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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바람의 꽁트] (32) 죽음으로 의료사고를 고발한다
2005/09/02 00:00
입력 조회수 : 798
40대 중반의 가난하고 못 배운 힘없는 주부 이미란씨. 그녀는 언제나 생글생글 웃음기 가득한 밝은 표정이었다. 그녀에게 끔찍한 불행이 닥칠 줄이야.
그녀는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다. 몸에 밴 근검절약 탓이었다. 나이가 40이 가까워오도록 아이를 낳지 못한 그녀는 결국 입양아를 두었다.
얼굴이 동그랗고 눈이 예쁜 여자아이를 데려와 키웠다. 백일도 안 된 아기를 데려와 정성을 다해 친부모 못지않게 키웠다. 첫돌이 지나면서 아이는 엄마를 닮아갔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을 움직인다는 말이 있듯이 엄마의 헌신적 자식사랑이 아이에게 마음의 전달이 되어 닮아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튼 아이 키우는 재미에 미란은 푹 빠져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지애라고 지었다. 성지애. 이름이 예쁘다고 아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했다.
지애가 입양아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 아이를 입양하면서 바로 다른 동네로 이사를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웃사람들은 지애가 미란의 친딸로 알고 있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어느 저녁.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그는 걸었다. 집에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횡단보도가 나왔다. 보행자가 건너는 파란 불이었다. 미란은 바쁜 걸음으로 건넜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다 늦은 저녁이라 행인이라곤 미란밖에 없었다.
횡단보도를 거의 다 건너갈 때 차가 질주했다. 자가용이었다. 급정거를 했지만 이미 소용없었다. 지애엄마의 몸이 붕 떠서 나가 떨어졌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왼쪽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움직여 보려고 해도 움직여지지를 않았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무릎뼈가 조각조각 으스러졌던 것이다.
지애아빠가 왔다. 돈이 없어 단칸방을 세 얻어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 가정에 불행이 닥친 것이다. 병원비는 그럭저럭 보험으로 해결되었다. 그러나 더 이상 위로금은 없었다.
분명히 보행자가 건너야할 파란 불때 건너갔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무단횡단으로 되어있었다. 세상에 이런 눈뜨고 코벼갈 노릇이 있나. 억울했다.
하지만 우선 치료비라도 나왔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달만에 퇴원을 했다. 깁스를 풀고 조금씩 물리치료를 했다. 일년이 지났다. 다리는 거의 나았다. 그래도 비가 오는 날이면 사고 난 부분이 아프고 쓰렸다.
미란은 억울했다. 자신이 아무 잘못도 없는데 무단 횡단한 것으로 둔갑을 하였으니 가해운전사가 너무 괘씸했다. 그러나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지애엄마는 어디에다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
다리는 걷는데는 큰 불편이 없었지만 그래도 완전하지는 못했다. 지애엄마는 인근 종합병원을 찾아갔다. 아무래도 무릎의 수술 부위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 의사가 살펴보았다. 의사는 수술하면은 예전의 건강한 다리를 되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의사는 확신했다. 수술만 하면 무조건 완치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라도 빨리 하지 않으면 다친 부위가 계속 악화돼 나중에는 걷지도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의사의 말을 들으니 지애엄마는 겁이 덜컥 났다. 그래서 입원을 하였다. 수술비 마련이 막막했지만 걷지 못할 것이라는 말에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미국에 사는 친정동생에게 돈을 부탁했다. 1천만원을 부쳐왔다. 지애엄마는 대수술을 했다. 입원 한달만에 퇴원을 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상태가 수술전보다 더욱 나빠졌다. 수술한 다리를 거의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의사말이 수술을 빨리 안하면 걷지도 못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수술을 하고 나니 걸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확실한 의료사고 였다.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보상한푼 받지 못해서 억울한데다가 내돈으로 치료비 다내고 수술한 다리가 잘못되어 아예 걸을 수도 없게 되니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지애엄마는 병원에 가서 따졌다. 그러나 의사말이 가관이었다.
수술은 잘못된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정 그러면 다시 돈을 안받고 수술을 해주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고쳐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의사말이 백프로 완치시켜주겠다고 시원스럽게 대답한다. 지애엄마는 그말을 철석같이 믿고 다시 수술을 받기로 했다. 이번에는 아예 무릎뼈를 도려내고 인공무릎을 댄다는 것이다. 의사말이 그러면 늙어서 죽을때까지 왼쪽 다리는 아무 이상이 없고 건강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수술은 또 잘못 되었다. 한달만에 퇴원을 하니 아예 왼쪽 다리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목발을 짚고 다녔다. 왼쪽 다리는 감각도 없었다. 손으로 꼬집어도 아프지 않았다.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주위의 아는 사람들에게 찾아갔다. 찾아가서 너무 억울하다면서 울고불고 하소연해보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수술을 하지 않았으면 멀쩡했을 다리를 완벽하게 고쳐준다는 의사의 말을 믿고 수술을 했다가 지애엄마는 완전히 불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했다.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가 없었다. 가난하고 빽없는 것이 한스러웠다. 결국은 동생이 부쳐온 일천만원도 수술비로 홀딱 날리고 말았다.
지애아빠는 군청에 환경미화원으로 근무를 했지만 월급이 쥐꼬리만큼이라 목에 풀칠하기도 힘이 들었다. 지애엄마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다. 지애엄마는 우울증까지 생겼다. 하루종일 집에 처박혀 지냈다.
자신이 장애자라는 생각에 분이 치밀고 화가 끓어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대인기피증에 걸렸다. 우을증과 대인기피증에 걸려 집에만 쳐박혀 지내는 지애엄마를 대하면서 남편은 이모든 불행이 자신의 무능함 탓이라며 자책감에 시달렸다.
지애엄마의 증세는 갈수록 심해졌다. 어처구니 없는 의료사고가 가난하지만 단란했던 한가정의 웃음을 순식간에 뺏어간 것이다.
그러고도 정작 의료사고를 낸 병원은 여전히 성업중이었다. 지애엄마는 결국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목을 외치면서 이곳저곳을 찾아다녀보았지만 부질없는 일이었다. 한없이 착하고 법없이도 살수 있는 지애엄마는 결국 모진 세상과의 이별을 했다.
가난하고 힘없는 억울함을 풀지 못한채 투신자살을 하고 말았다. 너무나도 쓸쓸하고 허무한 지애엄마는 결국 세상의 부조리에 죽음으로 맞선 것이다.
김명수
수정일 2002년 10월6일 17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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