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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판말판 인생판] (5) 경주마도 할말있다
2005/10/21 00:00
입력 조회수 : 776
과천벌의 쌩쌩이가 인간들에게 할말 있다. 먼저 나를 소개한다. 나는 쌩쌩이라는 이름을 가 진 경주마다. 나이는 다섯살이고 국산말이다. 그리고 숫말이다. 말만 숫말이지 실제는 일찌 감치 인간들에 의해서 거세를 당해서 성기능이 사라진지 오래다. 내 의견도 안물어 보고 거세를 하다니… 본능적으로 타고난 성기능조차도 인간들에 의해서 강제로 박탈 당한 불쌍한 말이다. 그날 이후로 마요일이면 경마장에 개처럼 끌려나와 경주 만 하면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마요일만 되면 나는 바쁘다. 과천 경마장을 가득 메운 인간들의 돈이 걸린 경마에 선수로 뛰기 때문이다. 경마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우리가 아닌가. 경주마 말이다. 경주마가 없으 면 경마는 꿈도 못꾼다. 이거야 말로 앙꼬없는 찐빵이요, 경주마없는 경마 꼴이 아니고 무엇 인가. 그런데도 왜 인간들은 우리를 푸대접하는지 정말 미치겠다. 한마디로 억울하단 말이다. 죽어 라고 뛰기만 하는 경주마의 고달픈 심정을 어디 한번 생각해 준적이 있느냐? 이 인간들아. 있다면 있다고 말좀 해 보시지. 왜 대답을 못하시나? 아니면 같잖아서 말을 안하는가? 말이 하는 말이 우습게 보이냐? 이 인간들아. 말이 하는 말은 말같지 않냐? 이 인간들아! 우리 말들은 당신들 인간들 돈놀이판에 동원되기 위해 밤잠도 못자고 새벽부터 주로에 나와 뛰고 달리는 데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알기나 하냐? 이 인간들아. 우리의 소중한 동료들은 이추운 마요일에 목숨걸고 경주를 하고 있다. 위험한 경주를 하다 가 잇따라 동료들의 발목이 부러져 퇴출당하고 미끄러져 치명상을 입어도 어느 인간 하나 나서서 우리를 위로 해주지도 않더라. 발목이 부러져 우리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어떤 인간들은 자신의 상금이 날아갔다며 우리를 향해 고래 고래 욕하는 인간들도 있더라. 어떻게 그럴수가 있나?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는거 아니야? 이 인간들아. 정말 어쩌면 그 렇게 정이 없는지 기가 막히다 못해 말이 안나온다. 말도 생명체다. 기계가 아니라 인간처럼 살아움직이는 소중한 생명체란 말이다. 그런데 어 떻게 우리에게 이럴수가 있나? 어떻게 이렇게 기계 다루듯 함부로 대할수가 있나? 우리라 고 감정이 없는 줄 아나? '이에는 이, 눈에는 눈'처럼 우리도 한번 그렇게 해볼까? 우리도 인간들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 한번 어겨볼까? 인간들이 베팅한 돈 날아가게 우리도 훼방좀 놓아볼까? 당신들이 우승하리라고 기대하는 우리말들 일부러 1등 안하고 장난좀 쳐 볼까? 그러면 당신같은 인간들 돈잃고 빈주머니 차겠지. 당신들 돈잃도록 그렇게 우리가 청개구리 처럼 놀아볼까? 일등 기대하고 돈 왕창 걸으면 일부러 꼴찌하고 그렇게 한번 놀아볼까? 어때? 그러면 약오르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이 인간들아. 그러나 걱정하지마. 그런 치사한 행동은 하지 않을 테니… 우리도 양심은 있으니까. 우리도 경마장이 복마전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쓰고 싶지는 않으니까.
김명수
수정일 2002년12월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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