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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33) 주소가 바뀐 내집
2007/02/23 00:00
입력 조회수 : 784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33) 주소가 바뀐 내집
2004년 02월29일
어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서둘러 서울에 왔다. 서울행 버스가 정차하는 삼가동 정류장까지는 정대리가 자가용으로 태워다 주는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날씨가 흐리다.
양재동에 도착하여 전철을 타고 쌍문역에서 내려 마을 버스에 올랐다. 정의여고 앞에서 내려 새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다. 지난 번에 집을 나설때는 아파트 였는데 이번에 집에 들어갈때는 그 집이 아닌 새로 이사온 낡고 허름한 단독주택이다.
누구냐고 묻지도 않고 문이 덜컥 열린다. 집에 들어가 마누라 보고 왜 얼굴도 확인 안하고 문을 열어주느냐고 물으니 빙그레 웃는다. 집안에서 얼굴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니 정말로 얼굴을 확인할수 있다.
막상 마음이 급해 서둘러 집에 왔는데 와서 보니 아내가 힘든 이사를 혼자 다 해냈다. 이미 정리까지 대충 끝내놓은 상태라 내가 할일이 없었다. 아내한테 수고했단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집에 오니 막내 처남(상덕이) 부부도 와있었다. 몸이 피곤해서 저녁 먹고 누워 잠을 청했다. 내집이라서 뭐니 뭐니 해도 내집이 가장 편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늘어지게 잠한번 실컷 잤다.
잠결에 들으니 딸이 자기 방에 헌 옷장을 갖다 놓았다면서 투덜거린다. 보아하니 새것이 아니라 불만인 모양이다. 마누라가 딸을 설득을 해보지만 먹혀 들지 않는다. 아파트에 누가 쓰다가 내놓은 중고 옷장을 마누라가 깨끗하다면서 주워다 놓은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새 옷장을 사려면 돈이 들어가니 우선 쓰다가 형편이 풀리면 사준다고 설득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은 아내가 지고 말았다. 부모 마음을 몰라주는 딸이 못내 서운한 눈치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점심때 찾아왔다. 점심을 먹고 친구와 둘이 딸의 방에 놓은 옷장을 다시 밖에 내놓았다.
집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단독 주택이라 마당이 있고 정원이 있다. 반갑다, 흙냄새! 얼마만이냐. 마누라는 벌써 올 식목일엔 정원에 대추나무를 심어야겠다며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파트에서 가져온 화분의 화초들은 모두 마당에 심어 놓았단다. 알뜰한 당신이다. 아무튼 알뜰하기로 치면 세계에서 금메달 감이다. 이 집에 이사온것도 사실은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가장인 내가 직장을 그만둔 이후로 2년째 들어오는 수입은 없지 나가는 지출은 많으니 아파트 관리비에 대출이자를 감당할수 없어 씀씀이를 줄이려면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아내말에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결혼해서 고생만 시킨 것 같아 남편으로써 아내한테 미안하고 면목이 없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집을 나와 친구와 함께 우선생님을 만났다. 오랜만에 찾아온 불청객을 반갑게 맞아준다. 언제봐도 마음이 너그러운 분이다. 요즘 보기 드물게 세상 때가 조금도 묻지 않은 사람이다. 스님은 엊그제 다시 절로 가셨단다.
우선생님은 내가 힘에 부친 노가다 일을 빨리 그만두고 당신 일을 도와주셨으면 한다. 형편이 되면 지금 받는 월급을 줄 마음까지 가지고 있다.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저녁때가 되어 친구는 몸이 안좋다며 집으로 가고 나혼자 남아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저녁을 중국집에 시켜서 먹으면 어떠냐고 물어오신다. 밥 생각이 없다고 하자 직접 주방에 가서 만두를 넣은 떡만두국을 끓여 내오신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대접을 받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선생님은 요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며 환하게 웃는다. 당뇨 혈당 수치가 한때 500을 넘었으나 요즘은 183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마음을 비우고 참선 수련 복짓기 공부를 하다 보니 기분이 날아갈 듯 좋다고 한다. 기분이 너무 좋아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라면서 꼭 마약을 먹고 환각 상태에 빠진 착각이 든다고 한다. 누구한테 자랑이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 버릴 정도라니 그 상상만으로도 그 기분 이해가 간다. 이른 새벽에 나한테 전화를 한것도 그래서 였단다.
수면제를 먹어도 잘 안오던 잠도 복짓기 공부를 하면서 잘 온다고 한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복짓기 공부를 시키고 싶다고 한다. 전에는 마음만 있었는데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나오겠다고 한다. 저녁때 집에 오니 8시 30분.
그 사이에 처형(은혜엄마) 부부가 왔다갔다고 한다. 집사람은 성당에 가고 나혼자 TV를 보다가 다시 누웠다. 집에 오니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잠이 슬슬 쏟아진다. 형님(은혜아빠)한테 내가 노가다 일을 한다고 말했다고 아내가 말한다.
형님이 김서방이 의외라면서 고급인력이 그런 일을 해서야 되겠냐는 말을 했다나....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이젠 나를 아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노가다 인생이라는 꼬리표가 단단히 붙은 기분이다.
그것이 그리 자랑할 것도 못되지만 세상에 알려진다 해도 그렇게 부끄러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내하는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하리요.
집에 올때마다 가족들과 차분하게 마음놓고 대화할 시간이 없어서 아쉽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이사를 오는 바람에 집에 인터넷이 안되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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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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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4년 09월05일 18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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