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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꽃향기는 여전한데...
2006/03/23 00:00
입력 조회수 : 753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나선 출, 퇴근길의 산책로가 없어져 버렸다.
주택에 살땐 아침에 집을 나서면 사방이 온통 녹색의 나무들로
가득했었다.
많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출, 톼근 길의 20여분동안의 산책은 나에게 있어 하루중
가장 은밀하고 비밀스런 시간이었다.
가끔은 퇴근길에 집을 지나서 한참이나 걸어오고 있다는걸 느끼고 잰걸음으로
다시 집을 향해 돌아간적도 있었으니까...
그럴때마다 나무에 앉아 조잘거리던 새들이 나를 보며 얼마나 입방아를
찧었을까?...
한걸음 한걸음 우리집을 지날때 마다 킥킥 거리며 때론 손가락질을 하며
짹짹거렸지만 새들은 다음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내방 창앞에 찾아와 아침을
알려주는 알람시계 역활을 톡톡히 했었다.
사계절 모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숲의 나무들은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겨 주었었다.
아카시아 나무가 유난히 많았기에 아카시아 꽃이 필때면 숲은 모두 우윳빛으로
옷을 갈아 입고 있어 가로등에 반사되어 빛나던 꽃잎들이 초롱을 매달아 놓은 것
처럼 아름다웠다.
주택가이면서 찻길인 그 좁은길 처럼 가로등을 예쁘게 켜두었던 곳도
아마 많지는 않을것 같은 생각이든다.
요즘같이 계절의 여왕 5월이면 거실 창만 열어놓아도 바람을 제치고 밀려 들어오는
아카시아 향기에 흠뻑 취하곤 했었다.
아침에 들어오는 아카시아꽃 향기는 하루 중 다른 어느 시간에 들어오는 향기보다도
진하고 독주처럼 강한 향을 풍긴다.
마치 집안에 자연향수를 뿌린 것처럼 그렇게 기분이 좋아질 수 가 없다.
그런 아카시아 꽃을 올핸 5월이 중턱에 걸리도록 한번도 보지 못해 가슴속에
아쉬움이 가득했었다.
어찌보면 참 흔한 나무가 아카시아 나무인데 내가 이사한 아파트 단지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아서 일까
가끔 베란다 창을 열어 놓으면 남편은 어디선가 아카시아 향기가 날려
들어온다고 코를 큼큼 거리며 냄새에 귀기울이곤 했다.
어젠 오랜만에 나들이를 할수 있었던 날 이었다.
딸아이의 백일장 대회가 있어 옥천엘 다녀왔다.
옥천은 작년에도 아이하고 백일장을 다녀오느라 가본 곳 이지만 올핸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향의 도시답게 사방이 온통 녹색 숲으로 메꾸어져 있고 어디를 둘러보아도
나무와 꽃들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5월을 만끽하고 있었다.
연산홍과 철쭉 사이에서 이미 지고 있던 아카시아 꽃잎이 바람과 숨바꼭질을 할때마다
은은한 향기로 코끝을 자극했다.
오후가 되자 이슬과 햇살을 엮어 아카시아꽃을 만들었던 5월은 바람에 안기어
여왕처럼 그네를 타고 있었고 잘 익은 포도주처럼 아주 오래된 연인같은
아카시아 향기는 여전히 자기만의 독특한 향기를 뿜어내며
아무렇지도 않은듯 이파리와의 이별을 서두르고 있었다.
자운영
2003년 05월19일
[
피플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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