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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바람의 소설] (1) 노숙자와 기자의 인연- 끈
2007/06/01 00:00
입력 조회수 : 905
(128) [바람의 소설] (1) 노숙자와 기자의 인연- 끈
설날 아침에 경찰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받아보니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신원 미상의 노숙자가 극약을 먹고 자살하여 시립병원 영안실에 있는데 주머니에 기자의 이름과 연락처가 유일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기자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집에 돌아가기를 한사코 거부하던 그를 간신히 설득하여 허락을 받아낸 바로 그 노숙자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차례상도 물리기 전에 노숙자가 안치되어 있다는 영안실로 달려간다.
따르릉.
“여보세요?”
“아니 이게 누구야 너 이 새끼 누군데 내 집 안방에서 전화를 받아”
무심코 걸려온 전화를 받다 완전 무방비 상태로 욕을 한 바가지 먹고 깜짝 놀란 기자.
“내가 이집 주인인데 당신 누구야?”
“무슨 헛소리야 내가 내 집에 전화 하는데 잔말말구 내마누라 당장 바꿔”
“뭐야 내 집에 내마누라가 있지 너 이 새끼 돌은 놈 아니야!”
“그래 이 새끼야 나 완전히 꼭지 돌았다”
“나 참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 미친놈을 다 봤네.”
기자가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남편을 보다 못해 한마디 던진다.
“아니! 무슨 일이기에 당신 전화를 그렇게 거칠게 받아요?”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한편 전화를 건 노숙자 역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아니 이 새끼를 그냥 죽여 버리고 개 값을 물어 말어”
노숙자는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자신이 집을 비운사이 마누라가 다른 남자를 꿰어 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치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
“너 누구야? 누군데 우리 집에 당신이 와있어. 어서 내마누라 바꿔”
기자도 이에 질세라 큰소리로 입에 담지 못할 험한 욕을 해댄다.
“그런데 이자식이 뭘 잘못 먹고 돌았나. 돌았어도 단단히 돌았구먼.”
이미 이성을 잃은 두 사람 입은 점점 거칠어지고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진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지 더 이상은 못 참는다. 어서 내 마누라 바꿔?”
“아니 이런 미친 새끼가 다 있어. 너 이 새끼 정체가 뭐야. 경찰에 당장 신고하기 전에 어서 신분 밝히지 못해”
“내가 할 소리다 이 새끼야. 아침부터 열 받아 뚜껑 열리네. 그래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어서 내 마누라 바꿔”
“아이 시팔 재수 없어. 오늘 일진 김 팍 새버렸네.”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전화통을 붙잡고 옥신각신하다가 이럴게 아니라 직접 만나서 사태를 해결하기로 했다.
“너 이 새끼 오늘 제삿날인줄 알아. 지금 당장 나갈 테니까 꼼짝 말고 거기 서있어”
“웃기고 자빠졌네. 안 그래도 온몸이 근질근질한데 너 잘 걸렸다. 어디 한번 그 뻔뻔스런 쌍 판때기 좀 보자”
흥분한 두 사람은 살인이라도 저지를 기세로 만났다. 그런데 만나보니 모르는 사람이었다.
“당신 누군데 그렇게 남의 집에 함부로 전화를 걸어서 행패야”
“내가 내 집에 전화를 했는데 왜 당신이 받아. 당신은 도대체 누구야”
“그런 당신은? 도대체 당신 집 전화번호가 몇 번인데?”
“3838에 3838이다.”
“놀고 있네. 우리집은 3837에 3838이다. 다이얼을 잘못 돌려놓고 생사람 잡았구먼!”
“그럴리가. 내가 분명 내집에 건다고 걸었는데”
“그럼 다시 전화 해보시지. 띨띨하기는...”
얼굴이 벌개진 노숙자가 기자가 건네준 핸드폰으로 즉석에서 다시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 분명 아내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노숙자가 공중전화 박스에서 자기 집으로 전화를 건다는 것이 전화 번호 숫자 하나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엉뚱한 집으로 연결되어 생긴 해프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미안하오. 내가 큰 실수를 했소.”
“거 참 누명이 벗겨졌으니 다행입니다만 아까는 정말 미치고 환장할 뻔 했소. 그런데 어디 댁의 사정이나 좀 들어봅시다.”
두 사람은 술집으로 향했다. 기자와 노숙자는 그렇게 처음 만났다.
노숙자는 한때 잘나가는 샐러리맨이었다. 최고 명문 S대 경제학과를 나와 국내 굴지의 H그룹 본사 기획실에 근무하여 승승장구 부장까지 올라갔다. 그러다가 IMF를 만나 명예퇴직을 당하고 사업을 하다 망해서 퇴직금도 모자라 있는 재산 다 날리고 한순간에 추락을 했다.
남자가 넥타이 매고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회사를 나갈 때는 몰랐다. 그러나 카드빚을 끌어다 쓰면서 결국은 신용불량자가 되어 집에 틀어박혀 있으니 숨이 막혔다. 아내는 아내대로 짜증이 났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은 자주 부딪혔다.
빚은 산더미처럼 불어났고 싸움이 잦아지면서 갈등도 커졌다. 결국 남편은 집을 뛰쳐나왔다.
한때는 유능한 사람으로 목에 힘주다가 하루아침에 날개 꺾인 가장이 되어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설자리를 잃은 그는 급기야 할일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길거리에서 아는 친구라도 만나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서울역 지하도를 지나갔다. 그런데 쭈구려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어쩐지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자기도 모르게 그들 틈에 한참을 끼어 앉아있었다.
그랬더니 한 노숙자가 말을 걸어왔다.
“보아하니 먹물깨나 든 분 같은데. 댁은 누구쇼?”
“예?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더듬거리지 말고 옆에 앉으쇼. 어디 누군들 이 자리 앉고 싶어 왔겄소?”
“예! 예! 고맙습니다.”
그는 슬그머니 노숙자들 틈에 앉았다.
어느덧 날이 저물고 그는 그렇게 노숙으로 첫날밤을 맞았다. 노숙자의 겨울밤은 너무도 혹독했다. 노숙자들의 몸에서 나오는 특유의 쾌쾌하고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여 금방이라도 구토가 나올 것만 같았지만 달랑 보루박스 한 장 깔고 누워 있는 그들과 한배를 탄 동병상린의 마음으로 꾹 참았다. 밤이 깊어질수록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온몸을 파고들어 뼛속까지 꽁꽁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을 공처럼 웅크려 추위와 싸우면서 이 생각 저 생각에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노숙자들은 바닥에 놓인 보루박스 한 장에 신문 쪼가리 이불 삼아 마치 자기 집 안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쿨쿨 잘 자고 있었다. 냉기가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렀다.
그는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한 채 하룻밤을 보내고 말았다. 이튿날 점심이 되자 노숙자들이 하나 둘 일어나 어디론가 갔다.
“한 끼라도 챙기려면 따라오쇼”
“어디로요?”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고 세상사는 노하우가 있다오. 힘 빠지니까 긴말 말고 와 보면 알아요.”
그는 그렇게 그들을 따라갔다.
“점심을 무료로 나눠주는 곳이었다”
꽤재재하고 초라한 행색으로 기다랗게 늘어선 노숙자 대열에 끼어서 그렇게 한 끼를 때우고 다시 또 하루를 맞았다.
며칠째 노숙자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지내다 보니 그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그 자리가 더 마음 편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에게 가끔씩 전화를 걸었다. 어린 아이들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으나 도저히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월드컵 경기가 한 참 무르익을 때였다. 나라는 온통 월드컵으로 축제 분위기였다. 노숙자들은 경기가 열리면 서울역으로 몰려가 응원을 했다. 전광판에 경기가 펼쳐지는 것을 보면서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박수도 열렬하게 쳤다. 그러다가도 경기가 끝나면 금세 풀이 죽었다.
“제기랄 어쩌다가 내 신세가 이지경이 됐단 말인가.”
가족이 보고 싶어진 그는 수화기를 들었다. 아내가 받는다. 아내는 집에 들어오라고 전화통을 붙잡고 애원을 한다.
“여보 제발 당신에게 돈 벌라 소리 안 할 테니 집에 들어오세요.”
“알았어. 조금만 참아. 내가 돈 좀 벌고 자리가 잡히면 그때 돌아갈게”
“여보 돈 다 필요 없으니 집에 들어와요. 무조건 내가 잘못했소. 라면을 먹더라도 우리 함께 살아요.”
남편은 전화를 뚝 끊었다. 그리고는 흐느껴 울었다.
그렇게 노숙자 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몇 달이 흘렀다.
이제 추운 겨울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지하철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무료 급식소에서 아점(아침 겸 점심 식사)을 하고 남은 하루를 때우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엉덩이 따뜻한 자리에 앉아 종점에서 종점까지 왔다갔다 하는 것도 제법 익숙해졌다.
노숙자는 오늘도 아점을 맛있게 먹고 지하철 역 구내로 들어섰다.
노숙자 아무개는 지하철 벽보에 붙어있는 사랑의 편지에 눈이 갔다. 그 내용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랑의 편지 폭풍이 밀려와도
해풍이 잘 날이 없는 해변의 숲은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홀로 우뚝 선 큰 나무가 없다는 점입니다.
해변에는 거의가 비슷비슷한 크기의 나무들이 서로서로에게 기대고 있습니다.
그래야 큰 폭풍이 밀려와도 견뎌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천둥번개 비바람에도 견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네 삶도 그러합니다. '나'도 잘돼야 하지만 다른 사람도 함께 잘돼야 합니다.
'나'도 튼튼히 서야 하지만 다른 사람도 튼튼해야 합니다.
내 가게도 잘돼야 하지만 옆집도 잘돼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잘 사는 길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서로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삶은 혼자 사는 게 아니잖아요? 인생에서 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힘겨워하는 이웃이 있다면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바람을 이겨내세요.
'나'는 약하지만 '우리'는 강하답니다.
지하철 벽보에 붙어있는 사랑의 편지를 읽은 노숙자는 고개를 땅으로 떨군채 한동안 말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노숙자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택시라도 몰자. 이래봬도 자가용 운전 경력 20년 베테랑 아닌가?”
며칠 정신 교육 받고 택시회사에 기사로 취직을 했다.
하루 종일 운전을 하고 6만원을 벌었다.
몇 달 만에 만져보는 큰돈이었다.
그리고는 기분이 좋아서 회사로 돌아왔다.
그런데 경리 아가씨가 불렀다.
“아저씨, 사납금을 못 채웠네요. 3만원 더 내셔야 합니다.”
“뭐야? 아니 왜 하루 종일 죽어라 일해서 번 돈 몽땅 내놨는데 돈을 더 내야 한단 말이요?”
“하루 사납금이 9만원인데 6만원밖에 안 주셨잖아요. 그러니 3만원 더 주셔야 합니다.”
노숙자는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세상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단 말인가. 내 참 웃기지도 않네.”
이튿날 그는 더 열심히 일했다.
점심도 안 먹고 꼬박 12시간을 일했다.
그래도 겨우 7만4천 6백 원이었다.
그는 이틀째도 1만 5천 4백 원이 빚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택시기사 노릇도 결국 하지 못하고 나오고 말았다.
다시 자신의 무능을 탓하면서 노숙자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그러면서 가끔씩 기자가 찾아와 돈을 만원 혹은 몇 만원씩 건네주었다.
두 사람은 이제 기묘한 인연으로 만나 서로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노숙자는 다시 용기를 내어 새벽 인력시장에 나갔다.
그러나 거기서도 그는 아무도 받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힘든 일이라고는 해본 경험이 없는 그는 막노동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함을 자책하면서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왔다.
세월이 흘러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년 중 최대 명절 설날이 며칠 앞으로 돌아온 것이다.
기자가 그를 찾아와 돈을 몇 만원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제는 제발 생고생 하지 마시고 집에 들어가쇼.”
“알았수. 내 그동안 기자님 도움 참 많이 받았소. 고맙소.”
그리고는 집에 들어갔다.
때 빼고 광내고 나름대로 차려 입어 제법 말쑥한 모습이었다.
목욕탕에 가서 몇 달 만에 샤워도 했고 이발소에 가서 머리도 단정하게 깎았다.
이제 그의 모습에서 노숙자의 흔적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가슴 떨리는 아내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셈이다.
“아, 얼마만인가.”
조심스럽게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대문이 열리면서 나온 사람은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였다.
“아니 이럴 수가?”
“우리 집사람 어디 갔어요?”
“집사람이라뇨? 제가 이집 주인인데요?”
남편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제정신이 아니었다.
“젠장”
이제는 그 징한 노숙자 신세를 청산하고 아내와 어린 두 자녀와 오순도순 옛날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 소박한 꿈이 단숨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호주머니를 뒤져 보니 아이들에게 용돈으로 주려고 꼬기작꼬기작 숨겨 놓았던 거금 5만원이 있었다.
“그래 얼마나 내가 미웠으면 다른 남자를 만나 달아났단 말인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지.”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내가 밉고 괘씸했다.
“그렇다면 왜 날 보고 그렇게 집에 들어오라고 사정을 했단 말인가.”
“아니야 분명 이년이 다른 놈팽이 꿰차고 달아났어. 네 이년을 그냥 콱...”
“아 정말 세상이 싫다 싫어. 이놈의 세상 그냥 불쏴 질러버리고 싶다.”
그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혼자 뭐라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을 씨부렁거리면서 거리를 쏘다녔다. 설날을 앞두고 차가운 바람이 살을 도려내는 듯 파고들었다.
“그래 잘못은 나에게 더 크다. 남편 노릇을 못했으니 내 무슨 할말이 있단 말인가.”
이미 남편은 세상에 대한 삶의 의욕을 상실했다.
“나하나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야.”
발걸음은 어느새 약국으로 향했다. 불면증으로 잠이 안와 견딜 수가 없다는 등 그럴듯한 말을 둘러대면서 수면제를 몇 알 샀다. 이 약국 저 약국을 돌면서 구입한 수면제를 세어보니 모두 30알이었다. 이만하면 됐겠지.
그리고는 슈퍼에 들러 1.8ℓ짜리 페트병 소주를 샀다. 안주도 없이 소주를 통째로 기울여 마시기 시작했다. 마신다기 보다 그냥 입에 쏟아 붓는 것이었다. 넋이 반쯤 나간 상태로 미친 사람처럼 혼자말로 중얼거리면서 거리를 걷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세상에 믿고 의지할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생각에 어서 빨리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결국 삶의 인연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생각하니 어이가 없어서인지 너무도 기가 막혀서인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헛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가슴 밑바닥까지 치밀어 오르는 절망감에 몸뚱이 하나도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파김치가 된 채 거리를 배회하다 산으로 들어갔다.
제법 잘 만들어진 무덤이 눈에 들어왔다. 무덤 앞에 앉아 깡소주를 계속 들이마셨다. 아무리 술을 퍼마셔도 취하기는커녕 정신은 더욱 멀쩡했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내가 죽어 비바람에 나뒹굴어도 잔디 한 장 흙 한 줌 덮어줄 사람 한명 없다는 생각에 그만 설움이 북받쳤다. 그는 무슨 숭고한 의식이라도 치르듯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심호흡을 했다.
“내가 죽으면 저 하늘에 별이 될까.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세상살이를 끝내야지.”
그리고는 뚜렷한 대상도 없이 “그래 나는 저세상으로 갈 테니 너희들끼리 잘 먹고 잘 살아 보아라” 하면서 수면제를 털어 넣었다. 그토록 자신을 짓누르던 고단한 이승의 삶을 이제는 벗어던지고 싶은 유혹이 그를 죽음의 자리로 내몰았던 것이다.
삶의 끈을 놓으니 두 어깨를 짓누르던 오만가지 생각이 달아나면서 묘한 쾌감과 해방감이 밀려왔다. 그리고는 서서히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아내와 두 아이들이 그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지하철은 여전히 오고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행색이 초라해 보이는 한 승객이 지하철 벽보에 붙어있는 사랑의 편지를 보고 있다.
맨발천사 최춘선 이야기
지하철역에서 맨발로 알듯 모를 듯한 말을 외치는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가슴팍에는 종이판을 걸고, 모자는 전도문구로 뒤덮은 기이한 모습이었습니다. 지하철 통로를 따라 걸어가면서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그 웃는 얼굴 웃는 안광, 김구 주석 꼭 닮았어, 축하합니다!" "미스 코리아 유관순! 미스터 코리아 안중근! Why two Korea?" 사람들은 그를 한낱 미치광이 노인으로 여겨 무시하거나 킥킥거리며 웃었습니다. 통일이 되면 신을 신는다는 말에는 비아냥거렸습니다.
사실 노인은 어릴 적 동경 유학을 하고 5개 국어를 하는 수재였고, 김구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한 분이었습니다. 김포에 수십만 평의 땅을 소유한 엄청난 부자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만나고 난 뒤 가진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라는 말씀을 따라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자신은 진리를 전파하러 다닌 것이었습니다.
고아와 노숙자들을 모아서 보살피기도 했습니다. 그는 30여 년 동안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맨발로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 분이 바로 맨발천사 최춘선 할아버지입니다. 항상 기쁘고 행복했던 그는 고백합니다. "사명은 각자 각자요." "충성은 열매 가운데 하나요."
나만 행복하다고, 내 가족만 행복하다고 온 가족이 행복에 넘쳐 큰 소리로 웃어대는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행복이 산산이 부서져 깊은 절망에 빠진 누군가가 축 처진 모습으로 내 집 앞을 지나가다 당신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큰 행복의 웃음소리를 듣고 더욱 좌절하고 절망에 빠질지도 모르니까요.
<피플코리아/김명수
www.pkorea.co.kr
>
2005년 02월12일 09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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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피플코리아 운영자 김명수 / 전화 017-707-4827 이메일 people365@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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