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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바람의 꽁트](36) 납량시리즈 3 / 도깨비에 죽은 실화
2005/09/20 00:00
입력 조회수 : 825
내가 어려서 가장 무서워했던 것이 몇가지 있다. 어두운 밤에 화장실 가는 것이다. 시골의 재래식 화장실. 어떤곳인지 잘 모를 것이다. 마당한편에 딸려있다. 뒷간이라고 불렀다. 아마 뒤가 마려워서 볼일을 보는 곳이란 의미를 담아 뒷간이라고 했나 싶다.
뒷간에는 출입문이 따로 없다. 앞에 가마대기로 가려져 있을 뿐이다. 사람이 보일락 말락 할 정도로 얼기설기 늘어뜨린 장막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냥 뒤가 급하면 발을 손으로 쑥 들어올리고 들어간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더욱 가관이다. 발판이 있다. 왼발 오른발 따로따로 밟으라고 두개의 널빤지 조각이 나란히 놓여있는 것이다. 그것을 두발로 밟고 앉아서 볼일을 본다.
아래는 풍덩풍덩. 잘못하면 튀어 오른다.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장독을 묻어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화장실의 정화조 역활을 하는 것은 그 당시에는 장독이었다. 그런 일도 있다. 어두운 밤에 출입문에 걸려있는 발을 양손으로 들어올리고 뒷간에 들어간다.
널빤지로 만든 두개의 발판에 두발을 밟고 올라서서 앉는다. 힘을 준다. 그런데 발판을 잘못 밟으면 난리가 난다. 발판이 뒤집히는 것이다. 허공을 가로지른 두개의 발판이 유일한 바닥인데 그것이 뒤집히면 그대로 몸이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까마득한 아래 장독속으로. 그 속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오물이 가득한데. 내가 어렸을때 주로 서울이나 객지의 귀한손님들이 와서 그런 실수를 하곤 한다. 벼락이라도 맞은듯 비명을 지른다. 또 당했구나 싶어 뛰어가보면 아니나 다를까 발판이 뒤집혀 아래로 빠져 있다.
소위 똥독에 빠지는 돌발사고다. 참으로 생각만 해도 온몸에 돌기가 날 정도로 끔찍하지만 그때는 살아가는 생활의 일면일 뿐이었지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뒷간의 장독이 가득 차이면 그것은 논밭에 내다 거름으로 쓴다.
화장실에 쌓인 인분을 퍼담는 용기가 있다. 장군이라고 부른다. 공처럼 둥그랗고 주둥이가 병목아지처럼 가늘다. 얼핏 보면 요강의 모습을 했다. 요강을 수십배 아니 백배쯤 크게 뻥튀기 해놓은 것 같다. 입구만 주먹만할 뿐 모양은 거의 비슷하다. 땅바닥에 놓고 손으로 굴리면 대굴 대굴 잘 굴러갈 정도로 둥그렇다. 그 속에 가득 오물을 담고 입구는 지푸라기를 휴지처럼 구겨 틀어막는다.
오물통을 지게에 지고 밭으로 나가서 들어붓는다. 그러면 그것이 바로 자연친화적인 거름이 되는 것이다. 요즈음은 유독화학성분이 가득한 농약을 뿌려대지만 그때는 그랬다. 그런 인분을 먹고 자란 채소와 작물은 바로 무공해 자연산 유기농산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그 당시에는 화장실에 가는 것이 무섭고 두려웠다. 발판을 잘못밟아 아래로 풍덩 빠져본 적은 없지만 귀신이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뒷간에 가면 용무를 볼때 어두운 천장에서 소리도 기척도 없이 귀신이 다가와 목을 감고 히히히하고 장난을 친다고 믿었다. 그래서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서웠다.
또하나는 빗자루. 또래의 친구들이 장난을 친다. 피묻은 빗자루를 나무에 매달아 놓으면 도깨비가 된다고 했다. 그말을 추호의 거짓말도 없는 사실로 철석같이 믿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빗자루에 피를 묻혀 나무에 매달아 놓는 짓궂은 장난을 하였다.
그날은 무서워서 잠도 안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빗자루가 있던 장소로 달려간다. 도깨비가 되어 달아났나 확인하기 위해서다. 진짜 빗자루가 없어져 버렸다. 가슴이 콩알만하고 두근 거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린마음에 얼마나 무서우면 뒤에서 누가 목덜미를 잡아 당기는 것 같아서 소리도 안나온다.
아무리 외치려고 해도 입만 뻥긋 뻥긋 해질뿐 목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는다. 얼굴엔 식은 땀이 줄줄 흐른다. 그리고 나서는 도깨비는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어리석고 바보같아 보이지만 우린 그렇게 자랐다. 지나고 보니 도깨비는 우리의 적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의 일부였던 것이다.
우리의 삶속에 깊숙이 들어와 우리와 함께 숨쉬며 의식속으로 뿌리를 내렸던 것이 아닌가 싶다. 밤에 양말을 신고 자면 빨간 도깨비가 나타나서 으흐흐 하고 잡아간다는 말도 믿었다. 진짜 그런줄 알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휴우하고 긴 한숨을 내쉬면서 양말을 벗고 잔 기억이 난다. 너나 할것없이 모두들 다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자랐다. 지명도 도깨비와 연관된곳이 많다. 도깨비 돔방. 도깨비 고랑. 도깨비가 자주 자주 나오는 곳이 요소요소에 지명으로 나타나 있다. 우리는 도깨비가 시도 때도 없이 부지불식간에 나타나는 줄 알았다.
워낙 깊은 산골에 찾아올 사람이 없어서 깨비 깨비 도깨비가 자주 오는지 모를 일이다. 하여튼 동네에는 무시무시한 곳이 있다. 괜히 밤만 되면 온몸이 움츠러들고 소름이 오싹오싹 끼치는 기분 나쁜 장소.
사람들은 그곳을 지날 일이 있으면 일찍이 해떨어지기 전에 지나는 무서운 곳이었다. 귀신이 지키고 있다가 언제라도 기회가 되면 사람을 낚아채가는 곳이라는 곳이었다. 이름하여 용광모퉁이.
부득이 그곳을 밤에 지날 일이 있으면 두세명이 스크럼을 짜듯이 어깨동무를 하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동네에서 반상회를 한다고 해서 그곳을 건장한 장년 3명이 지나왔다. 회의가 끝나고 깊은 밤이 되어 다시 집으로 가려면 그곳을 지나가야 했다.
세명이 어깨동무를 하고 그곳을 막 겁을 먹고 지나갔다. 세명이 무서움을 떨치려고 열심히 씬나락 까먹는 이야기를 해댔다.그런데 이상야릇하게 밀려오는 느낌. 양쪽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가운데 사람이 축 늘어졌다. 어찌된 일이냐고 큰소리로 외쳐도 말이 없었다. 어깨동무를 풀었다. 가운데 사람이 앞으로 푹 고꾸라 졌다. 걸어오면서 걸어오는 상태로 죽은 것이었다.
그렇게 허망한 죽음도 드문 일이건만 그 죽은 사람의 코에서 너무나도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다. 두개가 있어야할 코구멍이 하나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두개의 코구멍이 하나의 코구멍으로 변하다니 이런 경천동지할 일이 세상에 실제로 있었으니 안본사람은 이 사실을 믿을지 모르겠다.
그 이후로 그곳 용광모퉁이는 동네사람들에게 더 공포의 대상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김명수
수정일 2002년 11월2일 08시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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