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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바람의 꽁트] (24) 직업이야기2/ 너, 기자 맞아? 2
2005/06/24 00:00
입력 조회수 : 665
안철민기자는 꼭 신문기자생활 12년만에 차장을 달았다. 신문사에서 차장이라면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냥 기자면 다 통한다. 국장까지도 대기자로 불린다. 전문기자까지 등장했다. 이를테면 북한전문기자. 환경전문기자. 외교통상 전문기자 등등. 북한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전문기자들이 일필휘지로 베일속에 묻혀있던 동토의땅을 파헤침으로써 필명을 날려 진가를 발휘하기도 하였다.
전문기자 바람이 불면서 아예 전문직종경력자를 특채해오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정착되지 않고 있다. 의학전문기자라고 해서 의사를 뽑아왔지만 아는것 하고 기사쓰는 것 하고는 별개라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기자제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지지부진한데에는 무엇보다도 신문사 간부들의 인식부재에 큰 원인이 있다. 기자는 다방면을 두루두루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자칫하다가는 이것 조금 건드리고 저것 조금 건드리는 수박겉핥기식이 될수도 있다. 많이 아는것 같지만 깊이 들어가면 아무것도 모르는 꼴이다. 이런 얘기도 있다. 경제부의 재태크담당기자가 정작 자신의 재태크에는 재미를 못본다.
아니 오히려 개인의 치부에는 전혀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주식투자했다가 깡통계좌 만들고 아파트 사면은 잔금치르기도 전에 집값 폭락하고 집을 팔면 역시 잔금치루기도 전에 폭등한다.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이다.
중이 제머리 못깎는 다는 말이 신문기자에게 딱들어맞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안기자는 신문사 물을 먹으면서 자신이 초보기자 시절에 느꼈던 많은 것들이 거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소리로 개혁을 외치는 기자들이야 말로 가장 보수적이고 권위적이고 반개혁적인 인사들이라고 생각한다.안기자는 자신이 신문기자 생활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다보면 신문기자는 많은 고급정보를 알고 있는 것으로 오해를 받곤 한다. 그러나 사실은 더 모르는데…
증시에 떠도는 각종루머가 사실이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안기자는 무어라고 대답을 해줘야 좋을지 모른다. 사실 아는게 없기 때문이다.
안기자는 신문기자들이 자기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언론고시라고 할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의 면류관을 쓴 영광의 얼굴들이 막상 들어와서는 철밥통처럼 든든한 안정직업인이 되어 있는 지식으로 평생을 빼먹는 부류가 대부분이다. 재충전 교육도 거의 전무하다. 철저하게 이중적인 사회가 바로 신문사가 아닌가 싶다.
안기자는 새내기기자 시절에 세상무서운줄 몰랐다. 선배들 따라 다니면서 하는 행동까지 닮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자기고집 꺾고 상대방의 주장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기 힘든 것은 바로 이런 고질적인 신문사의 풍토때문일것이다.
안기자는 친구나 주변으로부터 청탁도 많이 받았다. 주로 무슨 교통사고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때 해결해 달라고 안기자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그럴때면 안기자는 답답했다. 기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누구한테 부탁하는 것이다.부탁하면 또그가 하는 부탁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줄을 모르고 친구나 친척들은 신문기자는 무슨 마패라도 찬 암행어사로 착각을 한다.
부탁한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할수 있는 일을 안해준다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 안기자도 그런 일을 많이 겪었다. 처음에 건축허가가 안난다면서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어찌어찌 연줄을 통해서 해결을 해줬다. 고맙다면서 사례금을 건네주려고 했다. 받을까 말까 하다가 눈찔끔하고 받아챙겼다. 처음에는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그러나 반복되다 보니 무감각해졌다.
오히려 촌지가 나올 자리에서 안나오면 웬지 모르게 서운한 생각까지 들었다. 안기자는 야근을 한다. 조간신문 기자이기 때문이다. 야근에는 이골이 났다. 벌써 10년째 야근을 해오기 때문이다. 조간신문은 밤에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판만 전날 저녁에 나온다. 시내가판용으로 뿌려지는 신문이다. 배달하기 힘든 지방에도 첫판 신문이 배달된다. 아침에 가정에 배달되는 신문이라고 해도 찍어내는 시간은 지역에 따라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기자는 마감시간을 목숨처럼 지킨다. 신문제작에서 마감시간은 생명이다.
바로 배달때문이다. 제주도에 항공화물로 직송하는 시간이 김포에서 정확하게 저녁 8시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단 1분만 신문이 늦게 나온다고 해도 비행기는 이미 이륙을 한뒤이다. 아무리 땅을 치고 후회해봤자 독자손에 들어가지 못한 신문은 한낱휴지조각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기 때문에 마감시간을 못대면 담당기자는 물론 간부까지 연대로 문책을 당하기도 한다.
신문사에는 별별 에피소드가 많다. 신문을 제작하면서 세상에 이런일도 다있구나 싶을정도로 희한한 경우도 많이 겪었다. 안철민 기자는 이제 올빼미 체질로 바뀌었다. 야근을 하다 보니 그렇게 체질이 변한 것이다.
김명수
수정일 2002년8월10일 10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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