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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라면 한 그릇인데...
2006/09/09 00:00
입력 조회수 : 702
주말이지만 딸애가 없어서 인지 집안이 허전하다.
그렇지 않아도 넓은 거실이 딸애의 부재로 인하여 더 넓어 보이고 혼자 있는 시간이 썰렁하기 그지없다.
늦은 아침을 먹고 나서 인지 점심때가 훨씬 지났는대도 밥 생각이 없어 뒤척이다 점심겸 저녁겸 라면하나를 꺼내고 물을 끓인다.
워낙에 라면을 좋아하지만 요즘 들어 매일같이 늦어지는 남편과 딸애도 없다보니 늘 내 저녁 메뉴는 라면이다.
퇴근 전에 사무실에 앉아서 생각을 할 때는 집에 가면 따뜻한 밥을 해서 두부찌개라도 맛있게 끓여서 먹어야지...하고 생각을 하지만 집에 돌아오고 나서 영락없이 내 앞에 놓인 것은 라면 한 그릇 이다.
라면 한 그릇에 익은 김치 몇 젓가락 가지고 아무렇게나 앉아 저녁을 떼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모습이 초라해져 라면을 끝까지 먹는다는 것이 부담이 될 때가 있다..
중년의 여자가 혼자 앉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 남들에겐 어떻게 보여질까?
젊었을때 같으면 그냥 밥맛이 없어 한끼로 라면을 먹고 싶어 먹을 때도 있지만 중년여자가 혼자 먹는 라면은 어쩌면 남들에게 궁상맞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
아이가 가끔 라면을 먹고 싶어하고 늦게 돌아온 남편이 출출하다고 해서 끓여주는 라면에는 콩나물과 야채, 김치,파를 곁들여 휼룡한 간식이 되게 끓여지는데 왜? 나혼자 먹는 라면은 야채를 넣는것도 귀찮아 그냥 맹물에 라면과 스푸만 넣고 끓여지니...
같은 라면 한 그릇이지만 내가 주식으로 먹는 라면이 오늘따라 더 할수 없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나도 가끔은 혼자서도 아주 멋진 식탁을 차려놓고 나만을 위한 밥상을 차려놓고 식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를 위해 찌개를 끓이고 생선을 굽고 샐러드를 만들어 내가 나를 대접해 주자고 내가 나에 체면을 좀 세워주자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상상이고 머릿속에서 만 맴돌 뿐 사실 여자가 자기 혼자 먹자고 새로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고 상을 차린다는 일은 왠지 쉽지가 않다.
새로이 맞은 새해도 벌써 열흘이 훌쩍 넘어버렸다.
새해를 맞이하며 작년 12월에 덜어내려 했던 짐이 곱이되어 다시 돌아왔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그 기대감에 속아 다시 또 한해를 시작한다.
살면서 한해 두해 나이를 먹으면 내 짐이 좀 덜어지리라는 얄팍한 생각을 했었는데 삶이란 살아갈수록 더 짐이 무거워진다는 것을 나이와 더불어 느낀다.
늦었지만 올핸 정말로 나를 위해 나를 좀 돌아보고 나를 위해 밥상을 차릴수 있는 나를 한사람의 인격체로 대접하는 한해가 되도록 해야겠다.
자운영
2004년 01월 12일
[
피플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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