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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2) 흥부전에 비쳐진 환경사랑에 대한 小考
2006/01/15 00:00
입력 조회수 : 911
흥부전의 유래는 남원시 인월면 성산리와 아영면 성리에서 전해오는 박첨지 설화와 춘보설화를 그 근원으로 보고 있으며 저작연대는 18세기 조선시대이며 작가미상으로 알려져 있다.
남원시 인월면 성산리는 흥부와 놀부가 태어난 곳으로 현재도 놀부의 인물로 알려진 박첨지의 묘와 서당터, 텃밭이 있다. 아영면 성리마을은 흥부가 제비가 물어다준 박씨를 심어 부자가 되었다는 마을로 강정 모퉁이, 고군터, 공구재, 화초장, 흰죽배미 등 흥부전에 나타난 귀에 익은 지명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실제 인물이 그곳에 살았는지에 대한 고증은 어렵지만 이 곳이 흥부전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이 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은 가능하다.
흥부전은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있는 권선징악과 인과응보라는 토속적인 사상이 깊게 배인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내용으로 농경문화 속에 비친 우리 조상들의 순박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 고전이라고 볼 수 있다. 농심은 천심이요 곧고 정직한 마음을 의미하며 흙은 사람을 속이지 않으며 식물은 심는 대로 거둔다는 평범하면서도 깊은 진리가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 투영된 고전이 흥부전이 아닌가 싶다.
지금도 남원시는 1993년부터 매년 10월에는 흥부제 행사를 개최하며 그 행사 일자도 제비가 다시 강남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음력 9월9일 중양절 무렵에 갖는다. 중양절은 9자가 겹치는 날로 가을걷이가 한창인 풍요로운 시기이며 제비가 처음 우리나라에 처음 찾아온다는 삼월삼짇날과 대비되는 날로 흥부전에 주인공으로 나타나는 제비와 연관되어 있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흥부전에서 흥부와 놀부의 줄거리를 연결하는 동물은 제비이다. 제비 때문에 흥부는 벼락부자가 되었는가 하면 놀부는 패가망신의 길을 가게된다.
농부들이 한해농사를 위하여 볍씨를 뿌리는 모판 만드는 시기에 하늘을 대각선으로 가르며 날다가 모판에 이겨진 질긴 흙을 한 움큼 물고 날아가 허름한 초가집 처마 밑에 보금자리를 튼다. 그곳에서 부화하고 새끼를 낳아 한여름을 지나고 가을걷이가 한창인 중양절에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강남으로 돌아간다. 제비는 농부와 함께 벌레를 잡으며 피곤한 농사일로 마루턱에 걸터앉아 풍년초 담배를 신문쪽지로 둘둘 말아 꼰아문 농부를 위하여 위문노래자랑을 한다. 엄마제비, 아빠제비, 아기제비 모두 톤은 달라도 그런 대로 화음이 척척 맞는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서울 강남의 제비는 많아도 농촌에서 날아다니는 제비는 보기가 힘들다. 가을에 동남 아시아나 뉴기니, 호주 등에 돌아간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것인지 한국이 제비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된 것인지 나는 그 원인을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겨울 철새인 기러기와 함께 제비는 가장 흔한 여름철새에 속하였다. 그런데 이 흔한 여름철새가 사라진 것이다. 아이들에게 제비를 실물로 보여줄 수 없고 그림책에서 가르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미디어를 통하여 제공되는 제비의 울음소리가 아무리 해도 생음악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놀부가 제비를 몰 듯이 억지로라도 강남에서 몰아와야 하는 것인지 그 대안이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생태계가 제비가 서식할 수 없는 지역이 되었을까봐 우려가 된다. 너무 독한 농약을 많이 사용하여서 강남에 돌아간 제비들이 모두 한국에 돌아가면 죽는다고 강남에서 소문을 낸 것인지도 모른다.
흥부전에 보면 다리 부러진 제비새끼가 흥부의 도움으로 회생하여 강남으로 돌아가서 흥부의 은공을 제비황제에게 아뢰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스개 소리로 하면 아마 제비황제에게 “농약에 오염된 먹이를 먹고 마누라도 자식도 죽고 저만 혼자 돌아왔나이다”하고 홀아비 제비가 전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우리는 여름철새인 제비가 돌아올 수 없는 환경가운데 살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Signal을 통하여 앞으로 지금 우리 가까이에 있는 또 다른 철새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르는 환경으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가끔 환경 프로그램을 보면 오랜만에 찾은 황새와 재두루미의 모습을 방영한다. 이제는 제비도 이 새들처럼 천연기념물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우리 주위에 있던 친근한 새들이 더 이상 천연 기념물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나는 여기에서 흥부전에 나타난 환경사랑의 마음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는 환경사랑의 마음은 인간애(Humanity) 또는 아름다운 심성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흥부와 놀부가 다른 점은 인간애가 달랐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흥부는 너무 가난하여서 하루 세끼도 먹지도 못하고 수숫대 집에서 살았다. 흥부전에 나타난 흥부의 제비에 대한 인간애가 잘 묘사된 부분이 있다. 그 중에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제비가 자기네 집 처마에 집지을 때 “고대광실 많건마는 수숫대 집에 와서 네 집을 지었다가 오뉴월 장마에 털썩 무너지면 왠 낭패냐” 푸념삼아 말했지만 여기에는 제비를 자기 집의 귀빈으로 맞아들이는 지극한 마음이 숨어있다. 또한 제비새끼가 집에서 떨어져 피를 흘리고 있을 때 하는 말에는 그의 인간애가 잘 나타나 있다. “불쌍하다 이 제비야 은왕 성탕 은혜미쳐 금수를 사랑하여 다 길러 내었더니 이 지경이 되었으매 어찌 아니 가련하리 아기어미 무슨 당사실 있읍네” 흥부 마누라 왈 “애고 굶기를 부자의 밥먹듯 하며 무슨 당사실 있읍네” 흥부는 비록 가난했지만 미물의 제비에 대한 애착이 각별했음을 알 수 있으며 자기 집에 있지도 않은 당사실(당나라의 고급 명주실)을 찾는 그의 모습에서 최고의 진료를 해주고자 하는 진실된 수의사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이런 그의 제비에 대한 지극한 정성으로 인하여 제비는 다음해 그에게 은혜를 갚기 위하여 오늘날 노다지 복권과도 같은 박씨를 물어다 준다.
나는 흥부가 노다지를 얻기 위한 목적의식을 갖고 제비를 치료해 주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한 그는 요즘 현대적인 시각으로 보면 가족의 생계하나 꾸리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서 인간다운 냄새가 있음을 발견하고 오늘날 우리가 지나친 능력 위주 또는 지나친 목표의식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경계하고 싶다.
나는 우리나라에 1970년대 초 처음 도입된 고속버스가 Grey Hound라는 미국산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고속버스가 일반 교통수단으로 바뀌었지만 그 때 우리는 고속버스 타는 것을 대단히 자랑으로 여겼다. 그리고 당시 안내양도 빼어난 미모가 아니면 되기 어려운 시절이었으며 빠르게 달리는 차창 밖에 나타나는 경치나 유물을 안내양은 자세히도 설명해 주었다. 지금 같으면 버스 타기가 바쁘게 코를 골고 졸지만 그 때는 졸고 싶은 마음이 그야말로 싹 가셨다. 특히 휴게소에서 잠시 쉴 때면 옆자석에 앉은 사람끼리 으레 서로의 먹거리를 사가지고 와서 나누어 먹던 아름다운 모습이 있었다. 나는 당시 옆사람이 똑같은 음식을 사가지고 오면 어떠나 조바심을 가졌던 추억이 있다.
우리의 삶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길수록 인간다운 냄새가 사라져 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흥부와 같은 심성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그렇지 못한다. 선을 베푸는 것이 옳은 줄 알면서 그렇지 못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깨는 용기와 아픔을 간직하여야 한다.
우리는 이제 인간다운 인간냄새를 풍기는 사람, Humanity가 있는 사람을 대우하고 평가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환경사랑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이전에 인간과 자연에 대한 관계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기본적인 Humanity를 가져야 한다.
지난 11월 초 어머님의 약을 지어오기 위하여 충북 보은에 갔다가 아내와 함께 속리산 문장대에 올랐다. 이미 단풍으로 곱던 산자락은 겨울을 위하여 가을의 자리를 비워주고 있었다. 곳곳에 쓰레기 투기는 벌금 십만원이라는 글씨가 씌어 있었지만 바위틈에는 일회용 도시락과 음식 찌꺼기가 감추어져 있었다. 쓰레기 되가져오기 운동, 환경범칙금이 적힌 간판 등이 무색하였다. 그 쓰레기를 버린 사람도 분명히 이 곳의 아름다운 단풍을 보러왔다가 그리하였을 텐데 그가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면 되가지고 가야한다는 일말의 양심도 있었으리라 생각해 보았다.
환경보존을 위해서 정부는 제도적인 규범, 각종 환경 행사 등을 주관하고 각 언론 및 환경단체는 다양한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지만 인간 마음 깊숙이 자리한 Humanity의 회복없이는 환경사랑에 대한 실천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누구나 더 맑은 물과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자연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러한 축복은 절대로 저절로 누릴 수 없는 것이며 우리 스스로가 불편을 감수하고 노력하고 희생하는 마음가짐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특히 이러한 마음의 발로가 인간의 Humanity의 회복에 있음을 우리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무너져가는 Humanity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는 그 출발점은 교육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학교교육과 가정교육 또는 사회교육 등 다양한 교육 시스템을 통하여 환경사랑을 위한 Humanity 회복운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치원 시절부터 환경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심성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자연환경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가도 가르쳐 주어야 한다. 하찮은 참새 한 마리도 귀하게 여기고 들에 핀 들꽃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럴 때 인간에 대한 아름다운 마음도 가질 수 있으며 상대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지식과 기능에는 일류를 원하면서 인간성에는 일류가 되라고 왜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Humanity의 회복을 위한 환경교육도 기성세대의 몫임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흥부처럼 제비집에서 떨어진 제비 새끼다리를 측은한 마음으로 싸매고 치료하는 아름다운 인간성으로 돌아갈 때 환경사랑에 대한 실천은 더욱 빛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둘째 우리는 환경사랑을 통하여 자연으로부터 보은표(報恩飄)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보은표는 흥부에게 치료받은 제비가 강남에서 돌아올 때 가져온 박씨에 쓰여졌던 글귀이다. 이 박씨는 제비가 극진히 치료해준 흥부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 강남의 제비황제로부터 받아온 씨앗이다. 이 씨앗은 흥부의 인생을 가난에서 축복으로 반전시킨 계기가 된 것이다.
반면에 놀부는 흥부가 박씨로 인하여 갑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집에 찾아온 제비의 다리를 부러뜨려 치료해주고 이듬해 그 제비로부터 박씨를 받았는데 그 박씨에는 보수표(報讐飄)라는 글귀가 씌어져 있었다. 이 박씨는 제비가 놀부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건네준 것이며 놀부는 이 박씨를 심어 얻은 박으로 인하여 알거지가 되었다.
보은표의 박씨를 심은 흥부의 인생과 보수표의 박씨를 심은 놀부의 인생이 서로 반전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심는 대로 거두는 인생의 평범하면서도 심오한 진리가 포함되어 있다.
환경은 메아리와 같아서 인간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축복을 내리기도 하고 저주를 내리기도 한다. 놀부처럼 눈앞에 자기의 유익만을 위하여 함부로 대하면 엄청난 재앙을 내릴 수도 있다.
금년에는 태풍 루사에 의한 수해를 포함하여 유난히도 수재가 많았던 해이다. 그 때마다 단골매뉴로 등장하는 기사제목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하여 악재 겹쳐”이다. 실제로 광산개발이나 고랭지 채소 개발, 골프장 개발 등으로 인하여 백두대간이 삭도를 댄 로마병사 머리 모양처럼 골이 패이고 있으며 이러한 개발은 경제적인 이익만을 염두에 둔 무분별한 개발의 전형적인 것이다. 자연히 흐르던 냇물의 폭도 개발을 위하여 줄이고 흐름의 방향도 억지로 변경하여 개발할 때 자연은 인간에게 보수표를 줄 것이 분명하다. 인간은 자연재해에 대하여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며 토목공사 등 인위적인 방법으로 재해를 최대한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 때 아름다우며 자연의 이치에 따라 순리적으로 그리고 환경친화적으로 유지될 때 자연은 인간에게 보은표를 줄 것이다.
이 외에도 간척지의 무분별한 개발, 하천의 복개화, 사구의 훼손 등도 개발에 의한 환경파괴의 표본이며 몸보신을 위한 동식물의 노획 등도 인간의 이기적인 자연훼손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지렁이와 같은 미물에서 푸른 숲과 맑은 시냇물 등에 이러한 자연환경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우리 주위에서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이런 자연환경은 태초부터 인간과 함께 공생 공존하는 자연법칙에 의하여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우리는 그 원칙을 거스려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자연이 우리에게 보수표를 던지도록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며 이제라도 흥부의 마음으로 돌아가 자연으로부터 보은표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우리민족의 고전인 흥부전에는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인간애에 기초한 환경사랑의 교훈이 살아있으며 박속과 같이 순수한 우리 조상들의 자연사랑에 대한 마음이 배어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개발이라는 거대한 견인차를 따라가는 환경정책을 발상전환을 통하여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야 하며 경제적인 가치를 생각하는 관점에서 환경의 가치를 먼저 고려하는 관점으로 바뀌어야 자연환경은 인간에게 보은표를 선물할 것이다. 일인당 이만 불의 국민소득 목표도 중요하지만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는 공기와 물을 위하여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위하여 취할 수 있는 환경목표는 무엇이며 이것을 위하여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수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폐기물열분해연구센터, 공학박사>
수정일 2003년 03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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