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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사람](3) 밤낮을 바꿔산 뉴스맨 김정주
2003/07/31 00:00
입력 조회수 : 1,100
[클릭이사람](3) 밤낮을 바꿔산 뉴스맨 김정주
밤으로 부터의 긴여행. 지나온길을 되돌아보면 매순간이 숨막히도록 치열한 전쟁이었다. 살얼음판 같이 아슬아슬한 순간도 많았다. 시시각각으로 쏟아져 나오는 뉴스의 홍수속에서 살아온 17년.
고단했던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잠자리에 빠져드는 밤이 오면 그는 그때부터 바빠진다. 하루의 일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를테면 세상을 거꾸로 사는 셈이다. 밤과 낮을 뒤바꿔 살아온 세월이 어느덧 십수년이다.
남들이 잠잘 때 밤을 새워 일하는 그를 두고 사람들은 올빼미라고 부른다. 야근 줄창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습관도 완전히 변해 버렸다. 밤이 낮같고 낮이 밤같다. 처음엔 그도 낮을 밤같이 밤을 낮삼아 지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적응을 못해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한나절의 시차가 있는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겪을 법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달라져 버렸다. 오히려 거꾸로 살아가는 것이 더 편했다.
조간신문사 베테랑기자 김정주차장. 편집전문기자로 10년가까이 야근조장을 해왔다. 기자생활 17년 대부분을 야근인생으로 살아온 셈이다. 올빼미 생활에 파묻혀 지내다 보니 그의 이름앞에는 사내 현역 최장수 야근대장이라는 꼬리표까지 붙게 되었다.
야근과 함께 살아온 기자생활에서 겪은 애환과 사연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가 있을까. 이른아침 독자의 손에 배달되는 신문. 조간이기 때문에 밤새 신문을 만들어 낸다.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에 독자들이 펼쳐보는 신문속에는 김대장의 숨은 노력이 배어있다.
김대장이 바로 뜨끈뜨끈한 뉴스를 담아내기 위해 밤을 새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제 김차장은 야근에서 빠졌다. 일년 열두달을 교대로 돌아가며 야근하는 밤으로부터의 긴여행을 마치고 다시 정상의 생활로 돌아온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아쉬운 시간들이다. 조간신문에서 야근은 숙명적이다. 편집기자가 무엇을 하는것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그져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신문사에 지원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젊은날의 방황. 그도 예외가 아니었다.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탓일까. 고3시절 또래 친구들의 행동이 모두 유치하고 어려 보였다. 객기로 가득찼던 그시절 세상 모든 것이 눈에 거슬려 보였다. 삐딱한 세상. 일상을 탈출해보고 싶은 욕구. 참을수가 없었다. 대학도 포기했다. 방황도 오래가면 싫증나는 나이. 공무원이 되었다.
안정되고 미래가 보장된 직업이지만 오히려 새장속에 갇힌 새처럼 답답했다. 체질에 맞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군에 입대하였다. 최전방 하사. 제대후 복직했지만 역시 공무원체질이 아니었다.
다시 책을 잡았다.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다. 졸업무렵 교내 게시판에 기자를 뽑는다는 채용공고를 보았다.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운이 좋았던지 합격이었다. 언론고시로 불릴정도로 기자시험이 어렵다는 것을 신문사에 들어가고 나서야 알았다.
그렇게 시작된 기자생활. 처음에는 취재를 맡았다. 그러다 어느날 편집을 해보라는 간부의 권유를 받았다. 그길로 편집기자가 되었다. 풋내기 시절. 실수도 많았다. 일년 이년 삼년 사년… 세월이 흐르면서 재미가 붙었다. 편집에 관록이 붙기 시작했다.
편집기자는 흔히 수석기자로 불린다. 수석합격자의 수석처럼 기자중에서 가장 앞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가 속한 편집부가 수석부서로 불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로 신문사의 조직구도를 보면 가장 먼저 편집부가 있다. 그리고 나머지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등등.
폼에 죽고 폼에 산다는 폼생폼사라는 말이 있듯이 편집기자들에게는 제목생 제목사가 있다. 제목에 죽고 제목에 산다는 뜻이다. 그만큼 제목에 쏟는 열정이 대단하다. 단한줄의 제목에 모든 것을 담아 내야 한다. 원고지 수십장의 내용도 그가 뽑아내는 촌철살인의 몇마디속에 녹아 있다.
그래서 편집기자들은 스스로를 시인이나 카피라이터로 부른다. 김대장도 신문 일면 한구석을 차지했던 날씨와 세상코너의 글들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펴냈다. 김대장을 포함한 편집부기자들이 돌려가면서 2년에 걸쳐 쓴 200자 세상일기를 에세이로 펴낸 것이다.
구름 달 해 안개 나무들을 불러와 그들의 눈에 보이는 색깔대로 채색하여 그려낸 세상일기다. 편집시인의 글답게 정제되고 축약된 단어 하나 언어 하나마다 주옥같은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가 무심코 읽는 신문의 제목 하나하나에도 그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있다. 좋은 제목을 뽑아내려는 그들의 노력은 처절하다. 마감시간 직전. 전쟁터를 방불한다. 일선기자들이 발로 현장을 누비며 써낸 기사들이 모두 그의 손에 넘어온다. 기사가 죽고 사는 것도 그의 손에 달려있다. 기사를 신문에 실리는 것을 살린다고 하고 빠지는 것을 죽인다고 한다.
편집기자는 그래서 요리사에 비유되기도 한다. 일선기자들이 써보낸 기자들을 재료로 독자들 입맛에 맞게 멋진 요리를 하여 신문이라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독자의 입맛에 맞는 신문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편집기자라는 외길을 걸어온 김대장이지만 아직도 마감시간이 되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편집은 흔히 수명을 깎는 대패라고 한다. 쏟는 열정이 생명을 단축시킬 만큼 편집이 힘들다는 뜻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완벽한 제목은 없다. 그렇기에 완벽에 가까운 제목을 뽑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머리를 짜낸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마감시간직전 편집기자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피비린내나듯 격렬한 싸움터가 연상된다.
좋은 제목을 만들어 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고뇌하는 모습이 처절하다. 편집에 몰입하며 마지막 남은 한방울의 지혜까지 짜내려고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치열한 삶의 열기가 느껴진다.
그렇게 힘을 쏟고 나면 온몸에 힘이 쑥 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바쁜 틈에도 무의식중에 담배를 입에 무는 사람도 있다. 촌각을 다투는 그시각에 담배를 피워무는 손놀림이 재빠르다. 급할수록 쉬어가라는 여유라기 보다는 아이디어를 짜내는데 담배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야근이 얼마나 힘들기에 오래하면 기운이 모두 빠져 딸을 낳는 다는 속설까지 있을까?
체력 하나만 믿고 버텨온 야근이지만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된다. 딸이 초등학교에 다닐때 그린 아빠의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는 김대장. 야근을 마치고 아침에 퇴근하여 하루종일 잠들어 있는 아빠의 모습이 딸에게 그렇게 비쳐진 것이다. 쉬는 날만이라도 아빠와 함께 놀아주기를 바라는 어린딸의 소망이 담긴 그때 그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편집이 끝나면 너나없이 화장실로 달려간다. 참았던 소변을 보는 순간 긴장이 풀어진다. 짧은 몇분동안의 그시간이 그들에게는 가장 여유있는 순간이다. 그제서야 한숨돌렸다는 생각에 마음이 느긋해진다.
언론계에서도 알아주는 야근통인 김대장은 이제 기사를 척 보면 안다. 내용을 안읽어 보더라도 중요하고 큰기사인지 아닌지 구별해 낼수 있다. 원고지로 기사가 넘어오던 시절. 원고뭉치를 손에 들면 기사의 경중이 나타난다.
직감으로 큰 기사를 골라낸다. 그는 언제부턴가 기사가치의 비중을 무게로 가려내는 습관이 생겼다. 똑같은 원고지 20장 분량이지만 그가 느끼는 무게는 크게 달라진다. 중요한기사는 크고 무겁게 보인다.
반면에 시시껄렁한 기사는 백지장처럼 가볍고 작게 보인다. 그가 기사가치로 측정하는 원고의 무게는 오차가 거의 없다. 그만큼 기사가치를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물론 오랜 기간동안 야근을 하면서 익힌 노하우다.
그런 뛰어난 기사 선별력 덕분에 그는 편집기자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베테랑급으로 통한다. 기자협회등에서 주는 큰상도 여러번 탔다. 편집기자 대상을 받았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협회에서 보내주는 2주일짜리 유럽여행까지 다녀왔다.
놀때는 신나게 놀고 일할때는 신나게 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평소엔 말이 없지만 술한잔만 들어가면 입담이 보통아니다. 술을 잘마셔야 일도 잘한다면서 동료들에게 술잔을 권하는 모습에서 동료애가 진하게 묻어난다.
듬직한 체구만큼이나 한번 밀어붙이면 끝을 보고마는 뚝심이 대단하다. 평소에는 마음좋고 호탕해 보이지만 일할때는 대꼬챙이 같다. 그를 따르고 좋아하는 부원들도 일할때만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일에서는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꼼꼼하고 치밀한 그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오랜 올빼미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김대장.
그동안 강산이 변할만큼 밤과 낮을 거꾸로 살아왔기 때문일까. 긴밤으로부터의 긴여행을 끝내고 정상으로 돌아온 그는 요즘 시차조절이 잘안돼 고생아닌 고생을 하고 있다. 어느덧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40대 중반이 되었지만 아직도 일앞에선 단한치의 양보도 없는 프로정신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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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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