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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판말판 인생판] (10) 눈뜨고 빼앗긴 내돈
2005/11/24 00:00
입력 조회수 : 830
"경마야 너 잘 만났다. 어디 나하고 한판 겨뤄보자꾸나.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어디 한번 끝까지 싸워 보자꾸나"
경대가는 전쟁을 하는 기분으로 경마장에 간다. 마치 치열한 한판 승부를 건다는 기분으로 경마를 한다. 경마장에 가는 날은 꼭 전투에 참가하는 전사가 된 기분이다. 경마에 미친 경대가. 한번 고배당을 맞춘 이후로 그는 주말마다 경마장에서 살고 있다. 그가 경마장에 뛰어든 것은 순전히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는 경마 때문에 패가망신한 분이다. 경마에 빠져 그많은 재산 다 날리고 당신 몸까지 망친 분이다. 지금은 건강이 악화되어 당뇨에 심장병에 간경화에 황달까지 왔다. 경대가는 그런 아버지가 미웠다.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불쌍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도대체 경마가 뭐길래 아버지를 저토록 처참하게 패가망신 시켰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우리가정을 박살낸 경마에 도전하고 싶었다. 도전해서 경마를 정복하고 싶었다. 그렇게 경마에 뛰어들었다. 토요일 마지막 경주에 베팅을 해서 88.8배의 고액 배당을 맞춘적도 있다. 3만원을 투자해서 266만6천원을 찾는 횡재를 했던 그때의 황홀한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오늘은 또한번 고액베팅에 승부를 거는 날이다. 어제부터 하루종일 아무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연구를 했다. 이리 저리 머리를 싸매고 굴려서 적중마를 예측했다. 그가 노린 승부레이스는 토요일 제 3경주. 비인기마인 1번 기마와 역시 비인기마인 9번 자갈을 그는 1, 2착마로 꼽은 것이다. 왜 하필 비인기마? 그러나 그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오늘 같이 날씨가 불량할땐 기대이상으로 펄펄 날았던 전력이 있던 말이다. 물론 그가 예리한 눈으로 관찰해서 알아낸 노하우다. 경대가는 자신이 꼽은 1,9번마가 나란히 1,2착할 확률을 99%로 잡았다. 그럴때는 팍 질러버리는 거다. 그는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끌어가지고 경마장에 왔다. 무려 200만원이다. 드디어 마권을 팔기 시작한다. 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3경주가 시작 되기 직전이다. 역시 팬들의 예상은 인기마에 집중되었다. 경대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신이 꼽는 두말은 복승식 배당률이 1천배를 오르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다렸다. 마감 직전에 마권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마감 30초전. 드디어 때가 왔다. 그가 창구에 마권을 내밀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순간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옆에 있던 사람이 마권을 구입하려던 경대가를 밀어내고 새치기를 한 것이다. "어어어어, 이거 왜 이래요. 내가 먼저 줄서있는데 이래도 되는 건가요" 경대가는 밀려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몸싸움을 했다. 그러다 마주친 눈. 험상궂은 표정이었다. 코끼리 같이 큰 덩치에 금방 잡아먹을 기세로 경대가를 노려보는 것이었다. 경대가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리고 마권창구는 마감 되었다. 경대가가 살 마권이 그렇게 새치기 꾼에게 넘어간 것이다. 경대가는 그가 바로 큰 손에 동원된 어깨라는 것을 직감했다. 마권을 산 그는 씨익 한번 웃고는 사라져 버린다. 경대가는 모래를 씹은 기분이었다. 경주는 끝났다. 결과는 예상대로 경대가가 찍은 비인기마 두마리가 나란히 1, 2착으로 들어왔다. 복승식 배당 무려 1007배. 만원을 투자하면 1007만원을 찾아갈수 있는 대박이다. 경대가가 가져온 200만원을 3경주에 걸었더라면? 어림짐작으로도 엄청난 거액이다.
경대가는 자신에게 돌아올 거액을 다른 사람에게 도둑 맞은 기분이었다. 눈뜨고 도둑맞은 참담한 기분. 경대가는 다음에는 절대로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김명수
수정일 2003년 01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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