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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17) 견디기 힘든 하루
2006/12/15 00:00
입력 조회수 : 715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17)
2004년 02월13일
전날 광란의 밤을 즐긴 덕분에 하루가 너무 길고 힘든 날이었다.
숙소에서 쉬려는데 친구 박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
호프집에 있는데 오라는 것이다.
사무실에 안나와 안 그래도 소식이 궁금하던 차에 옷을 갈아입고 달려 나갔다.
그랬더니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남자와 세 여자라고나 할까.
빈 맥주병을 보니 이미 상당히 술을 먹은 것 같다.
입담 센 여자들과 앉아서 술을 먹다 보니 한 병이 두 병 되고 두병이 세병되고 그렇게 세월아 네월아 먹은 것이 저렇게 많이 마셨나보다.
술을 먹고 거기서 일어나면 좋으련만 술자리가 끝나고 일어날 듯 말 듯 하면서 한 병 또 한 병을 계속 외쳐대니 자리가 한없이 길어질 것 같았다.
이미 친구는 많이 취해서 혀가 꼬부라지고 몸을 잘 가누기 힘들었다.
어제도 폭음 오늘도 폭음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리고 술자리가 거의 끝나가서 이제는 집에 가나 했더니 나이트를 가잔다.
그러니 이 사람들 환호하며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멀리 신갈까지 택시를 타고 달려서 나이트에 갔다.
넓은 나이트에 사람이 너무 없어 썰렁했다.
나와 친구는 구경꾼처럼 자리에 앉아서 구경을 주로 하고 여자들만 잘 놀았다.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노는 여자들을 보기만 해도 즐거웠다.
놀 때는 저렇게 신나고 즐겁게 노는 것이 놀 자리에서 내숭 떨고 얌전빼는 것보다 백번 낫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벌써 자정이 지나고 새벽 한시가 훌쩍 넘었다.
두시가 다 돼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모범택시를 잡아타고 돌아왔다.
차가 안막히니 신갈에서 용인까지 채 10분도 안 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와서 라면 끓여먹고 어쩌구 하다가 숙소에 들어오니 5시가 다 되었다.
한 시간 남짓 자고 다시 일어나 컨테이너 사무실에 가서 문을 따고 난로불을 켜고 다시 숙소에 들어와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려고 누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이곳 노가다 판에 와서 처음으로 아침을 굶은 날이다.
그래도 속이 안 좋아 계속 설사가 난다.
뱃속에 술 한 두 잔만 들어가도 이렇게 심하게 설사가 나니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된다.
왼쪽 무릎도 기분이 안 좋다.
뻐근하고 폈다 구부렸다 하는 것이 불편하다.
혹시 예전의 류머티스 관절염이 재발한 것은 아니겠지.
워낙 많이 걷는 체질인데다가 최근 며칠 계속 삽질을 한 것이 일시적으로 무릎에 이상이 온 것이겠지.
아무튼 무릎이 아프니 몸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일이 중요하다 해도 어디 내 몸 내 건강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지.
나에게 가장 큰 재산은 말할 것도 없이 내 몸이다.
그러니 내 몸 상하면서까지 일을 계속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행이 이번 주 일요일은 쉬기 때문에 내일은 내가 집에 가는 날이다.
하루 종일 기운이 없다.
오후에 측량을 따라 나갔다.
암 검측을 받느라 다른 날보다 많이 한가한 편이다.
저녁을 먹고 박 사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집에 갔다 오겠다고 말하고 집에가 소식이 끊긴 친구 봉희와도 어렵게 통화가 되었다.
봉희는 집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쉽게 이곳에 합류하기는 힘들 것 같다.
박 사장은 연장 폭음을 해서 몸이 축나 이틀째 식사를 못했다면서 슈퍼에 가서 잣죽을 사오란다.
저녁을 먹고 슈퍼에 들러 잣죽을 사가지고 친구에게 갔다.
친구는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였다.
잣죽을 끓여 먹는데도 입맛이 없는지 잘 먹지 않는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객지에서 현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평소에 잘 챙겨먹지 못하는데다가 연 이틀 폭음을 했으니 몸이 성할 리가 없다.
지켜보기가 안쓰러워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어나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도 술 한 잔 하자고 해서 노가다 식구들끼리 술판이 벌어졌다.
그래봤자 변 대리와 삼공 소속 두 명, 그리고 나 이렇게 네 명 뿐이다.
나만 빼놓고 모두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난 딱 술 한 잔 하고 이야기만 주고받다가 일어나 잠을 청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일찍 자자.
그러나 시간을 보니 이미 11시가 넘었다.
내일의 건강을 위해서 자자.
이불속으로 들어가 취침.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수정일 2004년 06월20일 08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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