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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라는 이름으로 제306호] 술 이야기..1
2006/09/28 00:00
입력 조회수 : 742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늦게 배운 내 주량이 이젠 남편을 훨씬 뛰어 넘어 버렸다.
술에 대해서라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색깔 예쁜 "칵테일"을 처음 대할때의 아름다운 기억밖에 없었고 맥주 한 모금도 입에 대지 못하던 내가 남편의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모임을 자주 가지면서 술을 배우게 되었다..
부부동반으로 모인 자리에 가서 나만 술을 하지 못하고 맹숭 맹숭 앉아 있는 것도
참 못 견딜 일이었고 문제는 나만 못하는 것도 좀 껄끄러웠는데
저혈압이니 술 한 잔씩 하면 건강에 좋다며 자꾸만 권하는 남편과 함께 한 모금
한 모금 마시다 보니 이젠 집안 행사 때에도 술은 언제나 나에게 부터 권하게
되어 버렸다
사실 난 술을 마시는 것도 좀 우아하게 품위 있는 곳에 가서 마시고 싶은
생각이다.
술을 마시는 즐거움보다는 음미하며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좋다.
남편이나 나나 술을 전혀 못하는 것으로 아는 바깥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술 공장과 친한 친구를 둔 죄로 우리 집 베란다엔 언제나 술이 박스로 놓여있다.
내가 조금씩 술을 마신다는 것을 안 남편의 친구는 우리 집에 술만
떨어지면 어느새 알고 술이 앉았던 빈자리를 채워준다.
나는 가끔 집에 있을 때 날씬하게 빚어 올린 목이 긴 유리잔에 얼음을 채우고
콜라와 양주를 칵테일 하여 나만의 술을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같은 잔이지만 목이 길고 투명한 유리잔에 따라 마시는 술은 분위기와 맛을 더
그윽하게 만들기도 한다
술을 왜 마시는지?...이젠 좀 알 것 같다...
술을 마시면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적당히 오르는 취기와 함께 텅빈 가슴처럼 남아있는 여백을 메꾸어 주는
감미로움을 남들은 알지 못 할거다..
남편이 일찍 들어오는 날 이면 습관처럼 남편과 술잔을 기울인다.
알콜 기운이 한잔만 들어가도 얼굴을 비롯한 온몸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남편과는 반대로 난 아무리 많은 술을 마셔도 얼굴 표정에 변함이 없다.
오히려 마실수록 더욱 창백해지는 얼굴 때문에 친정올케들은 날 보고
주당이라고 놀린다..
가끔은 술이 아스피린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떤 날 마시는 술은 사람을 용서하게 만들고...
어떤 날 마시는 술은 얼어붙은 내 가슴 저 밑바닥까지 훈훈하게 녹여주기도 한다..
술 한잔을 나누며 용서를 구하고 싶은 사람들...
술 한잔을 나누며 포용하고 싶어지는 사람들..
서로 다른 색깔의 그리움과 슬픔으로 술잔을 섞을 수는 없지만
가슴에 전해지는 알콜의 온기로 비어있는 가슴의 허전한 여백을
채우기는 충분하다..
지난 여름 휴가 때 싱가폴에서 사왔던 오래 묵은 "발렌타인"은 남편이나
내게 정말 악마의 유혹처럼 달콤하고 그윽한 맛을
전해 주었다...
오래 전 내가 술을 알지 못했을 때 잘못 마신 양주의 괴로운 기억 때문에
양주는 멀리 했었는데 오래 묵어 귀하게 다가온 한 병의 발렌타인으로
인해 다시금 양주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가끔 ....
혼자 있는 저녁 시간이면 난 나만의 술을 만든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내가 술을 배우기 전 술을 마시는 여자들을 눈여겨 보았듯이 누군가도
나를 눈여겨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운영
2004/02/09 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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