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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95) 뚜벅이족으로 지내는 즐거움
2007/03/25 00:00
입력 조회수 : 863
[세상엿보기] (95) 뚜벅이족으로 지내는 즐거움
장기 불황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몰고 다니던 자가용을 차고에 고이 모셔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웬만한 거리는 아예 걸어 다니는 ‘현대판 뚜벅이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원래 자가용 없이 지낸 사람들이야 대중교통이 몸에 배어 좀 불편해도 잘 참을 수 있지만 차를 몰고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차를 놓고 다니면 불편은 배가된다.
나는 ‘타고난 뚜벅이족’으로 지금까지 그 흔한 자가용 한번 몰아본 적이 없다. 서울 도심도 버스나 지하철노선 한두 정거장쯤은 걸어 다니는 것이 기본이다. 평생을 뚜벅이족으로 살다 보니 그동안 겪은 애환도 많다.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초가지붕이 농촌의 상징이던 초등학교 시절 편도 7Km, 왕복 14Km 거리를 6년 동안 걸어 다녔다. 8살 코흘리개 나이에 10리도 넘는 시골길을 꼬박 걸어 다녔으니 수십 년 세월이 지난 지금 와서 돌아봐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올라간 중학교는 집에서 더욱 멀어져 편도 10Km, 왕복 20Km나 되는 '장거리'를 매일 단축 마라톤 하듯 뛰어다녔다.
새벽같이 집을 나와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달려도 학교에 오면 수업시간을 맞추기 빠듯했고 수업을 마치기 무섭게 마라톤 코스 반환점을 돌 듯 온 길을 되돌아 정신없이 집에 오면 하늘엔 별이 총총하고 온 몸이 파김치가 되어 씻지도 못한 채 쓰러져 곧바로 잠이 들곤 했다.
전기불도 들어오지 않는 ‘콩밭매는 칠갑산 깡촌’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그렇게 많이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걷는 것이 몸에 배어 지금도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는 것이 훨씬 더 편한 ‘오리지널 뚜벅이족’이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여름 방학을 맞아 서울 친척집에 놀러 왔을 때 호기심에 뚝섬에서 김포공항을 오가는 버스노선을 따라 뚝섬에서 김포공항까지 걸어간 적도 있다.
아침 일찍 뚝섬을 출발하여 버스 뒤를 졸졸 따라 걷다가 버스가 사라지면 다음 버스가 나타나기를 기다려 다시 걷기를 수없이 반복한 끝에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밤이 되었다. 하루 종일 걸어간 길을 버스로 오니 어린 마음에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나의 뚜벅이 생활은 직장에서도 계속 되었다. 종로에서 창동까지는 수없이 많이 걸었고, 용산에서 늦은 밤 택시를 기다리다 잘 잡히지 않으면 마음을 바꿔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집이 있는 쌍문동까지 걸어서 오기를 수차례 했다.
지난 2002년 01월19일에는 서울 용산 국제빌딩 앞에서 경기도 파주 봉일천까지 꼬박 하루를 걷기도 했다. 아침 8시부터 걷기 시작하여 저녁 8시까지 걸었으니 국토종단팀 하루코스를 완주하는 강행군을 한 것이다.
지금도 틈만 나면 걸으면서 사색을 즐긴다. 운전면허(대형면허 1종)는 신분증 대용으로 가지고 있지만 내 평생 자동차를 한번도 몰아본적도 소유해본적도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특별히 다른 운동을 안 해도 이만큼이나마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평생 채식을 즐기고 뚜벅이족으로 지내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 나이 50줄을 바라보지만 몸은 아직도 새털처럼 가볍고 허리는 29인치를 넘지 않는다. 원래 소식을 즐기지만 지금까지 아랫배가 나와서 걱정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너무 많이 걷다보니 약간의 후유증도 있다. 발바닥이 닳고 닳았는지 칼날처럼 얇아졌고 남들이 보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살이 찌지 않아서 체중이 60kg을 넘어본 적이 없다.
시골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꼬불꼬불 울퉁불퉁 논두렁 밭고랑 사이로 난 길을 지나고 산 넘고 개울건너 다니면서 자연을 벗 삼고 새소리 물소리 들으면서 뚜벅이족으로 살아온 것이 나의 감성을 키우고 상상력을 자극하여 호기심 많은 글쟁이로 만들어놓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사색에 빠지게 하고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뚜벅이족 생활을 즐겨왔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나는 서울 부산을 초고속으로 달리는 고속철 시대에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듯 앞으로도 튼튼한 두 다리를 자가용삼아 기꺼이 뚜벅이족으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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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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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9월27일 13시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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