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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젖어있는 열한개의 소품] (33) 이야기 둘 (5)
2005/12/04 00:00
입력 조회수 : 711
◇웨딩드레스 -돈으로 거래 된 사랑 5
"어머, 내 정신 좀 봐. 점심이 많이 늦어버렸네? 진석씨 시장하지 않아요?"
"조금은..."
"미안해서 어쩌죠? 구경에 정신이 팔려 깜빡 잊고 있었어요."
"도대체 왜 그러는데?"
"점심 드셔야 하잖아요. 어서 집으로 가요. 다행히 엊저녁에 사다가 다듬어 놓은 해물이 있으니 얼른 끓여 드릴게요."
점심 한끼 늦어진 것이 큰 죄라도 되는 것처럼 부산을 떨고 있는 그녀가 귀엽게 느껴진다.
"이봐.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
"시간이 많이 늦었잖아요."
"글쎄, 괜찮아요. 점심은 밖에서 해결할 테니까."
"밖에서요?"
"오랜만에 나왔으니 근사한 데 가서 외식도 하고 구경도 더해야지."
"밖에서 사먹는 음식은 비싸지 않나요?"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한 질문에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걱정하지 마. 외식 한끼 못시켜 줄 정도로 가난한 사람은 아니니까."
"그런데다가 괜히 돈 쓸 필요 없는데..."
"뭐 먹고 싶어?"
"......"
"뭐 먹고 싶냐니까?"
"어떤 것들이 있는데요?"
이런, 내가 바보같은 짓을 했군. 다인이 서울 사정을 잘 모른 다는 사실을 깜빡 했어. 그렇다고 알고 있는 음식 이름을 모조리 읊어줄 수도 없고...
"혹시 달팽이 요리 먹을 줄 알아?"
"TV에서 본적은 있어요.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리라고... 하지만 저는 싫어요. 괜히 값만 비싸고..."
"달팽이라서 싫은 거야, 비싸서 싫은 거야?"
"둘 다요."
"좋아, 그러면..."
"선전에서 보니까 햄버거가 먹음직스러워 보이던데..."
"햄버거?"
"하나에 천 원짜리도 있다고 하던걸요?"
"선전에서 보면 푸짐해 보이지만 정작 먹으려 들면 실속은 하나도 없는 게 그거야. 그리고 여기까지 나와서 무슨 햄버거야? 차라리 김밥 한 줄 사먹는 게 낫겠다."
"그럼, 김밥 먹을까요?"
"정말, 분위기 못 맞추네..."
"나는 아무거나 좋은 데..."
"알았어. 그렇게 부담이 되면 싼 집으로 가자고."
"어디로 갈 건데요?"
"잘 아는 삼겹살 집이 있어. 설마 돼지고기도 싫어하는 건 아니지?"
"아뇨. 아주 좋아해요."
그녀는 활짝 웃음 지으며 내 팔에 매달렸다.
"어서 가요. 막 배가 고파지는 것 같아요."
정말이지 귀여운 구석이 많은 여인이다. 계약 관계라는 사실을 문득문득 잊게 만들 정도로...
백산
수정일 2003년 02월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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