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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31) 온천지를 하얗게 덮은 흰눈
2007/02/08 00:00
입력 조회수 : 742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31) 온천지를 하얗게 덮은 흰눈
2004년 02월27일
새벽 6시 20분. 식당에 가려고 숙소를 나서니 온천지가 하얗다. 밤사이에 눈이 온 것이다.
살짝 내린 눈으로 세상이 온통 하이얀 솜이불을 깔아놓은 듯 포근해 보인다. 하지만 보기와 달리 체감온도가 장난이 아니다. 바람까지 부니 더욱 한기가 느껴진다.
식사를 할 때마다 반찬이 부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반찬에 똑같은 메뉴. 아무리 좋은 반찬이라도 몇 번을 먹으면 물리는 법인데 매일 똑같은 반찬을 먹으니 물릴 만도 하다.
이는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함바식당을 이용하는 우리 숙소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푸념이다.
박 사장은 다시는 안가겠다며 아예 식당을 끊어버렸다. 점심을 12시 40분에 갔는데 왜 이리 늦게 왔느냐며 퉁명스럽게 대하더라는 것이다.
또 전에 식당을 운영했다는 삼공 직원은 점심때 식당에서 무안을 당했다면서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함바 식당은 일반 손님이 주 고객이 아니라 매일 대놓고 식사를 하는 공사장 사람들을 상대로 운영을 하기 때문에 고객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도 영업에 별 지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반찬 역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오는 손님이 떨어질 염려가 거의 없다. 게다가 이 식당은 두 사람이 공동 운영을 해서 더욱 그런 인상을 받는다.
주인이 하나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악착같이 운영해 보려고 노력을 할 텐데 두 사람이 운영하다 보니 내꺼라는 의식이 그만큼 약해 보인다.
하지만 주인은 주인대로 고충이 있으리라. 아침 같은 경우 새벽에 나와서 영업을 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꾸역꾸역 일꾼들은 몰려오는데 일하는 사람은 거의 한사람이다. 그러니 당연히 감당하기가 힘들 수밖에...
새벽 6시 30분에 먹기 시작하여 7시 30분이면 끝이 난다. 그 짧은 시간에 마른하늘에 벼락치듯 몰려온다. 점심도 마찬가지. 12시 땡하면 들이닥치기 시작하여 1시면 끝이다. 더늦게 손님이 오면 쏟아지는 주인의 따가운 눈총이 부담스러워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이는 이곳을 이용하는 공사장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저녁때도 역시 6시부터 시작하여 7시가 넘으면 그날 장사는 파장이다. 함바식당이 다 그런식으로 운영하는지는 확인을 안 해봐서 모르지만 내가 먹는 식당은 그런 시스템으로 매일 돌아간다.
첫날에는 모르고 7시 40분에 아침식사를 하러 갔다. 그랬더니 주인이 벌써 아침 영업을 끝내고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다음부터는 아무리 늦어도 7시 30분까지는 와야 한다고 몇 번이나 당부를 한다.
메뉴가 부실하거나 말거나 끼니때가 되면 공사장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함바식당. 그러다 보니 손님이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손님이 있어서 식당이 존재하는데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식당을 운영해 보지 않아서 주인의 말못 할 고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식당을 운영해 보았다는 삼공 직원이 말한다. 식당을 해본 사람들은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음식타박은 안한단다. 하지만 주인이 불친절 한 것은 참을 수가 없단다.
손님이 있어서 식당이 존재이유가 있는데 자기 분수를 모르고 손님에게 불친절 한 것은 아무리 좋게 봐줄래도 봐줄 수가 없다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을 한다.
오늘은 하루종일 배수로를 쳤다. 새로 뚫리는 도로 폭의 양끝 법면(경사로) 하단에 배수로를 만드는 작업이다.
레벨 측량으로 파낼 깊이를 정해 주면 도자(포크레인)가 흙을 퍼 올린다. 그러면 다시 레벨측정으로 깊이를 확인하는 식으로 작업을 해나간다.
도자가 그런 식으로 바닥을 골라나가면 바로 뒤를 따라가면서 삼각 쇠스랑으로 판판하게 다지는 작업이다.
이 역시 말로는 쉽지만 막상 해보면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일만 하다 보니 끼니가 되기 전에 배가 고프다.
저녁때는 특히 허리가 꼬부라 질 정도로 허기를 느낀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간절하게 생각나는 하루였다.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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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4년 08월26일 10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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