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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침놓기 2탄. 진실과 위선의 똥꼬 경계선
2005/03/21 00:00
입력 조회수 : 686
지하철을 타면 흥분된다.
아랫도리의 특이한 자극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흥분...
지하철을 타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은 동물원 원숭이가 된다. 별의별 사람들의 행동을 구경
하는 눈의 자극으로도 내 인생은 풍요로워진다.
긁어 부스럼 만들기 좋아하는 TV에서 연일 지하철 성추행을 걸고넘어지고 있었다. TV는
연신 시청자의 아랫도리에 관한 것들을 은근슬쩍 흘리고 있다.
‘에이~ 설마...’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있어도 거의 드물거야. 암...
삐따기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날도 그런 믿음을 가지고, 사람 구경도 할 겸 버스 대신 지
하철 표를 끊었다.
퇴근 시간이어서 사람 엄청 많다. 정말 사람들 많네. 꾸역꾸역 지하철에 올라타서는 괜히 탔
다는 생각이 든다. 움직일 수도 없다. 앞사람 뒤통수까지 훤하다.
순간. 뭔가 손등에서 뭉클한 느낌이 전달된다. 따뜻하다. 스멀거린다. 마침 가방을 두 손으로
가지런히 들고 있던 차였다.
‘이게 뭐람? 뭘까? 설마 쥐가 있는 건 아닐테고...’
손등을 쳐다보려 하는데 앞에 있는 여인네가 힐끔 쳐다본다. 삐따기는 순진하게 씨~익하고
어색한 옅은 미소를 띄운다. ‘양놈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하고도 눈이 마주치면 간단한 인
사를 한 대잖아... 그럼 나도...’ 그렇게 해서 미소를 띄웠던 참이다.
그리고 손등을 보는 순간!
왼쪽 옆 멀끔한 코트의 신사양반이 내 앞 여인네의 엉덩짝을 주무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너무 당황한 나머지 킥~하고 웃어버린다. 금새 정신을 차리고는 그 신사양반을 아주
야멸차게 야려본다. 삐따기와의 눈싸움에서 지고 나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주무르기만
한다.
그 신사양반의 눈빛은 묵인을 바라고 있다. 만감이 교차한다. 일생일대 최초의 성희롱 장면
목격은 충격이지만, 그렇게 자신 있는 신사양반의 태도는 오히려 움츠려들게 하는 무엇인가
가 있었다.
멱살을 잡고 고래고래 소릴 질러? 아니면 무릎으로라도 똥침을 놔버려? 멋진 신사양반이
멋진 옷을 입고서는 나에게 당할 창피를 상상하면서 슬쩍 웃음을 흘린다. 이제 실행만 옮기
면 된다.
하지만 내 앞의 여인네는 그 찰라의 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것도 하필이면 내 왼쪽의 신사양반을 본 것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린 것이
다. 그 여인네의 시선에는 손을 앞으로 하고, 스멀거리며 웃고 있는 삐따기가 있었던 것이
다.
“짝!”
무슨 소리긴. 그 여인네의 힘찬 손아귀 힘이 삐따기의 볼따구에서 확인되는 소리지...
억울하다고 말하지도 못한다. 여인네의 눈빛이 따가웠기 때문이다. 그리곤 지하철 수사댄가
어딘가로 끌려가기 전에 오해를 풀었다. 신사양반은 사태의 심각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황
급히 내리고 난 이후.
‘야! 이놈아! 니놈이 아까 한 짓을 나는 알고 있다 이놈아!!!’
물론 대답은 없고, 삐따기의 “제가요~~ 그게 아니라요~~” 이렇게 시작하는 괴발새발 조서
만 남았다. 어쨌든 이번엔 삐따기가 원숭이가 됐다.
그래 맞아!
이 세상엔 진실이 없다니까... ‘위선적인 놈!’이라고 말하는 것도 전부 웃기는 짬뽕이라
고...
거봐! 그 멋진 코트의 신사양반도 못된 짓은 다 하고 다니잖아. 겉하고 속하고 심하게 다른
것을 위선적이라고 한다면서? 에이~ 가슴에 손 얹고 생각해봐봐... ‘난 위선자였다’ 답이
금방 나오지?
차라리 겉하고 속하고 다르다는 걸 밝혔음 좋겠어. 그럼 편하잖아. 속일 필요도 없고 남한테
사기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말야... 사람 마음속을 알려고 얼마나 노력들을 해. 연인의
마음이 궁금하고, 날 대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이 궁금해서 미칠 것만 같잖아. 우린 우리
주위의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조차도 헤아릴 수 없다니까...
아예 그러니까 기댈 하지 말자고. 나도 혼자 집에 있을 땐 방구도 뿡뿡 잘도 뀌고 트림도
시원하고 크게 해대지만 웬지 공공장소에서는 조심하게 되거든... 똥꼬에 힘도 꽉주고...
하긴 집에 혼자 있을 때도 똥꼬에 힘 안 빼는 사람들도 있드라... 이런 사람들은 정말 존경
해야하는 위선자들이 아닐까 싶어 난... 박수쳐 줘야지. 적어도 항상 일정하게 자기도 속고
있잖아... 모르긴 몰라도 잠잘 때같이 무의식중에는 방구도 소리나게 뀔 것이다. 아마.
혹시, 혹시 말야... 우리끼리 얘긴데... ‘이 세상엔 진실이 없다’는 것만 빼고는 진실이 없
는 것은 아닐까?
이런 소리하고 다니면 어디 끌려가는 건 아닌가 몰라. 그러면 가끔씩 이메일도 쏴주라. 응?
볼따구도 아파 죽겠는데...
김상기
2000/04/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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