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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라는 이름으로 제308호] 술이야기 2. (소리소에서의 시간들...)
2006/09/27 00:00
입력 조회수 : 781
며칠 전 가까운 선배 언니와 저녁식사 약속을 했다..
가까운 곳에 살지만 언니도 나도 일을 가지고 있다보니 퇴근 후에 시간을
낸다는 것이 어려운데 그 날은 아주 마음을 먹고 만났다...
남편의 고향인 청주로 이사를 온지가 10년이 넘었지만 성격탓에 난 가까이 두고
만나는 친구 한 사람이 없다..
기껏해야 1년에 한,두번 문인협회 지인들과 어울리는 정도 이니 가끔 울적하고
혼자 있게 되는 날이 있어도 누구 한사람 불러 내어 차한잔 할 사람이 없다는
형편없는 나의 인맥에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왜인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 것 같다..
S언니...
같이 공부를 하며 만난 선배 언니지만 성격이 비숫해서 인지 만나면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어 편안하다..
가끔 영화를 보거나 차를 마실때에 남편이 아닌 옆자리는 늘 S언니가
메꾸어 주었으니까..
저녁약속을 하고 더불어 "우리 오늘 술 한잔 할까? "
"그래요...언니 우리 술 한잔해요 . "
하는 간단한 통화를 하고 술을 마시기로 작정을 한것 처럼 차를 집에다 두고
걸어 나오는데 덩달아 따라 나서는 쌉싸롬한 밤공기가 청량하게 느껴졌다.
집 가까이에 있지만 늘 눈요기만 하며 한번쯤은 꼭 가보아야
겠다고 평소에 봐두었던 "소리소"라는 라이브 포장마차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와아!.....
선배와 내가 "소리소"의 문을 열고 들어서며 동시에 지른 감탄사 이다...
문을 열자마자 벌겋게 타오르는 통난로의 불빛과 타닥거리며 마른장작이
타는 소리가 들려오고 무대 정 중앙엔 젊은 남자가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머...좋다...
정말 좋다....
포장마차였지만 라이브를 할수 있게 꾸며놓은 내부 구조가 알맞은 조명빛과
함께 분위기 좋게 느껴졌고 통기타 반주를 타고 흐르는 노래소리도
오랜만에 밤외출을 한 언니와 내 기분을 한단계 엎시켜 주었다.
포장마차를 지나며...
포장마차엔 어떤 사람들이 갈까?..
포장마차 안에선 어떤술을 마실까?..
포장마차 안엔 어떤 이야기거리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조금은 비위생적이고 조금은 시끄럽고
정돈 되지 않았을거란 분위기와는 달리 따뜻함과 사람사는 냄새가
함께 어우러진 곳이었다..
우연인지...인연인지... "소리소"의 주인이 선배와 아는 분이라
세심하게 배려해 주었고 포장마차의 주인으로 포장마차를 하며 그곳에서
만나지는 사람들에 살아가는 이야기와 인생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덕분에 오랜시간을 따뜻하게 앉아 있을수 있었다.
그날 ..선배와 난 마치 작정을 하고 그날을 기다려 온것 처럼 소주
한병과 김치전을 주문했다..
식지 않게 손님이 직접 전을 부쳐 먹을수 있도록 그릇에 담아준 부침개
반죽으로 조그맣게 김치전을 부쳐 안주로 먹으며 선배와 나는 소주를
두병이나 비워냈다...
달콤함과....감미로움....술을 마시며 그런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는것을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그날 선배와 마신 술은 정말 달콤했고 감미로웠다.
한때....음식점이나 카페에 가면 여자들 둘이 앉아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참 멋있게 보인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는데 선배와 나의
술마시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겐 어떻게 보여질까?
싶은 생각도 하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년의 나이가 주는 여유로움과 허전함...그리고 막연히 떠오르는
실체 없는 그리움에 대한 희망들.....
이나이에...사십대의 나이에 아직도 누군가에게 그리움을 갖고 있다는
아릿한 통증들....
실체가 없기에 더 아름답게 다가오는 그리움들을 술잔에 담고
아이들 이야기와 남편 이야기 말고도
선배와 난 지루하지 않게 술잔을 비울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군데 군데 우리 처럼 마주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과
어떤 사람들은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드는 사람들...
그들도 선배와 나처럼 날을 잡아 술을 마시러 온것인지....
술병에 술이 떨어지고 선배와 나의 얼굴에 알맞게 홍조가 물들무렵
타닥거리며 타들어가던 장작도 동작을 멈추고 빨간 불씨만이
선배와 나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
좋은날에 좋은 기억은 여자를 부드럽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며 선배와 헤어져 돌아오는길...
이미 어둠은 짙게 깔리고 목적지를 알수 없는 화물차들이 불빛을 달고 지나간다..
저 차는 이 늦은 시간 도대체 어디로 가는걸까?...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저차를 반겨줄 희망이라도 기다리고
있는걸까?..
혼자서는 한번도 밤길을 걸어본적이 없는 내가 술기운 탓인지
차들의 불빛을 위로 삼아 걸으며 집으로 돌아오니 1년만에 한번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귀가를 하지 않는 나를 기다리며 잠들지 못하는
남편과 딸애가 문을 열어주며 나를 반긴다..
오랜만에 밤외출을 마치고 부드러운 여자가 되어 돌아온
아내의 기분을 알고 있는지 남편은 나를 세워두고
다시 양주를 꺼내고 목이긴 예쁜 양주잔을 찾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자운영
2004/02/16 09: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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