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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32) 노가다 한달
2007/02/19 00:00
입력 조회수 : 765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32) 노가다 한달
2004년 02월28일
오늘로 노가다 판에 뛰어들어 일을 한지 꼭 한달째다.
처음엔 나를 아는 주변 사람들이 가서 며칠만 버티면 다행이라며 아예 체질에 안맞는 일이니 병원비가 더 들어갈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고 마음을 바꿔 그만두라고 하나같이 말렸다.
하지만 난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해냈다.
대학시절이나 젊은 시절에 노가다 판에서 일을 하는 경우는 많지만 나이 50이 다되어 삶의 체험을 해보고 싶어서 힘든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욱 해보고 싶었다.
처음 며칠은 너무 힘들어 허리가 고장난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걱정이 되었지만 그 고비가 지나니 점점 이 쪽 세계에 적응이 되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간다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나도 노가다 체질로 변해 가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기분이 좋다.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을 강하게 느낀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남들이 하는 일을 나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이 험한 노가다 판에서 다시 한번 온몸으로 진하게 체험하는 행운을 누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남들이 보면 그까짓 몸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 오도 가도 못할 인생,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밑바닥 인생, 갈데 까지 간 사람들이 오는 곳이 바로 이곳 노가다 판이라고 막말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이 바닥에서 일해보니 이곳 역시 사람사는 사회이다. 그리고 이 직업 또한 다른 직업과 똑같은 직업이다. 다만 일이 몸으로 하는 일이라 힘들고 어려울뿐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힘든 일이라고 기피하고 편하고 쉬운 일만 찾는 다면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겠는가.
흔한 말로 3D기피현상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난 이것을 거부한다. 막말로 험하고 힘든 일이 편하고 쉬운 일보다 더 소중하고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만큼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난 그래서 이곳에서 일하면서 이곳 일에 대해 많은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 어쩌면 내 자신에 대한 자존심을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집안에 큰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았다. 다른 중요한 약속이나 스케줄이 생겨도 모두 취소했다. 이 일에 전념하기 위해서 휴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지금 이순간만큼은 이 일이 본업이고 이 일이 내가 하는 가장 큰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니 일이 재미있고 쉽게 적응할 수가 있었다.
매사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대하는 나의 가치관도 크게 작용했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오늘은 우리 집이 이사를 가는 날이다.
다른 사람같으면 가장으로써 벌써 휴가를 내고 집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집에 아이들도 없고 달랑 마누라 혼자 남아 이사짐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지만 난 내일이 있으니 내일을 펑크내고 싶지가 않았다. 이 일이 비록 노가다 판이라 할지라도....
마누라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내 본업 노가다판을 지키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더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대신 오늘 일이 끝나고 집에가서 마누라에게 잘 해줘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사짐을 못챙겨서 미안한 마음까지 두배로 더 잘해줘야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이제는 또 한번 고민을 해봐야 할때가 되었다.
노가다 판에서 일하겠다는 한달 목표를 채웠으니 앞으로 이일을 좀더 해야 할것이냐? 아니면 나의 본래 자리로 돌아갈 것이냐?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해봐야 할 시점이다.
지금으로써는 그것이 풀어야할 숙제다. 그래 한번 고민해보자. 고민은 신중하게 하고 결정하면 모든 것을 걸고 일로 매진하면 탈이 없으렸다.
오늘은 현장 사무실 앞을 지나가는 공사구간 도로 양폭을 표시하는 지점에 깃발을 꼽았다. 깃발은 왜? 혹시 도로공사구간을 지나가다 보면 땅에 꽂아 놓은 기다란 마른 대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빨간 혹은 노란 깃발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 깃발이 왜 꽂혀 있는지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그것이 바로 측량 경계를 표시하는 깃발이다. 그 깃발을 꼽는 작업을 오늘 내가 했다.
그래야 포크레인 등 중장비가 땅을 파고 길을 낼 때 어디까지가 경계인지 쉽게 알아볼수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마이 홈’이 이사를 하는 날이라 몸은 여기 공사현장에 있어도 집에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아무리 포장이사를 한다 하더라도 일을 볼 사람이 마누라 혼자밖에 없어서 마음이 안 놓인다.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집에 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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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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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4년 09월01일 08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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