내우외환으로 극심한 불안감을 안고 가지만 국민들은 '조금만 더'라는 소박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 작은 희망마져 부끄럽게 하지 말기를 바란다. 민초가 분노하면 권력은 먼지가 된다.
<이영민/
피플코리아
논설위원
yominlee@yahoo.co.k
r>
[
이영민
yominlee@yaho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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