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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젖어있는 열한개의 소품] (30) 이야기 둘 (2)
2005/11/14 00:00
입력 조회수 : 717
◇웨딩드레스 -돈으로 거래 된 사랑 2
기자도 바보는 아닐 테니 여기서 말이 더 길어지면 아주 귀찮아질 것이다. 대충 얼버무린 상황이니 이쯤에서 쫓아버리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제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안 주셨습니다."
"삼십 분 후에 약속이 있어서 곧 나가야 하는데 아직 아무런 준비도 못했습니다."
"그럼, 섹스자유주의자라는 말을 인정하시는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내일 다시 전화하기로 하지요. 지금은 정말로 바빠서..."
"하지만 먼저 번에도 전화 인터뷰 약속을 어기시지 않았습니까?"
"내일 전화하시면 반드시 받도록 하지요. 그럼..."
나는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이제는 제발 가달라는 눈빛과 함께.
"어쩔 수 없군요. 그럼 내일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러시지요."
쾅!
기자가 나가자마자 문을 거칠게 닫아버린다. 세 개의 자물쇠를 연속해서 잠가버린다. 거실로 돌아와 전화기코드를 뽑아버린다. 마지막으로 휴대전화만 꺼버리면... 이런 침실에 두고 나왔군.
"이봐!"
꽤 크게 소리쳤는데, 대답이 없다.
"기자 녀석이 갔으니 이제 나와도 돼!"
그제야 방문이 살며시 열리며 그녀가 얼굴을 내민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다. 기자가 오기 전까지 섹스를 하던 중이었으니까.
"가서 옷 입고 올게요."
그녀는 연변 교포 특유의 억양으로 말을 하고는 두 손으로 중요한 부위를 가린 채 옆방으로 잰걸음을 놀린다.
"아직 다 끝나지 않았잖아. 그냥 이리 와."
"네? 그럼, 다시..."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괜히 방해받고 싶지 않으니까 내 방에 들어가서 휴대폰 스위치나 끄고 이리 나와."
"소... 소파에서요?"
"좋잖아? 침대보다 분위기 있고."
"하지만..."
"괜히 내숭 떨지 말고 얼른 휴대폰이나 끄고 와."
"알겠어요."
요즘은 연변 교포들도 돈맛이 들어 예전 같지 않다지만, 다인만큼은 다르다. 가정부 겸 섹스 파트너로 고용한지 벌써 한 달이 다 되가는 데도 그녀는 아직 순수함 그 자체다. 매일 살을 섞으면서도 알몸을 보이면 부끄러워하고, 내가 무슨 요구를 해도 대꾸하는 법 없이 순종한다.
어차피 몸을 파는 일이니 창부와 다를 게 없으련만, 다인은 마치 새색시처럼 행동한다. 물론 서로 간에 약정한 보수 이외에 더 바라는 눈치도 없다 그래서 더욱 예쁘다. 그동안 동남아나 중국에서 많은 여자들을 사서 부려보았지만 다인과 같은 여자는 하나도 없었다. 보통은 며칠 지나지 않아 창부의 기질을 드러내거나 돈을 긁어내지 못해 안달이었다. 때문에 두 달을 넘기지 못해 여자를 바꿔야 했다. 그러려면 현지에 가서 직접 물색하고, 에이즈에 걸리지 않았는지 건강검진을 시키는 등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를 소비해야만 한다. 덕분에 일 년에 두세 달은 외국에서 지내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다 보니 동남아나 중국의 밤거리에 대해서는 그 나라 사람들보다 더욱 빠삭하게 꿰고 있다. 환락의 극치를 이루는 방콕의 밤거리, 유창한 영어실력 만큼이나 개방적인 필리핀의 여성들, 서울의 유흥가 한 귀퉁이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와이탄(상해를 가로지르는 하천) 강변의 난징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직업 여성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직업여성들이 많은 사내를 상대하면 어떤가? 중요한 것은 나와 함께 하는 동안 얼마나 충실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느냐 하는 점이다. 그 시간만큼만 내게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그 이외의 시간에 무엇을 하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만약 사내들이 순백의 고결함을 원한다면 자신부터 순결함을 지켜야 할 것이다. 스스로가 그렇지 못하다면 아무리 순결한 여자와 만나더라도 자신과 함께 하는 순간 더러워질 테니 말이다. 아무리 새하얀 무명옷으로 단장한 여자라 해도 진창에서 뒹굴던 사내가 한 번만 안아버리면 금방 더러워지는 것처럼...
그러니 거리의 여자든 시골 처녀든 문제 될 것이 없다. 내게 필요한 것은 좀더 자극적인 섹스 파트너일 뿐이니까.
"저..."
엉뚱한 생각을 너무 길게 한 모양이군. 언제부터 그러고 있었는지, 그녀가 긴 베개를 껴안은 채 매우 수줍은 표정으로 머뭇거리고 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매우 특별한 자극제이다. 그 어떤 테크닉보다도 나를 흥분시키는...
손목을 살짝 잡아당기자 다인은 베개를 앉은 채 내 위에 포개어 엎어진다. 이제 나는 그녀의 심연(深淵)으로 빠져 들어간다.
백산
2003년 01월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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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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