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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바람의 수필] (29) 산다는 것은
2006/10/19 00:00
입력 조회수 : 723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지요.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의 생활에 파묻혀 지내다보면 정작 자신이 무엇 때문에 무슨 일을 하느라고 그렇게 바쁜지 미쳐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너무 바빠서 죽을 시간 조차도 없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요. 바쁘고 부지런하게 사는 것은 물론 아주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가끔은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봅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면 평소에 느껴보지 못했던 것을 새삼스럽게 느낄수도 있을 것입니다.
등잔밑이 어둡지만 등잔불은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바로 지난 주말은 나에게 그런 날이었습니다. 퇴근후 회사근처 술집에서 회사 상사와 술자리를 하였습니다. 간단하게 먹는다고 시작한 술이 그날도 한잔 한잔 더하다 보니 시간이 길어져 자정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집에가서 푹 쉬겠다는 느긋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집에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마누라의 떨리는 듯한 음성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이성을 잃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친구의 마누라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고향친구였습니다.
나는 친구의 부인이 사망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던 일이기에 그소리를 듣는순간 더욱 놀라고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날은 머리속을 가득채운 친구생각에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새날이 밝았습니다. 여기 저기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평소에 거의 연락을 끊고 지내다가 느닷없이 친구들과 통화를 하려니 마음대로 쉽지가 않았습니다. 전화 다이얼을 돌리면 십중팔구는 친구가 집에 없었습니다. 숱한 시도 끝에 겨우겨우 몇 명의 친구와 연락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저녁때 함께 초상집에 올라가기로 하였습니다. 저녁이 오기를 기다렸지요. 시간이 어찌나 더디 가는지 하루가 그렇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드디어 친구를 만나서 함께 출발을 하였습니다. 한시간쯤 달리니 빈소에 도착하였습니다.
몇 명의 고향친구들이 와있을뿐 생각보다 문상객이 별로 없었습니다. 상을 당한 친구는 망연자실한 듯 그져 멍하고 무표정한 얼굴이었습니다. 나는 뭐라고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져 친구의 손을 붙잡고 한동안 기도하듯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상주는 중3인 큰딸과 중1쯤 돼보이는 아들이었습니다. 두아이는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아직은 크게 실감하지 못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아이들이 앞으로 자라면서 엄마없는 빈자리를 보면서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소중하고 큰 존재인가를 깨닫게 될것입니다. 평소에 그렇게 건강하게 보이던 친구의 부인이 혈액암으로 세상을 떴다니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좋지 않은 모습으로 만난 친구들은 술잔을 나누면서도 기분이 나지 않았습니다. 또하루를 뜬눈으로 세웠습니다. 아침일찍 새벽같이 발인을 하고 장지를 향해서 고인을 실은 장례버스가 출발을 하였습니다.
장지는 친구의 고향인 유구 신풍의 선산이었습니다. 고인은 영구차에 몸을 실려 자신의 살던 생전의 집을 떠나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습니다. 장지에 도착했습니다. 나는 내생애 처음으로 상여를 매었습니다. 따뜻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던 친구의 부인은 이제 고인이 되어 내 어깨를 타고 저승길을 향해서 가고 있습니다.
나는 살아생전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당신의 자식을 두고 떠나야 하는 고인의 마음을 생각해서 천천히 천천히 발을 옮겼습니다. 사랑하는 자식을 두고 차마 떠날 수 없다고 몸부림이라도 치는 듯 내어깨는 무겁기만 하였습니다. 아직은 따뜻한 엄마품이 그리운 어린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을 보고 나는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못가겠네 못가겠네 너를 두고 못가겠네" 절규하는 고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고인이 묻힐 무덤이 만들어지고 관이 운구되었습니다. 칠성판에 누운 고인을 운구하는 나의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 헤아릴수 없는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하관. 험난한 세상살이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던 것이 일장춘몽이었습니다. 빈손이었습니다. 알몸이었습니다. 부귀도 영화도 부질없는 세상이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살았는지 욕심조차도 세상에 다 반납하고 처음 태어난 그 상태로 다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뼘 땅속으로 들어가는 고인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볼을 타고 주루룩 흘러내렸습니다. 살아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마음속에 담고 싶었을 텐데. 마지막 세상과 이별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지.
고인은 그렇게 우리들 곁을 떠나 어두운 지하에 묻히었습니다. 어머니! 갑자기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자식에게 받을줄 모르고 무조건 주기만 하는 사랑이 떠올랐습니다. 남은 세상을 그렇게 살고 싶어집니다.
아귀다툼하면서 욕심을 채우며 살아간다는 것이 허망하게 느껴집니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는 것은 다름아닌 내가 나를 뒤돌아보게 해주는 거울이었습니다.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남의 일처럼만 느껴지던 죽음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러운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평소에 바쁘다를 연발하면서 내자신을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관성처럼 살아온 지난세월을 생각하니 오늘따라 만감이 교차합니다. 열심히 살면서 세상에 작은 소금이라도 되고 싶습니다. 자신만의 이기를 바라면서 세상에 이롭지 못한 삶을 살아온 것이 부끄러워 견딜수가 없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고 불평만 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왜소하기만 한 내인생이 더욱 왜소해져 티끌보다도 작아 보이게 합니다. 세상에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입니다. 세상의 삶의 끝인 죽음앞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세상끝에서 돌아올수 없는 마지막 길을 떠나는 고인을 배웅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오니 오랜만에 어머니와 고모님내외가 오셔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살아있다는 반가움에 목이 메었습니다.
일상을 벗어난 이박 삼일은 지나가고 나에게 또다른 세상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
www.pkorea.co.kr
>
수정일 2004년 05월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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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인물탐구식 인터뷰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피플코리아 운영자 김명수 / 전화 017-707-4827 이메일 people365@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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