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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86) 실미도 훈련병 아들을 가슴에 묻은 8순노파 회한의 눈물
2007/02/07 00:00
입력 조회수 : 662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땅에다 묻고 자식이 먼저 세상을 뜨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당신 배 아파 난 자식이 부모 가슴에 천추의 한이 될 대못을 쿡 박아놓고 먼저 이별을 했으니 어찌 아니 그러겠는가. 새파랗게 젊은 자식이 꿈을 키워 보지도 못하고 죽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지난 8월 22일 서울 대방동 실미도 훈련병 위령제에서 만난 80대 노파의 눈물이 며칠이 지난 아직도 가슴을 찢는다. 김일성 주석궁 폭파를 목적으로 창설된 실미도 684부대에 끌려가 33년 전 희생된 옥천 청년 7명중 한명인 이광용 훈련병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마음 착하고 건강했던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긴 채 30여년이 지나도록 생사를 모르고 있다가 실미도 훈련병으로 끌려가 죽었다는 비보를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아 몸져눕고 말았다.
연락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자식이 살아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순간도 저버린 적이 없었다.
잠결에서조차 어머니를 부르면서 금방이라도 뛰어 들어올 것만 같아 항상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행여 대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할 까봐 깊은 잠을 들지 못했고 끼니때면 자식 몫으로 고봉으로 퍼담은 밥공기를 뜨듯한 방 아랫목에 식지 않게 묻어두곤 했다.
그렇게 애타도록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온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30년 넘게 간직해온 어머니의 희망도 함께 날아가 버렸다.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상심에 어머니는 그날 이후로 곡기마저 끊고 하루에도 몇 번 씩 죽은 아들의 이름을 불러댄다.
안 그래도 노환으로 몸이 성치 않았던 어머니의 기력이 갈수록 쇠약해져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속도 함께 타들어간다.
죽은 아들이 어디에 묻혀 있는지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30년이 넘은 빛바랜 흑백 사진속의 영정을 붙잡고 오열하는 가족들.
국가를 위해 몇 달만 훈련받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면 온 가족이 평생 먹고 살수 있는 4천만 원을 주겠다는 국가의 약속을 믿고 달려가 충성을 다했건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국가의 배신과 죽음뿐이었다.
68년 100만원이면 서울에서 웬만한 단독주택 한 채를 살수 있었으니 당시 국가가 약속한 4천만원은 어마어마한 거액이었다.
보릿고개 시절 배곯는 가족들을 위해서 몇 달만 고생하고 성공하여 큰 돈을 벌어오겠다고 집을 나간 장한 아들이다.
그런 장한 아들이 목숨 바쳐 충성을 다한 국가로부터 약속한 돈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누명을 쓰고 희생되었으니 땅을 치고 하늘이 통곡할 일이다.
현실로 돌아와 보자. 이라크 파병 모집에 신변의 불안을 무릎 쓰고 지원자가 몰리는 이유는 물론 국가를 위한 충성심도 있겠지만 이 어려운 경기에 월 2백만 원이 넘는 파견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 죽은 줄도 모르고 살아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하며 수십 년 세월을 살아온 어머니의 자조 섞인 넋두리가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과 섞여 희한으로 남는다.
“죽었으면 죽었으려니 하고 땅에다 묻고 잊어버리기나 하지요. 자다말고 친구가 불러 집을 나간 후에 소식 없이 가슴에다 묻고 행여 이 녀석이 오늘이나 내일이나 들어오겠지 하고 기다린 세월이 어언 36년이 흘렀네요.”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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