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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판말판 인생판] (20) 정말로 경마로 돈따는 사람 있습니까?
2006/01/30 00:00
입력 조회수 : 840
늦은 밤 4호선 전철 객실. 당고개행 막차라 승객들이 제법 많다. 좌석에 앉은 승객 두사람이 이런 저런 말을 하다 경마 이야기가 터져 나온다. "나, 요즘 경마에 푹 빠졌어. 경마장 가는 재미로 세상을 살아" "도대체 자네가 무슨 경마를 한단 말이야. 경마를 하면 돈을 다 털린다는데 무슨 경마를 한다고 그래. 그거 안하는 것이 좋을 텐데" "그기 아이고. 내 도박은 안한다. 나 경마장 취재하러 간다. 경마장에서 붙어사는 사람들 찾아다니며 취재한다. 대박 터진 사람들에서부터 돈날리고 마누라까지 팔아먹은 사람들까지 벼라별 사람들 다 만나고 다니다" "그러나? 그참 억수로 재밌겠네. 나도 한번 따라가 보고 싶다. 언제 한번 따라가도 되나?" "그럼. 따라와도 된다. 내가 있으면 어디든지 무사통과다. 봐라 경마장 무사통과라는 도장이 팍 찍힌 쯩도 있다" "정말 그렇네. 야, 니 정말 출세했다. 그런 자격증도 다 가지고 있고. 당장 다음에 경마 열릴 때 따라가겠다" 경마담당 기자와 친구간에 오가는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옆자리 승객이 이야기 중에 조심스럽게 끼어든다. "저기요. 선생님, 제가 한말씀 물어봐도 될까요?" 옆자리 승객이 갑자기 묻는 말에 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말한다. "예, 물어보세요. 그런데 뭘 말입니까?" 그렇게 해서 경마기자와 옆자리 승객 사이에 대화가 시작되었다. "다름이 아니고 경마를 해서 실제로 돈을 따는 사람도 있습니까?" "예?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마사회 직원 아닙니까? 아까 살짝 보니까 선생님 마사회 무사통과 자격증을 가지고 계시던데 그걸 보고 마사회 직원으로 알았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마사회 직원이 아니고 마사회에 출입하는 경마기자입니다" "아하 그렇습니까. 난 또 마사회 직원인줄 알고 실례했습니다. 그런데 아까 한말 다시 묻고 싶은데 정말 경마해서 돈 따는 사람도 있습니까?" "거의 없습니다. 어쩌다 한번은 딸수 있어도 계속 하면 백발백중 다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저는 그것이 내내 궁금했습니다. 정말 경마해서 돈 따는 사람도 있을까 하는 궁금증 말입니다. 저도 요즘 두달새 경마로 3천만원 날린 놈입니다. 내참 재수가 없어서…" "아니 어쩌다가". 기자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돈날렸다는 승객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한마디 던졌다. "처음에는 10만원을 잃었습니다. 그때 날린 10만원을 다시 찾겠다는 욕심에 계속 하다 보니 순식간에 3천만원 날아갔습니다. 경마가 그렇게 무서운 독약인줄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감당할수 없는 큰 돈을 잃었으니 경마를 해서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손을 떼시는게 좋을 것입니다. 경마는 하면 할수록 돈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는 이미 그가 경마 중독증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그게 안되네요. 경마를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경마일만 되면 몸은 벌써 경마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경마 참 무섭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쩔수가 없습니다. 잃은 돈 꼭 찾고 말겠습니다. 자나깨나 머리속에는 경마밖에 없습니다"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내릴 때가 다 되었다. "기자양반. 부탁 좀 하나 합시다. 경마장에서 돈 땄다는 사람 있으면 저를 좀 만나게 해주십시오. 어떻게 해서 돈을 땄는지 그 비결을 듣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에 경마장에서 찾아 뵙겠습니다. 잘 가시오 기자양반" 돈 잃고 경마중독증까지 걸린 지하철승객. 기자는 지하철에서 만난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던진 말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기자는 그날 밤 꿈을 꾸었다. 지하철에서 만난 그 승객이 대박을 잡은 꿈을. 지하철에서 만난 그 승객이 마요일에 나타났다. 기자는 혹시 대박을 잡은 꿈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은근히 기대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그 승객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대박은 커녕 없는 돈 있는 돈 여기저기서 몽땅 긁어 모은 10만원을 그날도 몽땅 날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경마중독증에 걸린 그 승객은 가지고 온 돈을 다 날리고 마권 발매창구 앞에서 서성거리면서 애꿎은 담배만 연신 피워대고 있었다. 이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김명수/
www.people365.pe.kr
>
수정일 2003년 03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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