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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젖어있는 열한개의 소품] (41) 이야기 둘 (13)
2006/01/31 00:00
입력 조회수 : 715
◇웨딩드레스 -돈으로 거래 된 사랑 13
"뭘 그렇게 놀래요? 아저씨 출연하는 프로가 얼마나 인기 있는데, 겨우 썬그라스 썼다고 못 알아 볼 줄 알았어요? 어디 가서 아는 척 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말고 춤이나 계속 춰요."
빨간 스웨터가 가슴을 더욱 밀착시켜왔지만 나는 이미 놀 마음이 싹 사라진 뒤이다.
"술이나 한 잔 더 마시지."
내가 손을 놓으며 자리로 돌아오자, 그녀가 바짝 다가앉는다.
"생각보다 소심하시네? 뭐가 걱정이에요? 누가 사진 찍어두는 것도 아닌데."
제 딴에는 오랜만에 잡은 괜찮은 물주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하는 말일 테지만, 내 귀에는 살벌하게만 들린다.
"정말 춤 안 출 거예요?"
"그만 두지. 그리고 술값은 내가 충분히 계산해 두고 나갈 테니까 마음껏들 마시고 가."
"에이, 괜히 아는 척 했네. 오랜만에 능력에 얼굴까지 겸비한 킹카 만났다고 생각했더니..."
더 이상 얘기하고싶지 않아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니 빨간 스웨터가 갑자기 껴안으며 볼에 쪽 소리나게 뽀뽀를 한다.
"무슨 짓이야?"
"너무 그러지 마요. 나 그렇게 나쁜 애 아니니까. 그보다 애인한테 잘 해주세요. 누군지는 몰라도 우리 같은 걸레는 아닐 테니까."
마지막 말이 가슴을 찌른다. 놀기로 따지면 나야말로 걸레지. 그에 비하면 다인은... 갑자기 그녀 생각이 난다. 지금쯤 중국에 도착했을까?
"이 아저씨 충격 받았나봐?"
다인 생각을 하느라고 내가 잠깐 우두커니 서있었나 보다. 빨간 스웨터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까르르 웃는다. 이런 곳을 전전하는 애 치고는 제법 깔끔한 느낌이 들어 지갑에서 수표 몇 장을 꺼냈다.
"오늘은 이거 갖고 일찍들 들어가라. 다음에도 웬만하면 이런 데는 오지 말도록 하고."
웃기게도 그 아이들에게 훈계까지 하고 말았다. 하지만 빨간 스웨터와 친구는 수표 받은 게 즐겁기만 한 모양이다.
"이 아저씨 진짜 멋지다!"
"놀지도 않고 용돈 받는 경우는 처음이네?"
이렇게 떠들어대더니 이번에는 한꺼번에 몰려와서 양 볼에 뽀뽀를 해준다. 이건 정말 어이없는 경우다. 그동안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지금은 마치 '귀여운 여인'에 나오는 리차드 기어가 된 기분이다. 내가 아무래도 뭔가 잘 못 된 게 틀림없다.
"아저씨, 안녕!"
빨간스 웨터와 친구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고 술집을 빠져나왔다.
술을 마신 것과 상관없이 핸들을 잡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집에는 가고싶지 않다. 여자 없이 자는 게 싫어서 예전 버릇이 벌써 도진 건가? 하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술과 여자는 내게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이니까.
이대로 집에 가면 아무래도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아예 창녀촌으로 가볼까? 생각을 해보니 괜찮을 것도 같다. 어차피 돈주고 사는 여자야 다 마찬가지니까 창녀촌이라고 별다를 게 없다. 내 가치관으로는 말이다.
그런데 이 근처 어디에 그런 곳이 있더라? 아! 거기가 괜찮겠군. 안마도 받고 여자도 품을 수 있는...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술 냄새를 풍기며 차를 몰고 들어가니 현관 웨이터가 놀라움을 표시한다. 나는 일부러 웨이터를 정면으로 쳐다보았지만 얼굴을 알아보는 기색이 없다. 나는 그제야 안심하고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따끈한 물로 샤워를 하고 증기를 쐬어 땀을 흘리고 있자니 이십 중반쯤으로 보이는 아가씨 하나가 중요부위만 간신히 가리는 초미니 차림으로 들어온다. 그 안에는 아마 속옷도 걸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곳에 온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이번에도 아가씨를 정면으로 쳐다봤지만 알아보지 못하는 눈치다. 하긴 TV 주말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가 이런 곳에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겠지. 나는 안마 침대에 엎드려 느긋한 마음으로 아가씨의 서비스를 기다렸다.
백산
수정일 2003년 03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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