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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54) 일요일에도 새벽 출근은 계속된다
2007/07/12 00:00
입력 조회수 : 1,035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54) 일요일에도 새벽 출근은 계속된다
2004년 03월21일
그렇게 서둘렀지만 토요일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왔다. 거룩하고 신성한 막노동을 하느라 시간이 없어 꼬박 2주만에 찾아온 집이다.
집에 오면 항상 시간이 없다. 마누라와 오손 도손 밀린 이야기도 하고 그동안 못 만난 친구도 만나고 싶지만 늘 마음뿐이다.
혹시나 했던 어제도 역시나였다. 밤에 집에 들어가자마자 욕실에 들어가 머리를 깎고 샤워를 하고 공사판에서 갈아입을 옷가방을 챙기다 보니 12시가 넘어 잠잘 시간도 없다.
허둥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기가 안쓰러운지 마누라가 야참을 차려준다. 똑같은 밥이지만 아내가 차려주는 밥이 훨씬 맛이 있는 것은 남편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과 정성이 담긴 때문이리라. 흔한 된장찌개지만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꾸만 그 쪽으로 수저가 간다.
늦은 밤 부부가 함께 야참을 먹는 이 순간이 오늘따라 더없이 행복하다. 내가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새벽 5시 40분에 집을 나섰다. 남들이 다 노는 일요일에 놀기는 고사하고 공사판 막일을 하기 위해 나서는 새벽 출근이다. 대통령 탄핵 규탄 촛불 시위도 세상 밖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좌석버스를 타고 오다가 용인 정신병원 앞에 내리니 친구가 트럭을 몰고 나와 주었다. 숙소에 오니 8시 정각.
서울 북단 쌍문동에서 두 시간 넘는 길을 달려와 용인 도로공사 현장으로 8시 출근을 했으니 어지간히 부지런을 떤 셈이다.
친구는 더 했다. 어제 같은 시각에 출발하여 대전 집에 갔다가 오늘 새벽 5시에 집을 나와 7시에 현장 출근을 했다. 부지런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두 사람이 꼭두새벽에 용인 도로공사 현장에 모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왔으면 일을 해야지. 현장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친구가 던진 첫 마디였다. 그래 맞아, 왔으면 일을 해야지.
연장을 챙겨가지고 배수로 바닥을 다지러 갔다. 땅을 고르고 컴팩트(딸딸이)로 단단하게 때렸다. 벌써 몇 번이나 다뤄본 경험이 있어서 이제는 제법 손에 익었다. 그래서 현장 경험은 무시 못 하는가 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힘든 일이라곤 해본 기억이 없는 데 이번 공사판에 뛰어든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평생 못해본 일을 여기서 다하는 기분이다.
오늘은 아예 휴대용 버너에 간식으로 먹을 라면을 준비해가지고 일을 나왔다. 아닌게 아니라 10시가 넘으니 허기가 진다.
트럭 뒤 짐칸에서 버너를 설치하고 불을 켜 즉석에서 라면을 끓였다. 날계란 두개까지 풀어 제법 맛을 냈다. 막노동 현장에서 직접 끓여 먹는 라면 맛이 일품이다.
힘든 일을 같이 하면서 같이 먹고 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친구와 정이 흠뻑 들어버렸다.
고향 친구지만 어렸을 때 보고 그동안 보지 못해 기억조차 없다가 여기서 우연히 만나서 그런지 마음이 간다.
“관리자도 안 나오고 인부들만 나와서 현장을 지키고 스스로 알아서 일을 하고 있으니 그거 참 기분이 묘하네.”
“누가 시켜서 일을 할 우리가 아니잖아. 우리 할일은 우리가 알아서 칼같이 해야지.”
친구와 나는 때로는 우스개 소리도 하고 농담도 하면서 가능하면 즐겁게 일을 하려고 했다.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내일의 꿈을 안고 웃으며 여유있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오늘은 우리도 야리끼리로 다른 날보다 한시간 일찍 일을 끝냈다.
비록 쉬지 못한 일요일이었지만 힘들게 하루 일을 마치고 현장 숙소 사무실로 돌아오는 순간 뿌듯한 마음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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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5년 05월30일 07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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