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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뜰(봄손님...)
2006/01/01 00:00
입력 조회수 : 742
어렸을때 나는 "봄손님"이 정말로 오는줄 알고 있었다.
두,서너 살때부터 철이들때까지 할머니 손에서 자란 나는 이맘때쯤이면 할머니께서
나를 무릎에 앉히시곤 이제 "봄손님"이 오시는구나!.
땅이 녹아 내리는걸 보니 ...
하시며 언땅이 녹아 내린 질척질척한 길을 보며 봄이오고 있다는 말씀을
하시던 할머니 생각이 난다.
그때 까지만 해도 어른들이 말씀 하시는 봄손님 이란 것이
정말로 손님 인줄만 알았다.
그래서 가끔 할머니가 바쁜 시간이면 혼자서 감나무밑에 쪼구리고 앉아
우리집에 봄손님이 오길 기다린적이 있다.
가게에 손님이 많아 바쁜날이면 내가 가게에 있는것이 할머니 한테 오히려
부담이 되어 내가 하루종일 밖에나가 할머니가 말씀하시던 봄을 기다리다
감나무밑이 지겨워지면 기찻길옆에 쪼구리고 앉아
긴기차에 써져있는
글씨들을 읽고 또 읽으며 하루를 보냈고 해가 뉘엇늬엇 지는 어슴프레한
저녁이 찾아오면 그제서야 할머니는 나를 찾아 동네를 돌아다니셨다.
그렇게 하루종일 쪼구리고 앉아 꼬챙이로 흙바닥에 글씨도 써보고
기차에 써있는 글씨를 외우다 시피 읽다보면 어린시절의 하루는 참
빨리 지나갔던것 같다.
그래선지 나는 아직도 기차에 써져있는 "용적"이니 '중량'이니
하는 글귀들이 생각이 난다.
친구도 없이 늘 혼자였던 나는 아주 어린 나이일때부터도 늘 책을
끼고 살았던것 같다.
감나무밑에 누런 종이를 깔아놓고 누워 책을 보다 잠이 들기도 하고
때론 갑자기 들이닥치는 비바람을 피하지 못해 옷이 젖기도 했다.
그렇게 늘 쌓아놓고 읽은 만화책은 그 시절의 유일한 내 친구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런날이면 할머니는 어김없이 나를 등에 업고 집까지 가셨다.
그러면서 늘 "에그..우리 강아지...밥도 못먹고 또 자네...하며 내작은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었다.
정말 할머니의 따뜻한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오면 꼬질꼬질한 얼굴도 제대로
씻지못하고 잠이 들었고 이제 봄손님이 올때가 되었는데 ... 하시는
할머니의 소리를 꿈속에서도 들었던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부모를 떨어져 있던 내 유년시절은 너무 외로웠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든다.
아침에 눈뜨면서 밤에 잠자리에 들기전까지 할머니와 나이어린 고모
뿐이었으니...
그래도 세월은 정직하게 흘러주었고 그 어김없는 시간의 약속에 따라
갈래머리를 땋고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명절때면 할머니댁으로 오시는 손님같은
엄마의 얼굴을 볼수도 있었다.
그리고 봄이 ?...
봄이 사람처럼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라 사계절중 겨울이 지나고 찾아온다는
그 꽃피는 봄이라는것도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입학식은 한창 봄이 시작되는 3월에 있었으니....
그런데 참 이상한것은 ...
그때 할머니가 그랬던것 처럼 나도 요즘은 가끔 나도 모르게 "봄손님"이 오시려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운영
2003년 02월28일
[
피플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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