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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64) 마지막 날
2007/08/09 00:00
입력 조회수 : 1,022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64) 마지막 날
2004년 03월31일
막노동판에 뛰어든 지 이제 두 달이 넘었다. 그 동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아낌없이 쏟아 부으며 악으로 깡으로 막노동을 해왔다.
그런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 오늘이 바로 노가다판 인생체험을 졸업하는 영광스런 날이다.
왜소한 내 체격에 걸맞지 않는 힘든 일을 하느라 무리를 한 탓에 허리는 고장나 병원 신세까지 지고 말았지만 뭔가 해냈다는 마음만은 뿌듯하다.
허리가 아파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으니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래 오늘 하루만 버티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오전에 철근을 천막으로 덮고 시점부 법면(경사면) 나무를 베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톱은 작고 나무는 커서 아무리 열심히 톱질을 해도 나무가 잘 넘어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허리는 끊어질 듯 아프고 나무는 잘 안 베어지고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점심때는 아직 멀었는데 배는 고프고...
같은 날 같은 일을 하다 같이 무리를 하는 바람에 똑같이 옆구리가 아픈 친구도 말은 안 하지만 얼굴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진 것으로 보아 허리 통증을 참느라 이를 악물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관리자는 이거해라 저거해라 지시만 한다. 친구가 뼈있는 말을 한마디 던진다.
“그래서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게 서러운 것이지. 특히 오늘같이 몸 아플 때는 더욱 그렇고. 이 세상에 돈 버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렇다고 자존심 상한다고 해서 보따리 싸 가지고 집에 가면 자기만 손해지. 처자식 먹여 살리려면 아무리 아니꼽고 자존심 상해도 참아야지 어떡하겠나. 우리 힘들더라도 참세. 우리도 열심히 일하면 쨍하고 해뜰 날이 있겠지.”
노가다판에서 20년을 굴러먹은 친구의 말이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에 와 닿는다. 저 친구가 저런 말을 하기까지 이 바닥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과 고통을 참고 견디어 냈는지 굳이 말을 안 해도 알만 하다.
오후가 되어 공사구간 폐쇄 도로 주변 경사면에 차광막을 씌웠다. 지난번에 씌우고 남은 부분을 마무리 한 것이다.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마음 같아서는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두 달 넘게 여기서 일을 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이 바닥에 정이 들었다.
용인에 와서 보고 듣고 배운 것이 참 많다. 42번 국도 경사면에서 차광막을 씌우는 작업을 하면서 가끔씩 아래를 내려다보면 버스 공사차량 자가용 화물차 택시 등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없이 어어진다.
그 중에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경남여객 버스다. 용인 도로를 경남여객이 독점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이 다닌다.
내가 서울에 갈 때 타는 버스도 경남여객 직행좌서 5001번이나 5001-1번이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에까지 경남여객 운행 노선이 뻗어있다니 저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은 재산이 도대체 얼마나 많아서 저렇게 많은 버스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알고보니 경남여객 사주가 남경필 의원이란다.
용인에는 유난히 고급 승용차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만큼 돈 많은 부자들이 많이 사는 모양이다. 아닌게 아니라 옛날부터 터가 좋다고 소문난 용인이다. 내가 일하는 공사장 주변 마을도 땅값이 장난이 아니다. 주택지는 말할 것도 없고 임야도 평당 100만원을 웃돈다니 알만하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동백지구 주민들 중에서 택지로 수용된 농가 중 10억 이상 보상 받은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 중에는 47억을 받은 사람도 있다니 이만하면 재벌 부럽지 않은 재산이다.
거액 보상을 받은 사람들 중에는 놀면 돈만 쓴다면서 막노동 일용직 잡부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거액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있는 돈을 안 쓰기 위해 막노동판에 다니면서 돈도 벌고 일도 하는 부자잡부가 있다는 소리는 여기 와서 처음 들었다.
에피소드 둘. 용인에서 머슴을 살면서 해마다 받는 세경(품값)으로 땅을 조금씩 사 두었는데 그 땅이 택지로 수용되면서 10억을 받았다는 사람의 내용이 전설처럼 내려온다.
돈 푼 깨나 있다고 해서 용인에서 멋모르고 돈 자랑하다가는 망신살 뻗치기 십상이겠다. 용인에 고급 승용차가 유난히 많이 보이는 이유를 알만하다.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아 있는 초고층 용인시청 건물이 마치 돈 많은 용인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드디어 오늘 하루도 끝났다. 두 달 넘게 해온 나의 막장 인생도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다.
그동안 온몸으로 겪은 막장 체험은 앞으로의 내 인생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
수정일 2006년 03월16일 09시45분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피플코리아 운영자 김명수 / 전화 017-707-4827 이메일 people365@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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