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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순찬 굿피플] 서울 약수역 '미스터(Mr.) 빈대떡' 이형섭 대표의 세상사는 이야기
2010/01/31 00:00
입력 조회수 : 66
"대통령 막걸리와 빈대떡 놓고 가위바위보!"
왕
십리에서 중학교 동창 모임이 있던 날, 신당동 교차로를 지나는데 도로변 건물 현수막 하나가 눈길을 끈다. 'Mr.빈대떡'이란 상호가 붙은 2층짜리 건물. "가위바위보, 주인장을 이기면 대통령 막걸리가 1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호기심이 동했다. 대통령 막걸리는 무엇이고, 대체 어떤 맛인지, 만약 주인장과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지 못한다면 얼마를 내야 '대통령의 막걸리'를 내준다는 얘긴지도 궁금했다. 왕십리까지는 이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출출한 김에 대통령 딱지가 붙은 막걸리 한 잔 맛보고 갈까.
▲ 퇴근 무렵 미스터빈대떡 약수역점에서 빈대떡과 전을 부치는 모습. 길거리를 지나는 이들도 주방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 가순찬
“가위바위보 게임 이기면 대통령 막걸리가 한 병에 백원 ”
참 기발한 발상이다. 금정산막걸리, 배다리막걸리, 소백산막걸리와 자색고구마막걸리 등 역대 대통령들이 음용했다고 해서 유명세를 탄 전국의 막걸리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기자가 태어나 자란 고향 충청도 아산에도 한때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막걸리가 있다. 삽교천 하구의 드넓은 평야를 끼고 마을 군락을 이룬 아산시 선장면이란 곳인데, 농사철 박정희 대통령 일행이 찾아와 농민들의 일손을 도운 적이 있다. 이때 마신 술이 이곳 선장막걸리다. 당시 박 대통령은 으스스한 선글라스에 밀집모자를 썼다.
당시의 국정 홍보 영상물이나 언론 기사에 대통령과 농민들이 막걸리잔을 들고 '포즈'를 취한 장면이 연방 실렸다. 그때부터 선장막걸리는 입소문을 타며 유명세에 가속도가 붙은 것.
'내 고장 선장막걸리가 여기선 왜 안 보이냐'고 따져 물으려다 일단 참았다. 속으로 '고향 분들이 뾰족한 마케팅 대안을 아직까지 찾지 못해서려니' 했다. 곧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이 달려와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했다. 그러고는 곧 가위바위보를 할 태세다. 얼떨결에 주먹 쥔 오른 손을 귓가로 올렸다.
▲ 이기면 기쁘고 져도 속 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손님들을 한 바탕 활짝 웃게 만든다는 것. © 가순찬
"가위, 바위, 보!"
기자가 이겼다. 6천원짜리 막걸리 한 병을 단돈 백원에 거머쥐는 순간이었다. 게임에서 진 종업원은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박수를 쳤다. 한 판 더 하자고 했더니 그건 '룰'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했다. 어쨌든 이겼으니 기분이 좋았다. 졌어도 서운섭섭한 마음은 금세 내 쪽에서 먼저 거둬야 할 것 같은 분위기. 홀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터지고 있었다.
“고객을 임금님처럼 받들어 모셔라!”
고객의 흥을 돋우며 재미(Fun)를 선사하는 '미스터(Mr.)빈대떡'의 계산(?)은 딱 들어맞았다. 미스터빈대떡
(
www.mrbin.co.kr
)
은 박정희ㆍ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이 즐겨 찾던 막걸리로 고객에게 추억꺼리를 제공하는 것과 가위바위보 게임 외에도 다양한 펀(Fun) 마케팅을 도입해 개점 초기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가위바위보 게임은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의 지루함을 없애기 위한 이벤트로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미스터빈대떡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짧은 순간 종업원과의 친밀감도 형성된다.
메뉴판 모양도 색다르다. 임금이 어명을 내리는 교지(敎旨)에서 착상한 메뉴판은 고객이 종업원(신하)들에게 어명을 하달하는 기분을 맛보게 해준다. 교지는 조선시대 왕이 신하에게 관직(官職)이나 토지 · 노비 등을 내려주는 명령서였다.
멤버십 포인트 대신에 신분상승제라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고객이 이용한 금액에 따라 엽전으로 포인트를 적립시켜 양반, 어사, 정승 등으로 신분을 올려주는 방식. 신분에 따라 추가적인 서비스가 제공된다. 엽전 50닢을 모으면 안동소주, 진도 홍주, 이강주, 소곡주 등 고급 전통주가 공짜다.
▲ 엽전 50닢을 모으면 전통 명주 한 병씩을 공짜로 내준다. © 가순찬
요즘 해외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음식 중 하나가 막걸리다. 비빔밥이나 고추장, 된장, 불고기도 외국인에게 잘 알려졌지만 야채나 곡물을 이용한 빈대떡은 글로벌 무대에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미스터 빈대떡은 이 점에 착안해서 녹두빈대떡을 비롯해 동그랑땡, 해물빈대떡, 깻잎전, 고추전 등 다양한 메뉴로 출시했다. 피자와 결합한 퓨전 빈대떡까지 개발했다. 단순해 보이는듯 하면서도 기발한 이 아이디어가 얼마나 잘 먹혀들고 있는 지 주인장한테 직접 듣고 싶었다.
"지난 설 명절 직후에 정식으로 개점 예정이었는데 차질이 생겨버렸어요. 2월 8일의 임시 오픈 때문이었죠. 철판에 돼지비계로 기름을 두르는 순간부터 손님들이 밀고 들어와 장사진을 이뤘죠. 마치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듯 줄을 섰어요.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을 어찌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번호표를 드리고 대기하게 했는데 맛이 끝내준다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더군요. 연일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바람에 아직 오픈식 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어요 "
고사 지낼 겨를도 없을 만큼 장사가 잘 된다는 이형섭 대표의 설명이다. 행복한 비명이 따로 없다.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선진국에서 쌓은 비즈니스 경험을 밑천으로 작년 가을부터 한국적 먹거리에 펀(Fun) 서비스를 가미한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명문대(고려대 81학번) 출신. 자세히 얼굴을 들여다보니 사람을 편안하게 이끄는 깔끔하고 준수한 인상이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진솔하고 진지해 보였다. 미스터빈대떡 약수역점은 2월 8일에 프랜차이즈 본점으로 첫 선을 보였다.
▲ 이형섭 대표는 "훌륭한 멘토를 만난 덕분에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공손하게 털어놓았다. 이 대표는 "내후년까지 가맹점 200개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미스터빈대떡 사진 제공
“줄 서서 기다렸다 먹을 만큼 맛이 끝내줘요”
최근에 가맹 5호점이 오픈 준비 중이며, 가맹점 개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미스터빈대떡 약수역점의 이형섭 대표는 올 상반기까지 본점의 안정 성장에 주력하고 2012년까지 직영점 5호점, 가맹점 200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3년 안에 한국 먹거리의 세계화에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했다. 이 정도 규모면 가히 국민건강과 국가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슬로건을 내걸만하다. 이 대표의 지난 여정이 궁금했다.
"불과 작년 9월까지만 해도 실업자 신세였어요. 해외 부동산 개발회사를 그만두고 제조업 복귀 준비를 위해 KPC(한국생산성본부)에서 품질관리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지만 소개받은 회사 사정으로 제조업 복귀가 무산되었어요. 졸지에 실업자 생활을 하게 됐는데 아이들과 아내를 생각할 때마다 눈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 새벽이 밝기 전에 여명은 더욱 어둡게 느껴지듯 그 캄캄절벽에 서 있던 저에게 우연히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어요. 바로 주식회사 대호가의 임영서 사장이었습니다."
대호가는 미스터빈대떡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담당하는 본사다. 미스터빈대떡은 죽이야기, 육회달인에 이은 대호가 제3의 브랜드. 대호가의 임영서 사장과 실업자 이형섭씨의 의기투합은 단 몇달만에 약수역점을 대박으로 이끄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우연히 만난 그들은 대한민국 외식업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한국 부동산 투자분석사 이광균 회장님도 저의 멘토이십니다. 작년에 저는 세 분의 멘토를 만나 그 분들을 섬기게 되는 커다란 행운을 얻었습니다. 안양의 만안로타리클럽 백송-대호 두 분은 해외 부동산개발업에 종사하던 저에게 호주 현장까지 찾아와 사업성을 재점검해 주시고 저에게 맞지 않는 사업이라고 딱 잘라 지적하시면서 저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서비스업 분야의 재능을 일깨워주셨어요. 이광균 회장은 저에게 그 재능을 실천하는 법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 작은 성공에 우쭐하지 않고 자세를 더 낮추는 법을 칭찬과 격려를 통해 가르쳐주신 분입니다."
▲ 개점하면서부터 인기가 대단해 미리 예약을 해야 대통령 막걸리와 빈대떡을 맛볼 수 있다고 미스터빈대떡 측이 밝혔다. ©가순찬
세상사 독불장군처럼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 있겠는가. 성공한 인물들의 주변엔 언제나 훌륭한 조력자가 있다. 미스터빈대떡의 이형섭 대표에게 훌륭한 멘토가 없었다면 그는 아직도 승산 없는 해외 부동산 사업에서 손 떼지 못한 채 거칠고 황량한 세월을 돌이키며 애처로워할지도 모른다. 미스터빈대떡이란 브랜드도 결국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주식회사 대호가의 메뉴개발팀이 기본 메뉴를 개발하면 미스터빈대떡 본점은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히 반영해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피드백을 준다.
“부담 없이 마시는 술이 제일 좋은 술”
술은 부담이 없어야 한다.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이 가장 좋은 술이다. 기자는 며칠 전 모 금융계 인사와 만난 술자리에서 난생 처음 마셔본 '38년산 로얄살루트'를 떠올렸다. 가장 아끼던 술이라고 했다. 그는 강남의 고급 술집에서 마시려면 몇 백만원을 지불해야 할 거라면서 어깨에 잔뜩 힘을 넣었다. 지긋이 눈 감고 콧 속으로 38년산 로얄살루트의 향을 불러들이던 기자는 때 놓칠세라 "역시 맛이 다르다"는 답례 멘트를 즉각 날려줘야 했다.
미스터빈대떡의 대통령 막걸리는 출출할 때 혹은 반가운 사람과 마주앉을 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우리의 전통술이다.
휴대폰이 연방 울렸다. 그때서야 왕십리 동창 모임 시각이 임박한 것을 깨닫고 미스터빈대떡을 나와야 했다. 종업원이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이겼으니 한 병 더 가져가라면서 막걸리병을 내민다. 미스터빈대떡 덕분에 시골 동창 모임에서 성대하게 막걸리 파티를 열 수 있었다. 친구들은 먹음직스럽게 잘 덥혀진 빈대떡과 전을 놓고 '크으~ 좋구나' 탄성을 연발했다.
미스터(Mr.)빈대떡 약수역점 :
서울 중구 신당동 368-1 /
www.mrb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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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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