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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젖어있는 열한개의 소품] (29) 이야기 둘 (1)
2005/11/13 00:00
입력 조회수 : 655
◇웨딩드레스 -돈으로 거래 된 사랑 1
"김 작가께서는 원래 아름다운 사랑을 주요 테마로 삼아오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왜 요즘은 비정상적인 사랑만 다루시지요? 변태적이고 광란적인 섹스라든가 죽음을 동반하는 그런 부류의 사랑 말입니다."
나는 일단 인상부터 찡그렸다. 모 주간지 기자라는 이 작자는 아무래도 내게 시비를 걸러 온 것 같다. 이래가지고는 호의적인 기사가 나올 리 없다.
"같은 사랑을 계속 다루는 일에 권태감을 느꼈다고 해두지요."
나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답해버렸다. 그러자 기자의 눈빛이 금방 야릇하게 변한다.
"권태감이라면... 싫증을 느꼈다고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귀찮은 자식...
"싫증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지요. 갈증이라고 할까요? 색다른 사랑에 대한 갈증, 열망... 뭐 그런 말로 해석하시면 될 겁니다."
"그러니까 평범한 사랑에서 오는 권태감이 색다른 사랑에 대한 갈증으로 발전했다는 얘기로군요..."
수첩에다가 부지런히 메모하는 것으로 보아 입으로 주절거리는 그대로 쓰고 있는 게 분명하다. 기자들이란 정말 귀찮은 존재다. 미묘한 부분만 골라서 질문하니 말이다. 내가 아직 유명 작가가 아니었던 시절에는 기자들을 한 번 만나봤으면 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저 상대하기 껄끄러운 손님일 뿐이다. 사생활까지 시시콜콜 파고드는...
"소문에 의하면 묘령의 아가씨들과 열애 중이라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이 질문이 왜 안 나오나 했더니, 역시...
"서른세 살 노총각이니 당연한 일 아닙니까?"
"문제는 '아가씨'가 아닌 '아가씨들'이라는 데 있습니다. 하나가 아닌 여럿이라는 점이 세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래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단순히 대답하면 안 되는 데... 깜빡했어. 아마 나이트에서 만난 계집애들과 가끔 어울렸던 것이 문제가 된 모양이군. 하지만 그런 걸 열애라고 하다니 좀 우스운걸? 하룻밤 놀아났다고 다 열애가 되나? 그런 식으로 따지면 나는 한 달에도 수십 명과 열애한 꼴이 되겠네. 물론 근래 들어서는 나이트에 가지 않지만 말이야. 어쨌든 뭐라고 둘러대기는 해야겠는데...
"집안 어른들의 성화에 못 이겨 선을 몇 번 봤더니 그런 얘기가 떠도는 모양입니다."
"그런 것이 아니던데요? 전하는 말에 의하면 목격 된 장소가 대부분 나이트클럽이나 호텔이라고 하던데요? 아가씨들의 나이도 매우 어려 보였다고 하고요... 혹자들은 미성년자가 아니었나 하고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제야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되는 모양이군. 집요한 자식...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겠지요."
"김 작가께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만 하다면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테니 잘못 된 소문일 가능성이 크겠지요. 하지만 김 작가께선 토요일 쇼프로에 출연하는 방송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이 널려있지요. 그만큼 관심도 많고요."
이 정도 되면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묻고자 하는 요점이 뭡니까?"
"김 작가께서도 혹시 섹스 자유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섹스에도 자유가 필요한 겁니까? 나는 섹스 자체가 자유라고 생각하는데요? 쌍방의 자유가 배제 된 섹스라면 그건 강간 아닙니까?"
이건 교묘한 논점 흐리기다. 섹스자유주의를 섹스와 자유라는 두 단어로 나누어버리면 논제가 전혀 달라지니 말이다. 역시 저 기자 녀석도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백산
수정일 2003년 1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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