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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젖어있는 열한개의 소품] (31) 이야기 둘 (3)
2005/11/22 00:00
입력 조회수 : 737
◇웨딩드레스 -돈으로 거래 된 사랑 3
휴우... 드디어 또 하나의 작품을 탈고했다. 이번 작품은 십대들의 폭력적 사랑과 중년 사내의 원조교제가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이 시대의 왜곡된 사랑이 테마이다.
서로 눈만 맞으면 사랑이라 하고, 사랑하는 사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섹스를 요구할 수도, 즐길 수도 있는 것이 요즘의 젊은 세대라고들 하지만 아직도 예전과 변함이 없는 것은 그들의 사랑이 소유적 욕구와 잘 구분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나와의 섹스는 당연한 것이지만, 내 파트너가 타인과 섹스하는 것은 죽어도 안 된다'라는 고정관념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회에는 섹스의 상품화와 개방화가 만연해 있으면서도 개별적인 사랑과 섹스는 여전히 숭고한 영역으로 남아있는 아이러니컬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참으로 웃기는 얘기다. 쉽게 사랑이라 말하고, 쉽게 섹스를 나누고, 또한 쉽게 헤어지
는 풍조를 스스럼없이 살아나가면서도 파트너의 섹스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하지 못한 이율배반적인 사회정서가 말이다. 더구나 개방과 속도로 대변되는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이 조선시대에나 어울릴법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니 말이다.
혹자들은 이런 현상을 사회 깊이 뿌리박고 있는 유교적 관습의 소산이라고 말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인간 근본에 잠재해 있는 이기심의 발로로 보일 뿐이다. 나는 얼마든지 많은 사람과 뒹굴며 즐겨도 상관없지만 내 파트너만큼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그러면서도 그 중 한 일원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간다. 저 사람만큼은 나처럼 살아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애써 자위하면서 말이다.
나는 정말 이해 할 수가 없다. 성이 이미 상품화 되어버린 세상을 살아가면서 왜 내 결혼 상대자만큼은 과거의 순결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 이번 글을 썼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소유와 사랑과 섹스를 동일시하는 청소년의 폭력적 사랑이 섹스와 사랑을 별개로 취급 할 수 있는 한 중년 사내를 만났을 때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은 파멸이다. 너와 내가 공멸하는 파국 말이다. 여기서 내가 역설적으로 던지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살아가라는 메시지다. 내가 그렇고 네가 그렇다면 이 사회에는 이미 순결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 괜히 허황된 사랑관에 빠져 불행을 자초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메시지 말이다.
섹스란 단지 오늘의 그녀를 즐기는 것이지 어제와 내일의 그녀까지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 파트너는 언제나 순결하고, 섹스는 항상 즐거울 것이다. 내 파트너가 다른 사내와 자면 어떤 심정이겠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아무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그녀가 지금 다른 상대와 즐긴다면 나 또한 다른 여자를 찾으면 될 뿐이고, 내일 다시 만났을 때 그녀가 나를 원하고, 내가 그녀를 원한다면 그 날의 시간만큼 즐기면 그뿐 아니겠는가?
하긴...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막상 TV 카메라 앞에 서면 성인군자와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주절거릴 뿐이다. 물론 방송작가가 써준 대본대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온 세상이 가식으로 덮여 있고,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내 직업이 대중소설 작가인 이상 대중을 외면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래서 작품도 항상 역설적으로 쓰는 것이고...
백산
수정일 2003년 1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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