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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를 하고..
2005/07/09 00:00
입력 조회수 : 699
5년간을 정들어 살던 주택집을 떠나 오랜만에 아파트로 이사할 날을 잡고 나니
새집으로 간다는 행복감도 있지만 그동안 정이 들었던 주택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도 컸다.
눈만뜨면 바라보이던 우윳빛 가로등과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나를 깨워주던
새들... 가을이면 밤새 들려주던 풀벌레의 울음소리들...
그런 소중한것들을 두고 이사를 가야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10여년을 계속 주택에만 살다가 어떻게 아파트에서 생활할까 싶은 걱정도 생기고 결혼 후 한번도 새살림을 장만하지 않아 이젠 정말로 구식이 되어버린 집안 살림살이를 보니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바꾸어야할 가구들 때문에 지출도 만만치 않아 이사날짜가 다가올수록 잠을 설쳤었다.
책이 많아 남편은 일주일전부터 꼼꼼하게 포장을 했고 내손이 가야할 그릇과
옷을 싸는 것 외엔 모두 남편이 짐정리를 했다
요즘은 모두들 포장이사를 한다지만 포장이사도 주인이 지키고 서있어야하고
포장이사를 해도 그릇이 깨지는건 마찬가지라며 남편은 손수 모든짐을 쌌다.
며칠을 짐정리를 하면서 이젠 짐좀 줄이자며 웬만한 물건들은 모두 버리려 한쪽에 밀어 놓았고 그릇도 안쓰는 그릇과 유행이 지난 그릇들은 버리려고 밀쳐놓았는데 웬일인지 하나 하나 포장을 하다보니 다시 신문지에 싸여 박스안에 들어가있다.
왜인지...버리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집에 모셔두면 한번도 안쓰는게 많은데도
쉽게 버려지지 않으니...
남편은 그런 나를 보고 될 수 있으면 짐을 줄이고 공간을 넓게 사용하자며 난리다.
다른 집은 여자가 더 잘버린다는데 우리집은 반대로 남편이 더 과감하게 버리고
난 아까워 쩔쩔매고 있으니..
10여일을 계속 내리쏟던 비가 이사하는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쏟아부었다.
내가 있으면 이사하는데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혼자서 이사를 하겠다는바람에
난 출근을했고 남편은 친구와 함께 비를 맞아가며 이사를 했다.
퇴근후에 가보니 대충 큰짐들은 자리를 잡아 넣었고 그릇과 옷가지들만 정리하면
될만큼 남편은 내손이 안가도 되는것들은 완벽하게 정리를 마친상태였다.
성냥갑같이 빽빽히 들어선 고층아파트..
베란다에 나가 앞을 봐도 뒤를 돌아다 보아도 모두가 아파트뿐이고 크락숀을
울리며 달리는 자동차들 밖에 보이지 않는다.
주택에 살땐 이른아침 눈을 뜨면 안개를 헤치고 들어오는 감나무가 있었고
녹색의 생명들이 속삭이는 작은 텃밭이 있었는데...
다행히 앞베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직 다 자라지 않은 해바라기가 무성하게
심어져 있었다.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이제 그들이 노랗게 꽃을 피우고 해바라기 정원을 만들때쯤이면 나도 새로운
집에 익숙해지지 않을지..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는 설계를 잘해서인지 베란다의 공간도 제법커서
작은 티탁자와 의자를놓으니 다른장식이 없어도 자연히 분위기있는 찻집이
만들어졌다.
이제 그찻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하는 해바라기와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될거같다.
아직 며칠안되 정신도 없는대다 시어머님의 생신과 집들이를 겸해서 치루느라
제대로 정리도 안되었는데 차근차근히 가을햇살이 밀고 들어오기전에
아름다운 내뜰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자운영
2002년 08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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