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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오는데.
2006/07/01 00:00
입력 조회수 : 557
아쉽게 떠나는 것이 못내 서러운지 여름의 전령사 매미가 날아와서 온 세상을 흔들어 놓고 미안한 마음하나 없이 떠나 버렸다...
매미가 왔던 그 자리엔 텅빈 공허와 흔적마저 없어져 버린 쓸쓸함..
그리고 어느 사이 가을마저 와버렸다..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고통을 견디고 난 요즘의 가을하늘은 티하나 없이 맑고
아름답다.
햇빛은 투명하다 못해 눈이 시리고 방금 세수를 한 듯한 맑은 하늘엔 구름송이가 엽서처럼 떠다닌다.
해마다 가을은 오는데...
여름이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가을이 오고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계절은 자연스럽게
바뀌어 가는데 왜 유독 가을을 맞이하는 것은 힘이 드는지...?
나이가 먹어도 가을에 대한 느낌과 단상은 변하질 않으니 나도 여자이긴 한가 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생활 밭에 묻혀 살다보니 정말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고 살았던것 같다.
여자가 아닌 그저 한 아이의 엄마...한남자의 아내..그리고 며느리,...
그렇게 나에 대한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살다가 한해에 한번 가을이
오면 깨달아지게 되니 아무래도 가을은 여자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멋쟁이 신사가 아닐까?..
이 가을엔 마음으로 갈 수 있는 토큰 하나 들고 마음 구석 구석에
가을을 심어주고 싶다.
그리하여 한번쯤은 가을에게 내 마음을 모두 도둑 맞아 나도 다른 여자들처럼 가을을 타는 여자들처럼 멋진 가을여인이 되어 가을 속에 흠뻑 빠져 보고 싶다.
꼭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 산사가 아니더라도 성난 파도를 잠재우고 있는
가을 바닷가가 아닐지라도...
그저 밀감 빛 석양이 지면서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일몰의 시간...
그 시간만이라도 내게 주어진다면 가을을 느끼기엔 족할것 같다.
바쁘게 하루 일과를 보내고 내 안에 깃든 허무와 세상의 모든 일상들과
화해할수 있는 시간..
이 나이에 나는 아직도 노을앞에 서면 눈물이 난다.
이 나이에 나는 아직도 흘릴 눈물이 너무도 많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주 눈물을
흘린다.
남편과 대화를 하다가도 딸아이의 이쁜 몸짓을 볼때도 베란다 창으로 노을빛
해바라기가 함빡 웃음을 웃을때에도..
가을이 아니라면 사실 아무일도 아닐텐데...
가을이기 때문인지.. 나는 요즘 가끔 손을 놓고 멍하니 생각이 많아진다.
전에 없이 일부러 하늘을 올려다 보는 일도 많아졌다.
아마도 하루 하루 지나가는 시간속에서 가을은 점점 더 깊어가기 때문인것 같다.
가을이 다가온다...
더 가까이 그리고 아주 깊게...
이 가을엔 주부라는 이름을 버리고 나도 한 여자로서 내게 주어지는 가을의 황금같은 시간을 마음껏 누려보고 싶다....
자운영
2003년 09월25일
[
피플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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