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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16) 한글체조수련으로 꺼져가는 생명을 이어가는 박완식
2005/12/09 00:00
입력 조회수 : 758
한글수련. 듣도보도 못한 생소한 말이다. 박완식(40)씨가 국내 처음으로 이론을 정립하여 보급하고 있는 명상 수련이다. 한글체조명상 상담 수련회 회장이라는 직함이 말해주듯 그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불태워 전혀 새로운 차원의 명상수련을 개발 보급해 나가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을 이용한 수련이라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발동해서 그를 만나보았다.
그의 하루는 명상으로 시작해서 명상으로 끝난다. 식사는 하루 한끼. 지금까지 저녁 한끼만 먹었는데 앞으로는 식사시간을 아침 한끼로 바꾸려고 한다. 하루 한끼밖에 안 먹는다기보다는 한끼밖에 못 먹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유는 몸이 안 좋아서. 사랑니 때문이다. 사랑니 한개를 99년8월13일 치과에서 뺐는데 그 뒤로 몸이 안 좋아졌다. 아니 만신창이가 됐다.
박도사.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부른다. 심지어 그의 아내도 남편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어찌하여 도사로 불리게 되었을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 방안에서 배낭을 짊어진 채 두툼한 겨울옷을 입고 한쪽 손에는 겨울장갑을 끼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뭔가 깊은 사연이 있음을 직감했다.
이것저것 내키는 대로 마구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눈을 마주치니 그가 먼저 한글수련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세상이 바뀌면 그 시대에 맞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련도 마찬가지. 말하자면 인터넷시대에 맞는 수련모델이라고나 할까.
기존의 수련은 낡아빠진 법만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탈피하여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신생수련이 쏟아져 나왔지만 기존의 수련을 따라 가는 것이 많았다. 세상은 법이 중심이 되는 상황에서, 행동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가는데, 기존의 신생수련도 옛날 수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종대왕이 한글창제로 백성들에게 그 어려운 한자대신 읽고 쓰기를 쉽게 했듯이 한글을 갖고서 수련의 형태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나섰다. 그가 개발한 수련의 핵심은 한글이다. 한글수련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가 처음으로 개발, 보급하고 있는 한글수련은 일반인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아직은 일반인에게 알리는 대신, 제자 12명에게 전수를 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600년 가까이 이 나라를 지배해온 한글은 법체계가 아닌 실행체계다. 인도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한글의 우수성을 쉽게 알 수가 있다. 인도는 굳이 불교의 발상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상이 수없이 많고 성자도 수없이 나왔지만 하늘과 땅차이 만큼이나 엄격한 반상을 나누는 카스트제도가 아직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조선조 500년의 카스트가 단숨에 무너졌다. 그걸 무너뜨린 것이 바로 한글.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한문만 사용했다면 인도처럼 조선조 500년의 카스트가 무너지지 않고 아직도 건재할 것이라고 그는 확신한다. 한글을 통해 양반과 상민이 평준화되고 조선조 500년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법을 깨달은 수백, 수천명의 성자보다도 훈민정음 28자가 훨씬 더 위대하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주목한 것이 바로 한글.
한글보다 더 쉽고 똑 떨어지는 언어는 이 세상에서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실행체계라는 도구가 갖고 있는 삶의 변화능력으로 볼 때 수많은 성자보다 한글이 훨씬 더 낫다고 그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글은 읽고 쓰고 말하기 쉽다. 한글은 읽고 쓰고 말하기 쉽고 편할 뿐만 아니라 표현 또한 똑떨어져서 전달이 명확하고 분명하다. 세상을 지배하는 그 어떤 경전보다도 몇배, 아니 몇십배 이해하기 쉽고 의미전달이 확실하다.
그래서 한글을 쓰는 자체를 그는 수련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서 사람들을 설득하는 자체가 바로 그가 펼치는 한글수련이다.
불교에서는 불경이 있고 기독교에서는 성경이 있고 유교에서는 논어 맹자, 경전이 있는데 우리는 그 무엇보다도 위대한 한글이 있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의 위대한 한글을 사용한다는 것만으로도 바로 수련이 된다는 그의 논리의 근거로 한글은 특별한 관리 없이 우주의 법에 가장 적합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계인의 영원한 사랑을 받는 세계인의 공통어인 아라비아숫자만큼 위대한 한글. 그만큼 표현상징이 우수하고 쓰임의 효율성이 위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한글은 아라비아 숫자 못지않게 우주의 속성에 가장 가깝다고 말하며 또한 한글만큼 위대한 것이 없다고 단언한다.
이를테면 한자를 계속 쓰면 한자의 권위적 속성 때문에 한자를 쓰는 사람 또한 자신도 모르게 권위적으로 흐르기 쉽다는 것이다. 반면에 한글은 한글자체가 가지고 있는 자유분방함 때문에 사람사이에 격이 없어지고 자연스러워지고 평등해진다는 그의 주장에 귀가 번쩍 뜨인다. 그 부분을 사람들에게 설득하고자 지금 이일 즉 한글수련을 보급하고 있다고 그는 몇 번이나 강조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것이 우리 현실인 만큼 그는 한글 수련을 받쳐줄 탄탄하고도 완벽한 이론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한글은 수련이다. 계속 발전시켜서 사용하면 할수록 인간사회의 원리가 우주의 원리에 근사치로 접근할 수 있다. 그가 펼치는 한글수련은 명상법, 호흡법, 운동법, 우주 법체계에 대한 설명 등이 있다. 또한 명상상담, 명상체계, 호흡체계, 운동체계, 그리고 명상상담의 수련과정이 있다. 한글 모양에 대한 것도 있고, 원리적인 것도 있다. 그는 사람들한테 한글의 상징성을 갖고 설명을 한다. 그의 설명을 좀더 들어보자.
한글에서는 핵심이 ‘천·지·인’이다. 아래아(·), 으(ㅡ), 이(ㅣ). 법체계를 설명하는데 이 세자가 상당히 유용하다. ‘아래아(·)=천, 으(ㅡ)=지, 이(ㅣ)=인’은 사람이 태어나서 살고 죽는 것을 그대로 표현한다. 아래아(·)는 뱃속의 점의 상태이고, 이(ㅣ)는 살아서 걸어다니는 상태이고, 으(ㅡ)는 죽어서 누운 상태라는 것이다.
아래아(·), 으(ㅡ), 이(ㅣ)라는 훈민정음 세자로 우주의 원리가 이토록 쉽게 설명된다는 것이 놀랍다. 거의 완벽에 가깝다. 지금까지 이런식의 이론은 없었다. 그가 처음이다. 그것이 그의 한글수련의 핵심이다. 한글을 쓰는 것 자체가 수련이라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한글은 실행체계 수련. 그래서 한글은 모든 종교를 다 실어버릴 수가 있다. 법체계는 서로 부딪쳐서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한글은 전혀 달라서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 한글은 법체계가 아닌 실행체계이기 때문이다. 수련의 새로운 모델이 법체계에서 실행체계로 가고 있는데, 한글이 그렇게 바꿔 버렸다.
우리나라 5천년의 역사에서 한글 이전 수천년의 역사에서 바뀐 전체보다 훨씬 더 많이 바뀐 것은 물론 한글이 나온 이후. 이걸 설득하기 위한 수련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한글이 법적인 의지처가 된다고 본다. 천(·). 지(ㅡ). 인(ㅣ). 음양오행의 원리로 본질에 접근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는 자신이 처음으로 만들어낸 이 한글수련의 이론을 마무리하여 책으로 엮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사랑니를 빼고 거의 혼수상태로 있다가 사흘만에 깨어났다. 이를 빼기 전에는 건강했는데….
처음에 알고 싶었던 궁금증이 이제야 풀린다.
수련을 했으면 사람들에게 근사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서 쑥스럽고 무안하고 미안하다면서 어쩔줄을 몰라한다.
말을 잘 못하는 것도 역시 사랑니를 뺀 이후로 생긴 후유증이다.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랑니 뺀 것이 몸에 심대한 타격을 줘서 거의 말을 못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많이 좋아진 편이란다. 한글 수련을 하면서도 말을 못한다는 것이 묘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여기저기 초청강사로 불려다니면서 활발히 활동을 해왔던 것도 이빨을 뺀 이후로는 몸이 아파서 거의 못하고 있다. 벌써 3년째 물한모금 못먹고 밥한톨도 못먹고 명상을 하지 않고는 잠한숨도 못자고 있다. 지금도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다.
몸상태로 봐서는 숨을 쉬고 살아있다는 자체가 기적같이 보인다. 그는 자신의 건강을 백척간두에 서있는 상태라고 스스로 표현한다. 그런 상태에서 한글수련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는 것이 기적같이 보인다. 그의 한글 수련은 사실 생존을 위한 최후수단이다.
전남 영암이 고향. 중고등학교는 검정고시로 마치고 지금은 방송대 행정학과 3학년 다니다 몸이 이래서 중퇴한 상태다. 81년부터 요가 단식, 명상수련을 해왔으니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는 지금 물 한 모금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엉망이다. 병원에 가도 의사가 원인을 못 찾는다. 몸이 통제가 안 돼 배낭을 메고 허리를 두터운 옷으로 받쳐입고 혼신을 다한 명상을 통해서야 겨우 균형을 잡는다.
머리는 몸을 움직이고 싶어도 마음먹은 대로 신체 조절이 잘 안된다. 그래서 답답하다. 먹지도 못하고 물도 못마시고 눕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살아있다는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한여름에도 두툼한 겨울옷에 배낭을 매야 몸을 겨우 지탱한다. 명상을 통해서 신경을 통제한다. 이빨 빼기 전에는 요가단식으로 건강했다는 몸이 사랑니 하나 뺐다고 해서 어떻게 이렇게 철저하게 망가질 수가 있단 말인가.
그동안 그는 20년 넘게 요가를 해왔고 단식을 13일, 26일, 52일 세차례나 했다. 단식을 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맑아졌다. 요가를 하고 사람을 가르치다가 도사님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단식을 몇 차례나 하고 그것도 남들이 안하는 52일 단식까지 한데다가 한여름에도 겨울옷 입고 지낸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부턴가 도사님이라는 별칭이 따라붙게 되었다.
도사님답게 다른 사람은 잘 치료해주고 어디 아프면 잘 진단해주었고, 늘 막힘없이 얘기해줬다. 몸이 불편해서 찾아오는 사람의 기의 상태를 봐서 식이요법, 기운 조절법, 생활처방 등 민간요법을 정확하게 처방해 주었다. 속된 말로 다른 사람 몸 불편한 것은 잘 고쳐 주면서 자신의 몸은 망가졌으니 이 또한 묘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른쪽 사랑니 뺀 것이 천추의 한이 되었다는 이사람. 그러고 보니 그에게 명상은 생존의 수단이다. 하루하루 한글명상이 하루하루 생명의 수단이자 연장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사랑니 함부로 빼지 말라고 절규한다. 당장이라도 영영 쓰러져 못 일어날 것 같은 저 몸으로 한글명상을 개발하고 보급하고 있다니 그의 피나는 자신과의 싸움은 생명을 건 사투가 아닐수 없다. 20년 넘게 해온 명상수련으로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명상 수련으로 생존. 지금까지 쌓아온 명상수련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사랑니 뺀 이후로 병원에 두 번 갔지만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어서 발길을 돌려야 했단다.
천지인자세로 명상을 하고 통증도 명상으로 가라앉힌다. 명상을 통해 생명이 유지되는 느낌이다. 병원 왔다갔다하다가 그때마다 명상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몸이 다운된 이후로는 어치피 물 못먹고 밥 못먹고 극단적인 상황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판에 이제는 병원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단다.
때로는 안 살고 싶을 정도로 몸이 엉망이 되었지만 그래도 운명인 듯 싶다면서 그 상태로 한글 명상을 보급해 나가는 그를 차마 똑바로 바라 볼 수가 없다. 이빨을 뺀 후 1년동안은 척추가 다 풀려버려 온몸을 다 꽁꽁 붙들어매고 명상으로 이겨냈다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목숨을 건 한글 수련이다.
그에게 후원자라도 나타나서 그가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빌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고 집에 오는 내내 마음속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 김명수기자/
www.people365.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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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9월8일22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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