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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나봐요...
2005/07/30 00:00
입력 조회수 : 726
이른 아침 베란다 창문을 열면 안개를 헤치며 상큼하게 밀고 들어오는 아침공기에서
싸아한 국화꽃 향기가 나는듯하다.
어릴땐 어느곳을 가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보랏빛 들국화와 꽃송이가 아주 탐스러운
노란 국화꽃도 많았는데 이젠 국화꽃을 보려고 해도 일부러 화원엘 가거나
애경사가 있어야 볼수 있으니 세월은 꽃마저도 맘대로 못보고 살게 만드는 것 같다.
계절의 변화는 속일 수 없듯이 밤새 이슬이 내린 것처럼 유리창에
투명한 물방울이 매달려있다.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들어온 바깥 공기 때문인지 베란다에 놓아둔
화초에도 총총이 물방울이 달려있다.
아마도 가을바람과 여름바람이 밤새 숨바꼭질을 하다 새벽녁에 몰래
걸어 놓고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낮엔 아침저녁의 공기와는 대조적으로 다시 땀이 날 정도로 많이 덥다.
하늘도 미안한지 한달 내내 내리게 한 비 때문에 잃어버린 여름을 다시
보상해주려고 낮엔 그렇게 강렬하게 햇살을 쏟아 붓나보다.
그래서 요즘같이 계절이 서성이는 길목에선 옷을 입기도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아직도 한여름을 생각하고 민소매 셔츠를 입고 나서는 딸애를 붙잡아 긴 팔옷을
입으라고 하면 아침엔 조금 춥지만 낮에 너무 더워서 긴팔옷을
입기가 싫다고 한다.
그러면서 무슨 여름이 이렇게 시시하게 가냐고 입을 삐죽거린다.
올핸 이른 휴가와 이사 때문에 바닷가한번 못 가보고 여름을 보냈으니....
워낙 바다를 좋아하는 두 부녀가 바닷가에 한번도 못 가보고 여름을 보냈으니
오죽할까?
해마다 여름이면 두 부녀가 해수욕을 하며 온통 검게 그을려 가지고
화상을 입어오곤 했는데 올핸 바닷가에도 못가보고 여름을 다 보냈으니...
이젠 정말 가을이 왔나보다..
1년중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가장 하고싶은 일이 많아지는 가을....
가을은 항상 오는가 싶으면 가버리는데...
올 가을은 조금 길었으면 좋겠다.
여름이 너무 짧았고 그 짧은 여름동안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아직도 태풍의 끝에서 갈피를 못찾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가을이라도 좀
넉넉하게 길어 힘겨운 사람들이 따뜻한 보금자릴 찾았을 때 찬바람이
이는 겨울이 왔음 좋겠다.
아무리 천재지변이라지만 너무도 어이없이 황당한 일을 당한
사람들에게 가을이라도 길어서 복구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올가을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풍요로워 질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자운영
2002년 9월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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