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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바람의 꽁트] (31) 직업이야기9 / 너, 기자 맞아? 9
2005/08/23 00:00
입력 조회수 : 720
안기자는 신문기자가 되고 나서 몇가지 흥미있는 점을 발견하였다. 신문기자에 대한 성격을 나름대로 분석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안기자가 신문기자의 위력을 처음 실감한 것은 친척의 청탁을 받고 나서였다.
하루는 멀리 제천에서 사촌형이 찾아왔다. 급한 일이 있는데 빨리 손을 써서 해결을 해달라면서 안기자를 만나러 온 것이다. 자초지종을 들어보았다. 교회를 지었는데 준공검사가 안나와서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공사는 서울에 본사를 둔 중소건설업체에서 맡았는데 도대체 회사가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서 해결을 해달라고 한다. 공사를 마무리 해주지도 않고 아예 서울로 철수했다고 한다.
안기자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공사를 맡은 건설회사가 추가요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공사를 하다 보니 당초예정보다 비용이 더 들어갔으니 요금을 더내야 공사를 마무리 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교회측은 원래 주기로 했던 공사비 외에는 단 한푼도 줄수 없다고 한다. 처음에 계약을 할 때 나중에 딴소리 못하게 공사비를 책정해 놓았고 추가비용이 들어가게 되어도 교회는 부담하지 않기로 못을 박았다는 것이다.
사촌형은 교회장로를 맡고 있기 때문에 건물 신축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한다. 건설회사에서 당초약속을 어기고 웃돈을 요구하면서 준공검사에 필요한 서류를 떼어주지 않으니 도와달라고 한다.
일부러 제천에서 목사와 다른 장로들과 함께 몇차레나 서울에 올라와서 사정을 해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준공검사에 필요한 서류를 안해주니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한다.
안기자는 걱정말라고 사촌형을 안심시켰다. 그리고는 자신이 나서서 해결하겠다고 하였다. 안기자는 문제의 회사를 찾아갔다. 다짜고짜 사장실로 들어갔다. 뭐 이런 정신나간 놈이 다있나 싶다는 표정으로 사장이 안기자를 뻔히 쳐다본다.
안기자는 신발을 신은채로 사장의 책상에 올라갔다.사장의 책상에 올라가서 양반자세로 앉는다. 양손을 팔짱낀채 사장을 노려본다. 비서가 놀래서 눈을 휘둥그레 뜬다. 안기자는 사장에게 위협적인 표정을 지으며 반말조로 묻는다.
" 당신네 회사가 제천에 교회신축공사 맡았지?" "당신 누구요?" "내가 누구냐고? 그래 말해주지. 나는 기자다. 왜?" "예. 그러십니까.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여기 앉으시죠"
사장이 굽신거리며 안기자의 눈치를 살핀다. "담배있나?" "예 예 여기있습니다." 사장이 담배를 빼어 안기자에게 건네준다. 안기자가 담배를 입에 갖다 물자 사장이 라이터불을 붙여준다. 안기자는 담배를 빨면서 사장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당신 무슨 뱃장으로 공사도 제대로 안해주고 웃돈을 요구하는 거야. 당신 모가지가 열 개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 당신 죽고 싶어 환장했어?" 안기자가 오른손 주먹으로 책상을 꽝 내리치며 위협을 준다. 사장은 주눅이 들어 몸을 벌벌 떤다.
"당장 서류 챙겨주고 준공검사 오늘안으로 나오게 해줘. 알았지?" "예 알았습니다. 제가 직접 현장에 내려가서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겠습니다.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기자님"
"그럼 난 일이 잘 해결된 것으로 알고 이만 가겠네. 사장만 믿는다."
"알겠습니다. 걱정마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사장이 회사문 밖까지 따라나와서 안기자를 배웅한다.
안기자는 회사문을 나오면서 속으로 킥킥거리며 웃었다. 자신의 행동이 무례한줄 알지만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는 겁을 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안기자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장에게 반말을 하고 거만하게 굴었다. 약효가 빨랐다.
단 사흘도 안되어서 사촌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준공검사 나왔다고 한다. 그렇게 손발이 닳도록 빌고 사정해도 꿈쩍안하던 사장은 안기자의 말 한마디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건처리를 해주었다. 웃돈을 요구했던 건설업체 사장의 당당함은 어디로 사라지고 기자앞에서 이렇게 나약한 모습으로 전락을 했을까.
사촌형은 그날로 신문기자가 대단한 끗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안기자는 안되는 일도 해결할수 있는 영웅으로 떠올랐다. 안기자는 자신이 신문기자라는 것에 대해 묘한 자부심과 쾌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뒤로 안기자는 무슨 일이든지 해결해주는 만능 해결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안기자는 신문기자 생활을 하면서 기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1호는 바로 청탁을 거절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문기자 생활을 오래 하면서 관록이 붙은 안기자는 나중에는 청탁이 들어와도 거절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주위사람들로부터 신문기자 오래 하더니 거만하고 버릇없어 졌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안기자는 세상 살아가는 것이 참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안기자는 요즈음 잠을 잘 못잔다. 그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신경이 예민해진 탓이다.
안기자는 밤에 잠을 자다가도 신문을 만드는 꿈을 꾼다. 어떤때는 꿈속에서 사고가 난다. 자신이 실수를 하여 진땀을 빼는 것이다. 비록 꿈이지만 현실인것처럼 느껴진다. 깨고나면 밀려오는 허탈감에 기운이 빠진다. 신문기자 생활을 하면 할수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직업이라는 것을 몸소 실감한다.
그러나 안기자는 신문기자라는 직업을 그만둘 생각을 감히 하지 못한다. 대학졸업하고 사회에 나온이후 직장생활이라곤 신문기자직밖에 한 것이 없다. 안기자는 나이가 사십이 넘은 요즘에도 야근을 한다. 사흘에 한번씩 야근을 하고나면 온몸에 기운이 쭉 빠질정도로 피곤하다.
안기자는 술을 많이 마신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술로 풀려고 한다. 안기자는 술은 건강에 결코 해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되물을지 모르겠지만 안기자가 생각하는 음주론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건강에 더 나쁘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고 마음껏 있는 말 없는 말 떠들어 대다 보면 마음속에 응어리진 스트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안기자는 그런 생각으로 하루 업무가 끝나면 어김없이 술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김명수.
수정일 2002년9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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