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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바람의 꽁트](16) 인생유전 1
2005/04/17 00:00
입력 조회수 : 740
천재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었던 김대근 . 그는 걸어다니는 수재였다.그러나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가난이라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불행한 천재였다. 어린시절 꽁보리밥도 하루 세끼를 먹기 힘들정도로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했다.
대근이는 7남매중의 장남이다. 가난하지만 자식욕심이 유달리 많았던 부모님덕분에 막내는 쉰둥이로 태어났다. 어머니가 50세때 아들을 낳은 것이다. 막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동네사람들은 그나이에 아들을 낳은 어머니를 두고 재주도 좋다면서 한수 가르쳐달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고 한다.
자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의 사고방식을 가진 대근의 부모는 동네에서 별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먹을 복은 태어날때부터 타고 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낙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형제들은 고생박아지였다.
어렸을때부터 굶기를 밥먹듯 했다. 한참 잘먹고 무럭무럭 자라나야 할 어린 나이에 못먹고 굶주린 그에게 유일한 낙은 공부였다. 배가 고프면 고플수록 허기를 참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공부에만 매달렸다.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거침없이 공부라고 말할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자식들이 공부하는 것을 극구 반대하였다. 밥상에 책을 펴놓고 공부를 하는 아들을 볼때마다 어머니는 공부한다고 밥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하면서 산에가서 땔감이라도 해오라고 밖으로 내몰곤 했다.
그러면 아들은 속이 상해서 산으로 지게를 지고 가면서 신세 한탄을 하곤 하였다. 다른 부모들은 아들이 공부하면 장하고 대견해서 먹을것 마실것 막 가져다 주는데 우리엄마 아빠는 하는 공부도 못하게 막는다면서 투덜대곤 했다. 그렇게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공부 하나만은 뛰어났다.
학교에서 시험만 보면 만점을 받아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갈때까지 전교에서 1등을 놓쳐본적이 없다. 하도 공부를 잘해서 담임선생님이 학생을 불렀다.
학부모를 학교로 모시고 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근이는 그럴 형편이 못되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부모 모시고 학교오라고 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할수가
없었다. 대근이는 그이튿날 학교에 갔다. 선생님이 불렀다. 왜 부모님을 모시고 오지
않았느냐고 물어본다.
대근이는 우리어머니는 학교에 올시간이 없다고 둘러댔다. 선생님은 대근이를 참 알수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학교 공부를 마치고 대근이네 집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대근이와 함께 갔다. 대근이네 집은 학교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선생님은 대근이가 솔직히 잘살고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은 대근이의 부모를 서운하게 생각했다. 다른 학부모님들은 하다못해
반장만 되더라도 부모님이 학교에 찾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선생님에게 심심찮게 봉투도 건네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근이의 부모님은 정반대였다.
대근이가 6학년 내내 반장을 도맡아 하였을 뿐만 아니라 학교성적에서도 단연 톱이었는데 단 한번도 학부모님이 학교에 찾아오질 않았다. 선생님은 그래서 대근이의 부모님을 학교에 오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부모님은 담임선생님의 간곡한 부탁마져 들어주지 않았다.
"선생님! 저기 저집이 우리집이예요" 대근이가 손가락을 가리키며 선생님에게 말했다. 선생님은 대근이가 가리키는 집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선생님의 예상이 완전히 정반대로 빗나갔기 때문이다. 대근이의 집은 다쓰러져가는 초가집이었다.
그것도 마당이 삐틀빼틀하고 초가집이 몇년묵은 것처럼 낡고 허름했다. 선생님은 자신이 대근이의 부모님을 서운하게 생각한것이 양심에 걸렸다. 선생님은 대문밖에서 잠깐 서있었다. 대근이가 대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대근이 어머니의 기차화통 삶아먹은 듯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며가지를 쳐죽일놈아 학교에 갔으면 일찍일찍 집에 와서 일을 해야지 왜 이제 겨들어오고 지랄이여 이웸병할 놈아" "아이 엄마 밖에 선생님이 와계시단 말여.
선생님이 오셨다구" 대근이가 얼굴을 손으로 긁적이면서 말을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겸연쩍고 무안한듯 슬그머니 목소리를 낮추면서 당황해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아니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우리집에 뭐먹을 일이 있다고 선생님이 왔다냐" 어머니는 맨발로 달려나왔다.
선생님은 어머니를 보고 또한번 놀랐다. 다떨어진 몸뻬바지에 헐렁한 쉐타를 걸치고
화장이라곤 일체없는 얼굴에 촌티가 덕지덕지 묻어나는 촌부가 맨발로 뛰어나온 것을 보고 선생님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찡한것을 느꼈다.
"대근이 담임을 맡고 있는 이범행이라고 합니다" "아이구 선상님이 이런 누추한곳까지 찾아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구먼요.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어머니는 선생님을 안방으로 모셨다. 안방에 들어갔다. 선생님은 기절할정도로 놀랬다.
마루도 없이 거의 한자나 되는 높은 문지방을 넘어서 방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이것은 사람사는 집이 아니라 무슨 짐승들이 사는 토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장에는 얼기설기 서까래가 다 들어났고 방바닥은 울퉁불퉁했다. 벽지는 신문지로 발라서 꼭 원시인들이 사는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대근이가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선생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알아주시니 고맙구먼요. 사실 핵교를 안보낼려구 했는디 하도 울구불구 매달려서 그냥 가라고 했구먼요. 저희 같이 피죽도 먹기 힘든 집에서는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공부는 아무 소용도 없구먼요" 어머니는 한숨을 쉬면서 말을 했다.
"아이구 어머님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는 꼭 보내셔야 합니다. 더구나 대근이는 공부를 잘합니다. 우리학교가 설립된 이래 대근이같이 공부잘하는 학생은 처음입니다. 대근이는 시험에서 1학년에서 6학년에 올라갈때까지 모두 합해서 10문제도 안틀렸으니까요. 그렇게 공부 잘한 학생은 우리학교에서 처음일뿐이 아니라 우리학교의 자랑이고 자부심입니다."
"칭찬을 해주셔서 고맙구먼요. 잠깐만 기다리슈. 반찬은 없지만두 따슨 밥 한끼 대접할랭기니께유" "어머니 괜찮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사시는 것 보았으니까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냥 이렇게 가셔서 서운해서 어떡한데유" "별말씀을. 그럼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잘 살펴서 가세유"
선생님은 도망치듯이 집을 빠져나왔다. 선생님은 집을 나오면서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선생님은 그뒤로 대근이에게 부모님을 학교로 모시고 오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대근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근처에 있는 사립중학교에 수석으로 입학을 하였다.
더좋은 중학교로 갈수도 있었지만 3년간 학비 전액면제 장학생으로 다닐수가 있는 사립을 택했다. 대근이는 초등학교 졸업식때 상을 휩쓸었다. 우등상 교육감상. 모범상. 등등.
대근이는 그러나 졸업식때 신이 나지 않았다. 부모님이 졸업식장에 참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근이는 집에가서 어머니에게 상장을 보여주었다. 어머니가 상장을
집어던지면서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야이놈아 이것이 무여!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하면서 한쪽으로 휙집어던지는 것이었다. 대근이는 그날 속이 상했다. 어머니가
잘했다는 말한마디만 해줘도 이렇게까지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을것이다.
어머니는 중학교 들어가는 것도 반대를 하였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공부가 무슨 소용이냐면서 학교에 가지 말라고 결사 반대를 했다. 그런 어머니에게 학비를 기대한다는 것은 상상할수도 없었다. 그래서 대근이는 사립학교에 전면장학생으로 들어간 것이다.
대근이는 공부만 죽어라고 파고 들었다. 어머니의 성화가 심하면 심할수록 오기가 생겼다.
한번은 어머니가 밤을 세워공부하는 아들의 등짝을 사정없이 두들겨팼다. 그까짓 돈도 안되는 공부한다고 기름 다 쓴다는 것이 었다.
아들은 기가 막혔다. 석유등잔불로 공부하는 것도 못하게 하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근이는 화가 나서 어머니에게 대들고 말았다. 그렇게 아들 공부하는 것이
못마땅하면 학교 안다니면 될 것 아니냐면서 책을 찢어버렸다. 그리고도 분이 안풀려
눈썹을 면도칼로 다 밀어버렸다. 눈썹없는 대근이는 완전히 문둥병 환자처럼 보였다.
대근이는 방안에 틀어박혀서 며칠을 보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쫓아왔다. 선생님은
어머니의 얘기를 듣고는 기가막혀서 말이 안나왔다. 대근이는 꼭 일주일을 결석했다.
그렇게 어렵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도 수석으로 들어갔다. 물론 3년간
학비를 면제 받았다. 대근이는 자신의 살길은 오직 공부뿐이라고 생각하고 밤낮으로 책을 파고 들었다. 대근이는 영문과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역시 4년간 전액면제 장학생이었다. 대근이는 대학1학년 마치고 군에 입대했다. 병장제대후 다시 2학년에 복학했다. 대근이는 2학년에 복학하면서 여학생을 만났다. 같은 영문과 2학년 이문숙이었다.
문숙이는 대근이를 형이라고 하면서 따라다녔다. 그러다 보니 둘이는 서로 정이
들고 이성으로 발전하였다. 둘이는 서로 결혼을 하기로 했다. 물론 대근이가 먼저
프로포즈를 했다. 두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과커플이 된 두사람을 두고 친구들은 공부도 잘하는 것들이 연애도 잘한다면서 놀려대곤 했다. 둘은 대학을 졸업하면서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중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대근이는 남자중학교로 가고 문숙이는 여자중학교로 갔다. 결혼도 했다. 머리좋기로는 여자도 대근이에게 뒤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두사람은 천재와 천재끼리 만났던 것이다. 만인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한 들 두사람은 머리좋은 만큼 사회에서도 우등생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공부만 잘하고 머리만 좋다고 잘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결혼을 하고 한달도 안돼서 서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김명수
[
피플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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