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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
2006/06/12 00:00
입력 조회수 : 716
오늘도 아침부터 주룩 주룩 내리기 시작한 비는 하루종일 오락가락 하며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요즘 사흘이 멀다않고 툭 하면 내리는 비...
올핸 유난히 비가 많이와 어딜가나 예비용 우산을 휴대하고 다녀야 했던 것 같다.
베란다 창의 커다란 통유리 사이로 굵은 빗줄기가 쉬임 없이 내리친다.
깜박 잊고 닫지 못한 창문사이로 어느새 들이닥쳤는지 베란다 바닥에
빗물로 흥건하다.
급한 마음에 얼른 문을 닫고 들어온 빗물을 걸래질 하면서도 이상스럽게 귀찮거나
화가 나질 않으니...
비가 덤으로 만들어준 일거리 인데도 말이다.
참 이상한일 이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애써 기억해 내지 않아도 기억속의 서랍에
가지런히 묻어둔 추억의 보따리들이 속속 고개를 내밀고 나와버린다.
그래서 비가 오는날엔 친정집 식구들과 친구들 그렇게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상념속에서 만날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처마가 있던 친정집....
예전에는 모두가 주택이었고 그래서 인지 웬만하면 지붕끝에 처마가
달려 있었다.
친정집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비가 오는날엔 빗물들이 몰려 처마로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기 때문에
아버지는 비가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고무로 된 커다란 다라이(그릇)를 두서너개
받쳐두고 빗물을 받았다.
그렇게 받은 빗물로 청소도 하고 허드렛일도 하곤 했는데 어린나이에 우린
처마끝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만지며 물장난을 했었다.
산성비...
언제부터 산성비라는 말이 유행했는지?..
어릴때는 비가와도 곧잘 비를 맞고 일하기가 일쑤였고 빗물로 걸래도 빨고
했는데 요즘은 산성비라고 하여 비를 맞으면 큰일이 나는것 처럼 생각한다.
나부터도 당장 아이가 비를 맞고 들어오면 젖은 옷보다도 비의 성분때문에
더 걱정을 하게되니 말이다.
다 닦아져 뽀송 뽀송한 베란다 바닥을 마른 걸레로 자꾸 문지른다.
친정집에서 엄마도 그랬었다.
비가 샌 마루를 닦고 또 닦고...
가끔 친정집 마루엔 천장이 새어서 장마때마다 비가 새곤 했었다.
그럴때마다 홍수가 나는것처럼 거실 군데군데 역시 커다란 양동이를 서너개
받쳐놓고 엄마는 고쳐도 그때뿐이라며 아버지의 서툰 솜씨를 두고 잔소리를
하시곤 했었다.
어린나이에 내가 느낀 아버지는 정말로 대단한 요술쟁이셨다.
비가 그치고 나면 천장에 올라가 뚝딱 뚝딱 손을 보고 뜯어진 천장을 말끔히
도배질해서 새집처럼 고쳐 놓으신다.
그런데 서너번의 장대비가 내리고 나면 다시 천장에선 아버지의 공도 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엄마의 길어지는 잔소리도 일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아버지는 그당시 포장이 되지않아 걸을때마다 먼지가 폭폭 날리던
집앞 진입로를 새벽마다 시멘트보도 블럭을 찍으셔서 우리가 비오는날 신발이
젖지 않고 학교에 갈수 있도록 포장을 해주셨다.
다른 친구들 집은 모두 흙마당인데 비해 우리집은 언제나 깨끗하게 블럭이
되어있어 비오는 날이나 눈오는 날엔 신발을 버리지 않아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오늘은 이상스레 아버지가 많이 생각나는 날이다.
비가와도 어떤날은 친구가 생각나고 또 어떤날은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르곤
하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줄곧 아버지 생각으로 가득한걸 보니 아버지
뵌지가 오래되어서 인것 같다.
이렇게 비가내리는 오늘 아침은 또 어떤 요술로 집안을 다독 거리고 계실지?..
잠시도 쉬시지 않고 무슨일이든 찾아서 하시는 아버지의 굽어버린
작은 등이 많이 그리워진다.
자운영
2003년 08월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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