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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한국(韓國) 그래도 희망의 길은 있다
2006/08/27 00:00
입력 조회수 : 744
2004 한국 그래도 희망의 길은 있다
결단하고 행동할 때다
2004년을 여는 우리의 마음은 무겁고 착잡하다. 불법 대선자금에서 시작해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으로 번져간 검찰의 수사는 이제 우리 헌정의 기본축(基本軸)인 대통령직(職) 자체를 천길 낭떠러지 위에 세워놓았다.
이대로는 나아갈 수도 물러날 수도 없는 막다른 처지다. 이 처지의 우리 눈 앞에서 세계는 격동하고, 동북아는 격변하고 있다.
이같은 주변 정세는 우리에게 변화를 맞이할 내부적 결단과 그 결단에 바탕한 국가 진로의 재정립을 강요하고 있다. 이 결정적 국면에서 결단의 주체는 방황하고, 국가의 진로는 안개 속에 가려진 채 우리는 새해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무겁고 착잡할 수밖에 없다.
한 세기 전의 한반도는 기울어 가는 노(老)대국 중국과 떠오르는 신흥 일본 제국주의가 부딪쳤던 무대다. 그때 우리 선조가 맞이했던 운명은 ꡐ구(舊)세력ꡑ과 ꡐ신(新)세력ꡑ 사이에 낀 ꡐ작고 약하고 더딘ꡑ 나라가 ꡐ동맹의 선택과 유지ꡑ에 실패한 결과였다. 오늘 그 동북아의 무대 위에서 솟아오르는 신흥 대국 중국의 기세와 10년 불황을 버텨낸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일본의 포부가 다시 부딪치고 있다. 100년만에 되살아난 이 지정학적 무대에서 이번에는 우리가 우리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을 지의 여부는 민족 최대의 현안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해답은 오로지 한국이 그때의 ꡐ작고 약하고 더딘ꡑ 나라에서 ꡐ크고 강하고 빠른ꡑ 나라로 다시 태어나 현명하게 동맹을 선택하고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우리가 지난 한해를 ꡐ뼈아픈 1년ꡑ ꡐ상실의 1년ꡑ ꡐ혼란의 1년ꡑ이라고 뉘우치며, 더 다급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작년 한국은 2.9%의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ꡐ성장을 기록했다ꡑ기 보다 ꡐ주저앉고 가라앉았다ꡑ는 게 정확할 것이다.
지난 5년간의 연평균 성장률 4.4%에도 미달한 성적이다. 이걸로는 연 8%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과는 비교할 형편도 되지 못한다. 잠재 성장률, 다시말해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 없이 성장 가능한 최대 한도 역시 3%대로 내려앉았다. 80년대의 7.5%, 90년대의 6.6%에서 뚝 떨어진 하향추세가 역력한 것이다. 급속한 인구 노령화와 산업구조로 볼 때 한국이 마지막으로 고도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기간은 5~10년 정도라는 것이 안팎 전문가의 예측이다. 그렇다면 ꡐ크고 강한ꡑ 나라를 향한 우리의 꿈은 중대한 갈림길에 놓인 셈이다.
지난 한해 경부고속철을 비롯해 부안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NEIS 교육정보 시스템, 북한산 순환도로 등 모든 국책사업의 결정은 지연되고, 실천은 미뤄졌다. 이 ꡐ속도의 비(非)경제ꡑ로는 14억 인구가 원스톱 체제로 돌아가며 ꡐ속도의 경제ꡑ를 뽐내는 중국을 쳐다볼 엄두도 내기 힘들다. ꡐ느리고 더딘ꡑ나라에서 벗어나려고 흘린 100년의 땀이 물거품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짓누르는 답답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허약한 기초과학과 원천 기술 부족, 부품산업 미비에 새로 얹혀진 이공계 기피현상은 한국의 수출이 늘어날수록, 일본의 호주머니만 두둑해지는 역설이 뿌리를 내리도록 만들고 있다. 중국의 대졸(大卒) 이상 학력자는 4600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 인구와 맞먹는 숫자다. 이 인재(人材)의 인해전술에 맞서야 할 우리 교육은 평준화의 덫에 걸려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현실이다.
구(舊)대국과 신(新)대국의 각축 속에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우리 외교 역시 지난 한해 철없는 반미(反美)와 자기중심적 중화(中華)주의에 대한 무지, 자폐적(自閉的) 자주의식에 시달리면서 ꡐ동맹의 선택과 유지ꡑ에 중대한 허점을 노출해왔다.
세계의 시계, 동북아의 시계는 한국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은 결단하고 행동할 때다. 최우선 과제는 대통령의 현행법 위반으로 야기된 ꡐ대통령의 위기ꡑ ꡐ헌정의 위기ꡑ를 해소하는 일이다. 그 첫걸음을 내디뎌야할 당사자는 당연히 노무현 대통령이다.
한나라의 최고지도자다운 진실한 자기 고백으로 시작해 엄정하게 자신의 책임을 묻는 자세로 마무리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부정과 불법 비리로 얼룩진 무법(無法)의 정치를 정화(淨化)하고 여과할 디딤돌도 놓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총선에 집착한 ꡐ운동적 발상ꡑ이나 ꡐ여야간 승부의식ꡑ이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그렇지 못하면 ꡐ대통령의 위기ꡑ는 ꡐ국가의 위기ꡑ로 확대되고, 우리는 결국 ꡐ잃어버린 1년ꡑ에 다시 ꡐ잃어버린 1년ꡑ을 보태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국민의 좌절과 국가의 혼미(昏迷)에 대한 역사적 책임 역시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물론 대통령의 진실한 고백과 책임지는 자세가 확인된다면, 국민은 야당이 국정의 공동책임자로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고 감시할 것이다.
다음으로 노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방식을 지난 한해 이 나라를 갈래갈래 찢어놓고만 ꡐ운동의 방식ꡑ에서 국정의 현안을 국가적 필요와 시급성이라는 우선 순위에 따라 재배치하고 거기 몰두하는 ꡐ경세(經世)의 방식ꡑ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우리는 작년 ꡐ운동의 정치ꡑ로는 이 나라를 ꡐ작고 약하고 더딘ꡑ나라에서 ꡐ크고 강하고 빠른ꡑ 나라로 바꿔 놓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뼈져리게 체험했다. 운동의 정치는 즉각 폐기돼야 한다.
마지막은 국민의 몫이다. 임하는 곳마다 주인의 눈과 자세로 살피고 행동한다는 ꡐ수처작주(隨處作主)ꡑ의 마음가짐으로 올 한해 나라와 이웃을 둘러봐야 한다.
주인으로 돌아가 이웃을 둘러보는 우리 눈에 비친 이 나라의 시급한 과제의 하나는 무지(無知)의 짐을 지고 가난의 고통에 허덕이는 이웃의 불행이다. 소득 2만달러 시대를 국정목표로 걸어놓은 이 나라에서 인구의 1할 가까운 500만명의 이웃이 하루하루를 힘들게 때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의 바닥을 뜨거운 쇳물로 흐르면서 꿈틀거리는 절대빈곤과 가난의 대(代)물림 문제가 빈부 갈등의 모습으로 표면으로 치솟는 날 우리의 공동체는 심각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제 불우한 이웃에 대한 우리의 배려는 미덕이기보다 의무이고, 그들을 향한 나라의 대책은 시혜(施惠)가 아니라 정부의 존재 이유가 된 것이다. 우리 모두 국가의 활로 개척과 함께 빈곤 퇴치의 첫 삽을 뜨면서 올 한해를 열어가자.
*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우리 자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무슨 일을 해야 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입력 : 2003.12.31 17:3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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