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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9) 포크레인 한대에 기름이 400리터
2006/10/14 00:00
입력 조회수 : 812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9)
2004년 02월05일
6시 기상. 이곳에 온지 8일째 되었지만 오늘이 가장 늦잠을 잔 날이다. 아침 식사를 하려고 숙소 문을 나서니 흰눈이 제법 내렸다. 오늘은 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오전에 여유가 있어서 컴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점심을 먹고 기름차가 왔다. 앞으로는 내가 기름을 체크해야 할 것 같다. 작업을 하는 포크레인 두 대에 기름을 넣는 것을 체크했다. 한대는 경유가 210리터 들어갔고 또 한대는 100리터가 들어갔다. 이곳에 동원된 포크레인 한대에 기름이 가득 차면 400리터가 들어간다고 한다. 승용차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현장 사무실에 들어와서 사장이 회계와 총무도 담당하라고 한다. 처음으로 엑셀을 만져 보았다. 한글을 알면 되겠거니 했는데 그것과는 또 틀리다. 생전 안해 본 것들이 너무 많다. 이쪽 세계에서 일하려면 모두 배워둬야 할 일이다.
회계 경리 등 모든 것을 다 배우려면 최소 1년은 걸릴 것 같다. 차라리 현장에 나가서 땀 흘리고 힘을 쓰는 일을 하면 좋을텐데 사무실에 앉아 있으려니 좀이 쑤시다.
오늘은 친구 봉희가 측량 보조를 나갔다. 역시 공사장에서만 20여년을 돌아다닌 친구라 감이 빠르다. 내가 하는 것보다 무려 세배는 손놀림이 더 빠르다고 한다.
노가다도 해본 사람이 더 노련하다는 것을 친구가 입증한 셈이다.
하지만 조금 더 속도가 느리면 어떤가. 몸을 한번 움직일 것을 두 번 아니면 세 번 움직이면 될 것을.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점점 더 일머리를 알게 될 것이고 결국은 그 분야 숙련자가 될 것이다.
난 매사를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좀 잘한다고 크게 우월감을 갖지도 않지만 남보다 조금 늦게 간다고 크게 좌절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고 될 때까지 밤 잠 줄이고 그만큼 더 노력하면서 때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친구와 둘이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나 못지않게 도통 잠이 없는 친구가 오늘은 어쩐 일인지 금새 잠이 들었다.
친구의 코고는 소리에 잠이 들려다가도 멀리 달아나 버린다. 결국은 오늘도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잠자다 깨면 컴에 들어가 인터넷 작업도 하고 글 작업도 하면서 밤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결국 평소 두 세 시간 밖에 안자는 내가, 이곳 공사판에 와서도 아무리 많이 자도 4시간을 넘기지 않는 내가 오늘은 그 기록을 깨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허사였다.
결국 다른 날보다도 더 잠을 못 잤다.
잠을 많이 자는 것도 타고난 복인가 보다.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
수정일 2004년 05월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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