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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젖어있는 열한개의 소품] 이야기 하나 (25)
2005/10/20 00:00
입력 조회수 : 692
◇까만색 반부츠-누군가를 대신한 사랑 25
저는 커다란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과연 어떻게 생긴 여인이었기에 당신이 부인으로 오해했을까하는... 저는 빠르게 다음 장을 넘겼습니다.
<요 며칠동안 나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소. 당신을 닮은 그녀 때문이지. 그래서 내일부터는 그녀를 한 번 찾아보려 하오. 미친 짓일 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야 마음이 편하겠는 걸 어쩌겠소.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당신... 아니 그녀를 처음 보았던 그 곳으로 가보아야 하겠소.>
결국 그녀를 찾아 나선다는 대복에서는 제 가슴이 괜히 두근거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는 순간 저는 그 자리에 얼어 붙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사흘 동안 그 근처를 배회한 끝에 오늘에야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소. 정말 당신과 꼭 닮았더군. 물론 쌍둥이처럼 닮지는 않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당신 그대로였소. 그래서 당신에게 선물하려 했던 그 부츠를 신겨주었소. 시신이 이미 굳어버려 당신에게 신겨 줄 수 없었던 그 부츠를... 마치 당신에게 신겨주는 기분이 들더군. 그래서인지 지금은 마음이 한 결 편하다오.>
부츠를 신겨 주었다면... 그럼, 당신이 찾아 헤맸다던 그녀가 저였단 말입니까?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저는 앨범을 뒤져 부인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았습니다. 그제야 알겠더군요. 부인과 제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것을... 그런데 왜 처음 보았을 때는 눈치 채지 못했을 까요?
<오늘은 선배가 운영하는 회사에 가 보았소. 여러 번이나 놀러오라고 종용하기에 한 번 가보았지. 물론 선배가 자리를 비워두었다고는 하지만 들어 갈 생각은 없었소. 그냥 인사차 갔던 것이지. 그런데 정말 믿을 수 없게도 그녀를 그 곳에서 다시 보았소. 먼발치였지만 그녀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소. 바로 당신을 닮은 여인이었으니까. 선배에게 물어보니 콘텐츠 기획 팀장으로 새로 영입했다고 하더군. 아무래도 선배의 제안에 따라 그 회사에 들어가야 할 것 같소. 그렇다고 그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은 당신이 알아줬으면 하오. 나는 단지 당신의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오.>
저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나를 본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아니 내 모습 너머에 있는 부인을 본 것이었다니... 하지만 저는 다음을 기대하며 다시 지면을 넘겼습니다.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 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그녀와 저녁을 먹었소. 먹는 모습도 당신과 꼭 닮았더군. 정말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소. 당신과 다시 마주 앉은 기분이었으니까. 식사 후에는 술을 한 잔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었소. 대화의 내용은 달랐지만 당신과 다시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하기 그지없었소. ......>
당신은 여전히 내가 아닌 부인과 만나고 있었습니다. 당신, 당신, 당신... 지면을 가득 메운 부인에 대한 글들이 제 눈을 흐리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빠르게 지면을 넘겨 나갔습니다.
백산
수정일 2002년 12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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