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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바람의 꽁트] (42) 나는 이래서 회사를 차렸다
2005/10/23 00:00
입력 조회수 : 793
이제 내나이 60이다. 직장생활로 젊은 청춘 다 바치고 55세로 정년퇴직을 하였다. 나는 무엇인가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나섰다. 돈벌이가 아닌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시민운동가는 아니지만 무언가 이사회를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
평소에 나는 지하철이나 버스등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한다. 나는 지하철을 탈때마다 승객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는 버릇이 있다. 특히 경노석. 경노석에는 젊은 이들이 주로 앉아있다.
노인들은 아예 그곳에 앉기를 포기한다. 젊은이들이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을 많이 본다. 나는 그꼴을 보지 못한다. 나는 결심했다.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이 상관할바 아니라고 방관하고 넘어가 버린다면 그거야 말로 정말 큰일이 아닐수 없다. 나는 비록 힘이 없고 미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에 불과하지만 부딪쳐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탔다.
경노석에 역시 젊은이가 앉아서 있다. 신문을 보고 있다. 나는 젊은이의 어깨를 흔들었다. 젊은 승객이 신문 위로 고개를 들어 나를 노려본다. 기분나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나는 정중하게 말했다. "젊은 양반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이곳은 노약자가 앉아서 가는 경노석이니 만큼 아픈 사람이 아니면 당장 일어나라는 암시였다. 그러나 젊은이는 아니꼽다는 식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대꾸도 않고 신문을 보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어깨를 흔들었다. 그대로 물러나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이번에는 젊은이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도대체 왜그러는 겁니까?" 나도지지 않고 응수했다. "이곳은 경노석이니 젊은이는 일어나야 되지 않겠습니까?"
"뭐 이런 사람이 다있어. 오늘 재수 더럽게 없네" 젊은이가 악담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칸으로 가버렸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구경만 하고 아무소리도 하지 않았다.
경노석앞에는 아예 노인들이 없다. 복잡한 전동차 중앙에 서있다. 왜 경노석에 앉지 않고 서서 가느냐고 물어보았다. 경노석에 버티고 앉아있는 젊은이들이 부담스러워 아예 그근처에는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노석 근처에는 일부러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래서는 안된다.
무언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었다. 이나라가 동방예의 지국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그말을 듣고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수가 없었다. 노인을 모시고 경노석으로 갔다. 젊은이보고 일어나라고 했다. 젊은이가 기분나쁜 듯 인상을 쓰면서 일어난다.
노인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경노석에 앉는다. 한학생은 워크맨을 듣는다. 팝송이라도 흘러나오는 듯 어깨를 흔들면서 중얼거린다. 워크맨 성능이 안좋은지 노래가 옆사람에게 새어나온다. 나는 그냥 보고 지나칠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학생에게 워크맨을 끄던지 아니면 소리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조용히 듣고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학생의 얼굴표정이 험상궂게 일그러진다. 주변의 사람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두사람을 바라본다.
나는 학생에게 조용히 타일렀다. 이전동차는 학생 혼자타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사람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 말이 가관이었다. "아니 당신이 언제봤다고 나한테 시비를 거는 겁니까. 댁이 내 아버지라도 됩니까?"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설수는 없었다. 학생 혼자만 타는 자가용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이학생이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욕을 하면서 자리를 피한다. 우리사회가 이렇게 되어간다는 것은 기성사회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복잡한 출근길 러시아워시간. 전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타고 간다. 노란색의 중앙선이 있는데도 무시하고 사람들이 양쪽에 서있다. 나는 하나 하나 작은것부터라도 뜯어고쳐 나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중앙선 오른쪽으로 서라고 했다. 왼쪽은 급한 사람들 걸어올라갈수 있도록 비워두라고 했다. 처음에는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 계속 그렇게 질서유지를 호소하니 이제는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줄을 서서 타고 간다.
왼쪽은 비워두고 오른쪽으로 붙어서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가는 승객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아름답다. 진작에 이렇게 질서를 지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작은 일이지만 한달만에 이곳 5호선 서대문역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질서의식이 확실히 자리잡은 것이다.
나는 이런 작은 변화를 통해 노력하면 된다는 가능성을 확신하였다. 나는 더욱 적극적으로 우리사회의 질서를 뜯어고쳐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산을 즐겨찾는다. 산에 가면서도 사람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
나는 좀 조용히 할수 없느냐고 말했다. 별 미친사람 다있다는 식으로 나를 노려본다. 나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 혼자사는 세상이 아니니 조용히 하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당신이나 잘하라면서 목청을 높이고 삿대질을 한다.
나도 물러서지 않았다. 나는 이땅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까지 불타올랐다. 산에 오르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같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했다.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한사람 한사람을 설득해 나갔다.
일주일 이주일 한달이 되니까 산에 올라가면서 괴성을 질러대는 사람들이 없어졌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처음에는 불가능할것만 같던 일들이 나의 노력으로 조금씩 달라지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
나는 좀더 적극적으로 일거리를 찾아나섰다. 목욕탕에 갔다. 알몸으로 바닥에 큰대자로 누워 자고 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어디 불편하십니까? 구급차를 불러드릴까요?" 그랬더니 나를 노려보면서 남이야 눕건 말건 무슨 상관이냐면서 소리를 버럭 질러댄다.
나는 대꾸했다. 만일 목욕탕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이 당신같이 바닥에 알몸으로 큰대자로 벌렁 누워 있으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못마땅하다는 듯 얼굴에 오만 인상을 쓰면서 마지못해 일어난다.
그렇게 일주일 이주일 한달이 지나면서 내가 다니던 단골목욕탕엔 그런 일이 사라졌다. 나의 작은 노력이 이루어낸 결실이다. 나는 동지들을 규합했다. 어느날 친구들과 어울린 술자리에서 나는 말을 꺼냈다.
나는 질서를 바로잡는 회사를 차리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이 박수를 쳤다.그중에 한친구가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자기도 대찬성이라면서 동업을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건장한 청년 보디가드를 한명 고용해서 3인일조로 다니면서 질서운동을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웠다. 회사이름부터 짓기로 했다.
머리를 짜냈다. 결국 민완경찰대라고 이름지었다. 그래서 회사이름이 민완경찰대이다. 규모로 보면 이보다 더 작을수 없는 초미니회사이지만 우리는 비뚤어진 세상을 올바른 세상으로 바꿔보겠다는 큰 뜻을 품고 출발했다. 사원이라고 해봤자 정년퇴직한 나와 내친구 그리고 젊고 건장한 보디가드 등 3명이 전부다.
나와 내친구는 당연지사 무보수이고 보디가드는 한달에 100만원 월급쟁이다. 이제 겨우 회사가 출범한지 3개월밖에 안된다. 처음에는 봉변도 많이 당했다. 지하철 경노석에서 아들뻘 되는 젊은이에게 일어나라고 했다가 얻어맞기까지 했다. 그럴 때 보디가드가 나서서 해결해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그러나 한달 두달 석달이 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원봉사자도 제법 늘었다. 보디가드 월급도 처음에는 나와 내친구의 주머니를 털어서 부담했는데 이제는 회원들의 기금으로 해결하게 되었다.
앞으로 회사를 더욱 키울 생각이다. 이땅에 모든 질서가 바로잡힐때까지 나는 이일을 계속할 작정이다. 오늘도 정신없이 뛰다보니 하루가 금새 지나가 버렸다. 회사에 다닐때보다 더 바쁘게 살아가는 내가 자랑스럽다.
직장에서 물러난 나에게 아직도 할일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분좋다.
김명수
수정일 2002년 12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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