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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바람의 꽁트](15) 월급날 도둑맞은 기분
2005/04/16 00:00
입력 조회수 : 684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지 모르겠다. 오늘은 월급날인데도. 한달에 29일은 기분이
나쁘더라도 월급을 타는 오늘 하루만은 기분이 좋아야 정상인데… 꼭 눈뜨고 도둑맞은 기분이다. 내가 내눈깔을 찍은 이기분 안당해본사람은 모를것이다. 하루아침에
우리회사도 거덜나다시피했다. 극심하게 아엠에프 한파를 탔다.
안그래도 힘들어겨우 연명하던 회사경영에 아엠에프라는 직격탄을 맞고 대들보까지
내려앉은 것이다.
겨우겨우 살아나기는 했다. 그러나 그 과정을 보면 눈물겨워서 차마 눈뜨고는 못볼정도다. 너무나 사원들의 출혈이 컸다. 모든것이 아엠에프상황이라고 하면 사원들은 할말이 없었다. 내가 아니 말은 많았어도 정작 자기몫 더달라는 주장은 할수가 없었다.
그런말을 하다가는 지금이 어느시국인데 분위기파악못하고 그런말을 하느냐며 면박을 당할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모든 일을 쉽게 쉽게 처리하고 넘어갔다. 경영은 오히려 식은 죽먹기처럼 쉬웠다. 사원들의 허리띠만 계속 졸라매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들어주었다.
사원들은 울며 아엠에프상황이라는 일방적인 잣대에 짓눌려 말도 못하고 속앓이를 했다. 그렇게 해서 말로만 듣던 첫월급을 탔다. 얼마라고 공개하면 아마 기절을 할것이다.
무려 연봉으로 치면 50% 이상을 삭감당한 액수였다. 학자금도 날라갔다. 상여금도 통째로 100% 다 날라갔다. 아엠에프상황이라 어쩔수 없다는 편리한 논리를 들이대면 사원들은 할말이 없었다.
아엠에프는 사원들을 옭아매는 만병통치였다. 아엠에프를 들이대면 모든것이
일사천리로 풀렸다. 이를테면 모가지가 안달아난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윗선의 고압적인 태도가 암묵적으로 작용했다.
우리는 속으로 골병이 들었다. 월급날만 돌아오면 우울해졌다. 한없이 허리띠를
조르고 쪼여도 살방법이 없었다.
느느니 한숨이요 적자였다. 가정의 필수품인 마이너스 통장도 이제는 꽉찼으니
어찌하면 좋느냐는 친구들도 늘어갔다. 재미는 사라지고 집안에서도 불만이 쏟아졌다. 능력없는 남편 고개숙인 가장이 되어갔다.
아이들은 학원을 끊고 전업주부들은 부업거리를 찾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렇게 한달 두달 세월이 갔다. 회사는 여전이 아엠에프 타령을 한다.
어쩌면 그렇게 지독하게 우리회사만 아엠에프를 타는지 모르겠다. 듣자하니 다른 경쟁사들은 모두 아엠에프 이전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는데 우리회사는 여전히
아엠에프노래만 불러대는 것이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났다. 세월이 무척 빨랐다. 허리를 아무리 졸라매고 동여매도 한계가 있었다. 저축을 깨고 있는돈을 모조리 다 쓰고 나니 더이상 끌어다 쓸돈도 바닥이 났다. 이제는 눈덩이처럼 빚만 늘어났다.
친구들은 아니 동료들은 굴리던 차를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갔다. 어떤 친구들은 살던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가고 싶어도 집이 안팔린다면서 기울어가는 가정살림을 감당할수가 없다고 자조섞인 넋두리를 하기도 했다.
우리들은 그렇게라도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회사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기대했다. 어떤 고생을 하더라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우리에게 비전만 있다면 감당할
각오가 되어있노라고 마음속으로 다짐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엠에프 노래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이미 아엠에프를 맞은지가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다 지나가는데…약이오르고 분통이 터져서 안피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생겼다.
인간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도저히 참기어려운 한계점에 도달한 느낌이었다. 어떤 기막힌 사원의 절규가 가슴을 때린다. 믿었던 친구보증섰다가 바가지쓰고 월급까지 줄어 도저히 살아갈수가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친구의 월급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우리는 재입사를 했다. 일괄퇴직을 했으니
치고빠지고 할수가 없었다. 자율아닌 타율이었다. 그래서 새로 입사를 했다.
퇴직금은 회사에 바쳤다.회사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마음속으로 울면서 피보다 진한 노동의 댓가를 아낌없이 투자했다. 언젠가는 오늘의 이 쓰라린 아픔을 몇배로 돌려받으리라는 굳은 각오와 함께. 그렇게 해서 회사는 사원들의 주머니돈을 털어서 구조조정을 하고 재출발을 했다. 사원이 주인인회사라는 그럴듯한 명분의 간판을 걸었다.
사원들은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마음 뿌듯했다. 비록 받는 돈은 적을지라도
언젠가는 일어날 내회사 우리회사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다지나가도 전사원의 밥줄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의 대표는 경영개선 노력은 안하고 여전히 아엠에프 타령만 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대표가 회사를 위해서 얼마나 분골쇄신을 하는지는 몰라도 우리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출혈을 하고 이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이친구 월급이 50만원도 안되었다. 세금떼고 뭐떼고 이리저리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돈이 그렇게 많은지 새삼스럽게 알았다.
어떻게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하고 살아가라는 말이냐면서 한숨을 기차화통처럼 푹푹 내쉬었다. 나도 물론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친구는 나보다 더했다.
퇴직금도 회사에 바쳤는데 믿는친구 보증섰다가 바가지 쓰고 쥐꼬리만한 월급까지 차압을 당하는 이 기막힌 처지를 우리는 원망했다. 보증서면 뜯길줄 뻔히 알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보증서주고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사원들도 늘어났다.
그래도 우리는 참고 있다. 언제까지 참고 견딜지는 나 자신도 알수가 없다. 다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지금 아래로부터 사내분위기는 폭발직전이라는 것을…
내가 하는 일은 그전보다 훨씬 강도가 쎈데 웨 받는 월급은 반도 안돼야 하는지
너무 분통이 터진다. 우리부서 사람들은 나뿐 아니라 모두가 개미처럼 일을 한다.
물론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서 하기는 한다. 시간외수당도
제대로 못받는다. 하루에 열두시간을 일할때가 많다. 일주일에 60시간이 된다.
법정노동시간 준수를 요구하는 그런 회사가 있다면 우리에겐 정말 꿈같은 얘기다. 왜 이렇게 아엠에프가 우리를 삭막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우리는 월급을 받았다. 월급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래는 20일이
월급날이었다. 아엠에프를 맞고 나서 슬그머니 오일을 늦춰서 월급을 주더니 이제는
25일로 월급날이 굳어진 것이다.
그것이야 참을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절반도 못되는 월급을 이년이 다되어가도록 받는다는 것은 이제 자존심이 상해서 견디기가 힘든다. 꼭 월급을 절반 눈뜨고 도둑맞은 기분이다.
이기분 지금은 꼭꼭 참고 있지만 언제까지 참을지는 나도 모른다. 그런데도 회사는 아직도 아엠에프 노래를 부르고 있다.
흘러가는 물레방아타령을 하는것 같아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김명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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