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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바람의 꽁트] (23) 직업이야기1/ 너, 기자 맞아? 1
2005/06/01 00:00
입력 조회수 : 662
안기자로 통하는 안철민, 바로 나. 올해로 기자생활 20년째로 편집부, 사회부, 정치부, 국제부, 문화부, 생과부(생활과학부)를 거쳐 특집부 데스크를 맞고 있다.
출근첫날을 잊지 못한다. 어제처럼 생생하다. 바로 83년 10월 4일.경쟁률 2백5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7명의 대열에 합류했다. 수습29기 동기생 7명은 피보다 진한 우정을 맹세했다. 언론사에 들어왔다는 자체가 엄청난 자부심을 갖게 했다.
28기 선배들이 환영식을 해줬다. 1년선배들이다. 하늘같이 무서워보였다. 선배들은 천하를 지배하는 패왕같았다. 그래서 신문기자는 무관의 제왕이라고 했던가. 공식적으로는 아무권력도 없으면서 무엇이든 손안에 쥐고 흔드는 것처럼 행세했다.겉멋이 들은 것 같기도 했다. 신문사에 들어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9기와 선배들은 1차로 중국집에서 상견례를 했다. 먼저 선배들이 자기소개를 했다. 경력이 쟁쟁했다. 선배소개가 끝나자 29기 차례가 되었다. 7명중 4명이 S대출신이다. 1명은 Y대. 1명은 K대. 모두들 어학도사들이었다. 나머지 한명은 M대출신인 바로 나.
내가 합격한것은 기적이었다. 지방대는 아예 뽑지를 않는다. 그러나 내가 뽑힌것은 실력 때문이었다. 필기시험에서 수석을 했기 때문이다. 지방대 출신은 우선순위에서 밀리지만 입사시험에서 수석을 하면 선발하는 것이 신문사의 관례였던 것이다.
사내에서 나는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지방대출신으로 들어왔다는 자체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낙하산이 아닌가 의심을받기도 했다. 그러나 입사시험에서 톱을 끊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역시 그랬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곤 하였다.
신문기자. 정말로 웃기는 집단이었다. 개혁을 하자고 언론에 쌍나팔을 불면서 목청을
높이지만 정작 신문사 자체는 보수적이다 못해 썩은물처럼 고여있다는 것을 느꼈다.
29기 동기중에 안기자는 자신이 나이를 가장 많이 먹은것으로 알았다. 대학 들어갈때
재수를 하였고 군대3년 이빠이 채웠다.거기다 취업재수까지 하였기 때문이다. 꽉찬
28살이었다.
그러나 안기자는 자기눈을 의심할정도로 크게 놀랐다. 자기보다 무려 4살이나 더 나이 많은 사람이 있었다. 3살 많은 사람도 있었다. 반면에 4살 적은 대학졸업반도 있었다.
고시를 보다보다 떨어져 판검사 되기를 포기하고 언론고시로 진로수정을 한 친구도 있었다.
전공도 가지가지였다. 동기7명중에 신문방송학과 출신은 단 1명뿐이었다. 나머지는
영문과1명. 법학과1명. 국문과1명. 물리학과1명. 독문과1명. 그리고 나 농학과 1명.
어찌하여 신문기자에 신방과출신이 없는지 궁금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없는것은
당연하였다. 무조건 필기시험을 봐서 성적순으로 뽑기 때문이었다. 신방과출신이라고 해서 우대해주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신방과출신이 사진기자로 많이 들어온다는 것도 알았다. 사진을 찍는 것은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 맡는것으로 알았는데 역시필기시험으로 뽑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신방과출신이 사진기자직으로 몰리는 것이었다. 사진을 전공한 사람은 필기시험을 통과하기가 어려워 신문사에 들어온다는 것이 그만큼 힘들다.
선배들은 대접에다 소주를 따랐다. 먼저 선배들이 단숨에 한대접을 마셨다. 선배들이 모두 마시고 나서 후배들이 마셨다. 후배들은 두대접씩 마셨다. 술에 약한 친구는 정신을 잃었다. 그다음에는 유리컵으로 마셨다. 선배들이 따라주면 후배들은 주는대로 받아마셔야 했다.
7명중에 5명이 정신을 잃었다. 안기자만 정신이 멀쩡했다. 안기자는 술에 약하다. 그러나 한대접을 마시고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토하고 다시 와서 또마시고 화장실로 달려가 토해냈기 때문에 살아났다.
그리고 취하지 않은 또한친구는 두주불사였다. 선배들은 후배들을 데리고 나이트클럽으로 갔다. 나이트클럽에 가자 플로어는 완전히 기자들의 독무대였다. 먼저 선배들이 기를 살려주었다.
오늘 이자리에서 일어나는 모든일은 하늘같은 선배가 완전히 책임질것이니까 하고싶은대로 마음껏 해보라는 것이었다. 술을 먹고 싶으면 먹고 나가서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추고 모두 다 때려부수고 싶으면 까부수라는 것이다. 모든 책임은 하늘같은 선배가 질것이니 걱정 염려 붙들어 매라고 했다.
그리고 아무리 높은 사람한테도 반말을 하라는 것이었다. 신문기자는 임금님부터
바닥신분까지 모든 계층을 다 상대하는 무관의 제왕이니 기가 죽지 않기 위해서 반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배보고도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죽도록 얻어맞는다.선배라고 불러야 한다.
사장보고도 사장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사장이라고 부른다.신문기자들이 상대를 지칭할때 아무리 지체가 높아도 님자는 기를 쓰고도 안부치려고 하는 이유를 그제서야 알았다.
그리고 담배도 피고싶으면 아무데서나 피라고 했다. 소위 사장앞에서도 피고 싶으면
맞담배를 하는 것이었다. 안기자는 신문사는 참으로 예의범절 모르는 호로자식 같은
집단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날 동기들은 기가 살아나서 하늘높은줄 모르고 무대를 주름잡았다. 손님들이
처음에는 항의를 했지만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선배들이 지배인을 불러서 기합을 단단히 주었기 때문이다.
안기자는 신문기자가 이렇게 끝발 좋은줄을 전에는 정말 몰랐다. 나이트클럽을 나와서 택시를 잡았다. 무법자가 따로 없었다. 무조건 아무데서나 유턴을 했다. 운전기사가 망설이면 선배들이 큰소리를 쳤다. 경찰서장이 오고 대통령이 와도 내가 다 책임질테니 유턴을 하라고 허세를 부렸다. 택시기사도 그말에 아무데서나 차를 돌려댔다.
그렇게 기자생활은 시작되었다. 일년이 지나고 사수가 붙었다. 우리는 조수가 되었다.
조수는 사수를 사부라 불렀다. 하는대로 따라했다. 화장실가는 데까지 따라다녔다.
선배들은 후배들을 데리고 술집이고 당구장이고 낚시터고 끌고 다녔다. 근무중에 있으면 근무중이고 퇴근후에 따라다니면서 술마시고 놀고 하는 것은 업무의 연장이라고 했다.
심지어 술집에서 2차3차를 하다가 날이새고 그러다가 교통사고라도 나면 야근하고 나오다 다친것이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바로 80년대만 해도 그렇게 살았다. 기자면 모든것이 통하는 시대였다.
선배가 무용담을 얘기해준다. 통금시절에 경찰이 잡으면 기관에 다닌다고 하면 목적지까지 호송을 해준다.술에 만취되어서 택시를 잡아타고 웃도리를 벗어놓고 정신을 잃으면 운전기사가 주머니를 뒤져본다.
그래서 신문기자증이 나오면 운전기사가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집의위치와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집에까지 물고 물어서 모셔다 준다. 도지사 시장과 같이 차를 타면 시장은 운전사 옆에 타고 기자는 뒤에 탄다.
기자가 맨발에 시장쪽으로 다리를 뻗어 걸치고 담배를 피면서 "어이 아무개시장"하고
부르면 사징이 "예 부르셨습니까" 하면서 긴장을 하고 고개를 뒤로 돌려 쳐다보던 때가 그립다고 했다.
안기자는 정말로 신문사 들어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명수
수정일 2002년8월3일08시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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